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입국 전면 차단을…머뭇대면 美·유럽이 한국인 입국 막을 수도"

입력 2020-02-09 17:39   수정 2020-02-10 01:2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대한 정부 대응은 상당히 미흡합니다. 해외 유입을 차단하는 대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중국 후베이성 체류자만 차단하는 대책은 아무런 실효성이 없습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뒤 “하루빨리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이를 시행하지 않으면 미국, 유럽에서 한국을 입국 금지 국가로 지정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 4일부터 신종 코로나의 국내 확산을 막기 위해 후베이성 체류자에 한해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후베이성을 봉쇄한 뒤 정부 대책이 나온 데다 입국자 진술에 의존해 이 지역 방문 여부를 확인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베트남 호주 싱가포르 등은 모든 중국 체류자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최 회장은 지난달 26일부터 해외에서 유입되는 신종 코로나를 차단하기 위해 중국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발언 초기에는 일부 여당 의원이 ‘정치적 주장’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내 확산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최 회장의 발언이 힘을 얻고 있다.

▷사태 초기부터 중국 체류자의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무엇인가.

“중국 내 감염이 진행되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한국과 중국의 밀접한 연관 관계를 보면 중국에 체류한 입국자는 그대로 두면서 한국에 퍼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요행에 기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4일부터 후베이성 체류자의 입국을 차단하는 대책이 나왔다.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가 의지를 보여줬지만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다. 이미 후베이성이 봉쇄됐기 때문이다. 중국 내에서 신종 코로나는 대유행 상황이다. 한국과 교류가 많은 곳, 대도시 등에서도 환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해외 유입원을 차단하는 감염병 대응의 첫 단계부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들로 인한 지역사회 전파 위험도 커졌다.

“현재 확진자만 보면 지역사회 확산이 일어나는 초기로 보이지만 이미 지역사회 확산이 상당 부분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확진 환자 외에 실제 환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초기에 정한 환자 사례 정의에 문제가 있었다. 의심 환자 기준을 신속하게 바꿨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지역사회 전파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 ”

▷정부 위기 대응 시스템의 허점도 많이 노출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한 첫 메시지로 ‘불안해하지 말라’고 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되고 있다.

“위기 소통의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대통령이 불안해하지 말라고 했지만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국민이 판단하도록 해야 했다. 정부가 계속 말을 바꾼 것도 문제다. 교민 격리 시설을 천안으로 했다가 아산·진천으로 바꾸는 과정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 관광비자 발급 문제를 두고도 4시간 만에 말을 바꿨다. 정부가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고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 국민이 각자도생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했다.”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건복지부 장관, 질병관리본부장이 한 말을 다른 부처 장관들이 부정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중앙사고대책본부에서 브리핑한 것과 지역 보건소의 말이 다르다. 지휘 통제 시스템이 이렇게 미비하고 혼란스러워서는 효과적으로 수습할 수 없다.”

▷현재 위기경보는 ‘경계’ 단계다.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리면 컨트롤타워 문제가 나아질 것이라고 보나.

“지역사회 전파가 광범위하게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확진자를 기준으로 보면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되는 단계다. 심각으로 격상해야 한다. 국무총리가 주관해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들이 일관되고 질서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정부는 ‘경계’로 발표하고 ‘심각’에 준해서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행정 시스템이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전시상황 중에 데프콘3를 발령하고 데프콘5에 준해서 한다는 것인데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일선 의료기관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보 공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일선에서 1차 진료를 담당하는 중소병원은 1600곳, 동네의원은 3만여 곳이다. 이들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사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마스크다. 마스크 공급이 부족해 의료기관들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 21세기병원에서 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조차 언론을 보고 알게 됐다. 정보 공개가 원활하지 않다. 환자가 적다면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도 역학조사관이 환자 동선을 따라 접촉자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지났다. 환자 동선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국민 스스로가 환자와 2m 이내 또는 폐쇄된 공간에 같이 있었다고 판단되면 자진신고하고 자가격리하도록 해야 한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지적됐던 문제들이 반복되고 있다.

“메르스를 크게 겪고 난 뒤 의사협회도 대한의학회와 함께 백서를 만들었다. 전문가들이 모여 앞으로 감염병 사태에 잘 대응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지만 실천하지 못했다. 메르스를 겪은 뒤 대학병원급의 종합병원은 병원 자체적으로 감염병 사태에 대한 대응 시스템을 갖췄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방역 시스템은 여전히 갖춰지지 않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 감염병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국가 감염병 대응 시스템에는 어떤 내용이 포함돼야 하나.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키고 보건복지부에 복수 차관제를 도입해 보건담당 차관을 둬야 한다. 보건부를 독립시키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국가 보건·건강·의료 문제를 전담할 부처를 만들고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감염병 위기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역량을 갖춰야 한다. 미국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대규모 감염병 사태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높은 직급의 조직까지 통제한다. 대규모 공공 격리시설, 감염병 전문병원도 만들어야 한다. 이곳에서 음압격리병상은 1000개 정도 확보해두고 비상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역학조사관을 일정수 이상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선 의사들에게 역학·예방의학 공부를 하도록 하고 평소에는 환자 진료를 하다가 비상상황이 생겼을 때 공무원들과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많은 국민이 궁금해하고 있다. 국내 신종 코로나 유행 종식은 언제쯤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나.

“전망 자체가 어렵다. 다만 2~3주 안에 종식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지역사회 전파 규모가 객관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아직 지역사회 전파로 감염된 환자가 많지는 않지만 지역사회로 상당 부분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하는 단계다. 이 때문에 앞으로 진행 상황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심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국민이 많다. 이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지나친 공포와 과도한 불안은 부정확한 지식에서 나온다. 중국의 정보가 믿을 만하지 않다는 것도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중국 내에 발표된 것보다 많은 환자가 있고 더 많은 사망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치사율 전망이 엇갈리는 것도 두려움을 키우는 원인이다.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정보도 문제다. 다만 의료 영역에서 보자면 한국의 의료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예외적인 일부 질환을 제외하면 국내에서 치료하지 못한 질환은 해외 어떤 나라에서도 치료하지 못한다. 환자가 늘고 중증도가 예상보다 높더라도 국내 의료 시스템이 잘돼 있기 때문에 치료 성적은 좋을 것이다.”

■ 최대집 회장은…

대한의사협회는 국내 13만 명의 의사 회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2018년 5월 취임해 1년9개월간 회원들을 이끌고 있다. 임기는 3년이다.

최 회장이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처음 이름을 알린 것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다. 그는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박원순 서울시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박 시장이 한밤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박 시장은 당시 “삼성서울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35번 환자가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재건축조합 행사에 참석해 1500명 넘는 시민과 접촉했다”고 발표했다. 35번 환자가 “행사에 참석했을 때는 의심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추가 감염 우려가 없다”고 반박하면서 진실 공방으로 번졌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발생 후에도 최 회장은 발 빠르게 대응했다. 의사협회 내에 비상대책본부를 발족하고 지난달 23일부터 대응지침을 배포하고 있다.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 등에 사태 해결 방안을 조언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일선 의료기관과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코로나팩트 앱도 만들어 배포했다.

■ 약력

△1972년 전남 목포 출생
△목포고 졸업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신한국의원 원장
△의료혁신투쟁위원회 공동대표
△전국의사총연합 상임대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 및 투쟁위원장
△현 대한의사협회장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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