여기가 바로 현실판 겨울왕국…얼음도시 퀘벡으로 떠나자!

입력 2020-02-09 15:13   수정 2020-02-09 15:15


유독 겨울답지 않은 겨울을 보내는 요즘, 겨울을 겨울답게 보낼 여행지를 손꼽자면 역시 캐나다를 빼놓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퀘벡시티는 캐나다 사람들도 인정하는 최고의 겨울왕국이다. 청정한 자연과 중세유럽풍의 건축물들, 맛있는 음식까지 널려 있는 매력적인 퀘벡으로 마지막 겨울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설국에 세워진 유럽

겨울의 퀘벡 이야기를 하자면 출발 전부터 엄습했던 긴장감을 떠올리게 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사전 조사 단계에서부터 퀘벡시티의 겨울을 두고 ‘영하 40도’라는 무시무시한 기후이야기가 여기저기 보였기 때문이다. 이거, 괜찮을까? 설마 죽기야 하겠어? 캐나다행 비행기에 앉아 안전벨트를 차고 나서도 온갖 걱정이 엄습했다. 부딪혀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거다, 결론을 내리고 잠을 청했다. 기왕 가는 길, 10시간 넘는 거리는 푹 자는 게 최고다.

한국에서 퀘벡으로 단번에 날아가는 하늘 길은 아직 없다. 토론토를 거쳐 프로펠러가 붕붕 대는 비행기로 갈아타는 게 그나마 가장 빨리 가는 길이다.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 토론토에서부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퀘벡에 도착하서는 제법 굵은 함박눈이 길을 막았다. 그런데 웬걸? 생각보다 퀘벡의 추위가 견딜 만하다. 기온은 영하 7도 남짓. 역시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거다. 상상이 만들어내는 공포가 아무리 힘이 세더라도 휘말리지 말지어다. 헛웃음을 짓고 길을 나선다.

숙소까지 움직이는 동안, 길 양 옆으로 보이는 풍경은 영락없는 유럽의 그것이다. 퀘벡시티를 여행하기 전에 미리 알아둬야 할 점이 있다. 도시를 위아래로 양분하는 성벽을 기준으로 어퍼타운(Upper town)과 로어 타운(Lower Town)이 나뉜다는 것. 혹 퀘벡을 여행하는 중 누군가와 만날 약속을 잡는다면 어퍼타운에서 볼 것인지, 로어타운에서 볼 것인지 확실히 정하는 게 현명하다. 자칫 두 사람이 서로 엉뚱한 곳에서 상대를 기다리며 잔뜩 성이 날지도 모른다. 가뜩이나 날씨도 추운 동네에서.

퀘벡시티가 이런 구조를 가지게 된 것은 프랑스의 탐험가 자크 카르티에의 영향이다. 이 지역을 처음으로 탐험한 유럽인이 바로 그인데, 1535년 이곳의 스태더코나에서 인디언 마을을 발견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듬해인 1536년 봄, 그는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 이곳의 언덕에 성벽을 쌓았다. 이후 다시 돌아와 정착지를 세우려고 했지만, 인디언 원주민의 발발이 거세 포기하고 만다. 몇 년간 이 땅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유럽인들은 결국 1608년 이곳에 정착지를 건설한다. 프랑스의 탐험가이자 외교관인 사뮈엘 드 샹플랭이 그 일을 주도했고, 지금도 올드 퀘벡이라 불리는 언덕에는 공고한 성벽과 함께 그의 동상과 흉상이 남아 있다.

시리도록 아름다운 도심의 설경

도시를 둘러보면 곳곳에서 퀘베쿠아(퀘벡 현지인을 이르는 프랑스어)의 자존심이 느껴진다. 중세 유럽을 연상케 하는 건축이 어퍼타운과 로어타운을 가리지 않고 펼쳐진다. 캐나다는 가을에 가장 아름답다고 했던가? 하지만 퀘벡은 겨울에 진가를 드러낸다. 고풍스러운 골목마다 하얗게 쌓인 눈은 동화에서나 볼 법한 풍광을 자아내고, 기꺼이 겨울 퀘벡시티를 찾은 여행자는 북쪽에서 몰아치는 찬바람에도 아랑곳없다. 도리어 만면에 웃음 가득한 채로 추위를 즐긴다. 미끄럼을 탈 만한 공간이 보이면 아이들은 여지없이 달려들어 미끄러지길 반복한다. 아이들이 즐거우면 아빠엄마도 함께하고 싶은 법. 눈으로 만든 미끄럼틀이 자리한 곳마다 온 가족이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겨울 퀘벡의 절정을 보고싶다면 올드 퀘벡의 언덕이 제격이다. 하얗게 눈 쌓인 길을 따라 올라가는 동안 바람이 불 때마다 쌓인 눈보라를 일으키며 블리자드처럼 흩날린다. 겨울 여행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이 언덕을 눈보라 맛집으로 부를까 생각하다가도 그 언덕이 보여주는 멋진 경관에 압도돼 버렸다. 이곳을 ‘겨울왕국’에 나오는 엘사와 안나의 고향 아렌델이라고 해도 누구나 고개를 끄덕여줄 것만 같다.


‘아브라함 평원’이라 부르는 이 언덕의 정상까지 올라서면 이 도시의 랜드마크 샤토 프롱트낙호텔과 그 아래에 흐르는 세인트로렌스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샤토 프롱트낙호텔은 드라마 ‘도깨비’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곳.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호텔 내부를 둘러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오랜 역사가 그대로 묻어 있는 인테리어는 구태여 새 것으로 바꿔야 할 이유가 없다. 잘 보존한 시간의 흔적은 그 자체로 훌륭한 유산이라는 걸 이 건물이 보여준다.

이 호텔을 퀘벡시티의 명물로 만들어준 건, 그 역사와 아름다움이 다가 아니다. 겨울이면 문을 여는 슬로프는 시내에서 즐길 최고의 액티비티 중 하나다. 이 슬로프는 아브라함 평원으로 향하는 산책로에서 시작해 호텔 곁의 카페 ‘1884’까지 400m가량 이어진다. 여기서 눈썰매 ‘터보건(Toboggan)’을 타는데, 이 눈썰매의 역사도 100년이 넘었다. 입술이 파래질 만큼 눈썰매를 즐겼다면 카페 1884에 들어가 잠시 몸을 녹이는 걸 권한다. 카페에는 100년 전의 겨울이 사진으로 남아 벽에 걸려 있다. 그 당시의 터보건 슬로프는 지금도 크게 변한 게 없으니, 마치 시간여행을 온 것만 같다.

퀘벡 여행의 절정, 윈터 카니발

퀘벡에 첫발을 내디딘 날 영하 7도였던 날씨는 온도계의 바늘을 점점 아래로 끌어내리더니 마침내 영하 26도까지 찍고야 말았다. 퀘벡시티의 곳곳을 걸어다니며 유럽과도 다른, 북미의 어느 도시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감성을 만끽하던 중, 카메라 배터리가 쭉쭉 달아서 사라질 만큼 도시가 얼어붙었다. 그럼에도 당초 우려했던 정도로 춥지는 않다. 퀘벡 현지인의 이야기를 듣자 하니, 최근에는 이상 기후로 인해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날이 거의 없단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안타깝다고 해야 할지 모호한 감정에 휩싸였지만 여하튼 겨울의 퀘벡을 즐기기에는 적당하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가 컸던 건 퀘벡 겨울여행의 백미, 윈터 카니발이다. 이 축제의 역사는 100년을 훌쩍 거슬러 올라간다. 1894년에 처음 시작됐다. 이후 매년 이어지다가 세계대전과 대공황에 휩싸이며 잠시 멈춰서기도 했다. 축제가 부활한 건 1955년에 이르러서인데, 퀘벡의 겨울을 만끽하기에 이만한 것도 없었고, 퀘베쿠아(퀘벡 현지인을 이르는 프랑스어) 모두가 하나로 뭉치는 데 있어 축제는 최고의 이벤트였다고. 지금은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겨울 축제이자 북미를 대표하는 최고의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2020년은 윈터 카니발이 66주년을 맞는 해다. 지난해 65주년을 즈음해 이 행사도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퀘벡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프로듀서 다니엘 젤리 나스가 선두에 서서 변화를 주도했고, 그 결과 도심 곳곳을 무대로 삼아 더 커진 규모에 세련미를 더하고 신나는 이벤트가 밤낮 없이 펼쳐지는 페스티벌로 환골탈태했다.

축제는 이른 아침부터 후끈하게 달아오른다. 북미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이 축제를 위해 모여든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제일 먼저 가야 할 곳은 겨울의 왕 보넘(Bonhomme)의 얼음궁전이다. 보넘은 빨간 모자를 쓰고 새시(Sash)를 허리에 두른 눈사람이다. 새시는 허리에 감거나 목도리, 마스크 대용으로 쓰는 19세기 프랑스계 캐나다인의 전통의상. 얼마나 인기가 좋은지 축제에 참여한 사람마다 보넘처럼 새시를 허리에 두르고 축제장을 활보한다.

축제 기간에는 도심 곳곳의 교통이 통제된다. 차가 다녀야 할 차도 위는 즐길거리, 체험거리, 볼거리가 차지했다. 얼음으로 지은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 어린이에게 맞춰서 만든 얼음 슬라이드는 그중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축제는 밤이 돼서도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는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퍼레이드다. 3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와 관계자가 늦여름부터 준비했다는 퍼레이드는 상당히 화려한 면모를 뽐낸다. 수준 높은 캐릭터가 연신 등장하고 만화에서나 볼 법한 멋진 장면이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박수를 이끌어낸다. 이토록 흥미진진한 2020년 윈터 카니발은 2월 16일까지 이어질 예정. 지금 퀘벡시티는 축제로 한창 들썩이는 중이다.

겨울 버킷리스트 1순위, 아이스호텔

퀘벡을 찾아왔다면 퀘벡시티 밖으로도 나가볼 필요가 있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온몸으로 겨울을 만끽할 액티비티가 여행자를 기다린다. 차로 30분 거리에 캐나다 동부 최대 규모의 리조트 ‘빌리지 바캉스 발카르티에’가 있다. 이 리조트의 명성을 드높인 건 한겨울에만 체험할 수 있는 아이스호텔이다. 얼음으로만 지은 아이스호텔은 많은 사람이 겨울의 버킷리스트 1순위로 꼽는 체험거리다. 북미에서 아이스호텔은 이 리조트가 유일하다.

얼음으로 짓는 특성상 딱 3개월만 운영하는데, 총 6개 동에 44개의 일반 객실과 21개의 스위트룸을 구비해놨다. 일반 객실과 스위트룸의 차이는 객실 구성이다. 일반 객실이 얼음 침대와 얼음 탁자로만 이뤄져 있다면, 스위트룸은 훨씬 화려하다. 방마다 인테리어도 달라서 어떤 방은 극지 탐험을 주제로 내부를 조각해뒀고, 잘생긴 부엉이 한 마리가 날개를 활짝 펴서 침대를 감싸고 있는 듯 꾸며논 방이 눈길을 사로잡기도 한다. 객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호기심이 가득 차오른다.

아이스호텔은 난방기구도 설치해뒀을 뿐 아니라 두꺼운 침낭에 실크라이너까지 몇 겹으로 꽁꽁 싸매고 자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는데, 침대 곁에 있는 얼음 탁자에는 절대로 물건을 올려둔 채 자면 안 된다. 특히 안경. 다음 날 아침 얼음 한가운데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안경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 리조트에서 누릴 겨울의 재미는 또 있다. 광활한 자연지형을 이용해 만들어 놓은 북미 최대 규모의 겨울놀이터다. 이 넓은 지대가 전부 놀이터라고?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거대한 설원 위에서 사람들이 온갖 액티비티를 즐긴다. 전통적인 겨울 스포츠 스케이트와 아이스하키 정도는 식상할 지경이다. 그중에서도 ‘토네이도’는 여러 사람이 커다란 튜브를 같이 타고 슬로프를 내려가는데, 가파른 경사를 따라 순식간에 빙글빙글 돌면서 내려오기 때문에 원심력으로 심장이 튀어나갈 듯한 짜릿함을 선사한다. 이런 놀이기구가 초급부터 고급까지 4개의 난이도별로 40개의 슬로프가 만들어져 있다는 설명에 입이 떡 벌어진다.

여행정보

퀘벡으로 가는 직항은 아직 없다. 인천에서 토론토를 경유하는 방법과 몬트리올을 거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는 토론토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가는 노선을 이용하는 편이 현명하다. 인천에서 토론토까지 13시간, 토론토에서 퀘벡까지는 1시간30분이 걸린다. 퀘벡에도 한국의 떡볶이 같은 국민 먹거리가 있다. ‘푸틴(poutine·사진)’이라는 이름의 음식인데, 튀긴 감자에 감칠맛 넘치는 그레이비소스를 뿌리고 치즈를 얹어서 먹는다. 1950년대 처음 등장한 패스트푸드로 당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이제는 술을 마신 다음날 푸틴으로 해장을 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찾는 음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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