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이동식 충전 목표는 충전으로부터의 해방"

입력 2020-02-11 08:10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 이훈 에바(EVER) 대표
 -"충전 걱정 없는 인프라 구축에 힘쓸 것"

 전기차 구매 시 가장 고려해야 할 부분 중 하나는 충전이다. 주행 패턴과 생활 반경에 충전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활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사용에도 제약이 발생한다. 그만큼 충전 인프라는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에 풀어야 할 첫 번째 숙제다. 

 아파트와 빌딩이 많은 국내에는 충전이 더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를 개발한 회사가 있다. 충전 부담없는 전기차 생활을 제공한다는 스타트업 회사 에바의 이훈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에바는 2017년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에서 시작했다.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공모전 과제로 자율주행 충전 로봇을 선보였다. 자율주행이 가능한 ESS(에너지 저장 장치)를 탑재한 로봇이 알아서 배터리가 부족한 전기차로 이동해 충전을 진행하는 컨셉트다. 

 그는 폭스바겐이 최근에 선보인 충전 로봇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폭스바겐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충전 로봇은 카메라와 레이저 스캐너, 초음파 센서를 활용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여기에 V2X 통신을 바탕으로 직접 차를 찾아 충전캡을 열어 도킹까지 할 수 있는 신개념 충전 기술이다. 

 이훈 대표는 비슷한 컨셉트의 자율주행 충전 로봇을 2년 앞서 선보인 셈이다. 당시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사내 임직원 대상 평가 1위를 기록했다. 이후 2018년 중순 실현 가능성이 높아 나가서 해볼 만하다는 최종 의사결정이 났다. 그 해 11월에는 법인을 설립하고 스타트업 회사로서 에바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또 지난해부터는 삼성벤처 투자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고 개발에 열중이다.

 본격적으로 제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몇 가지 난관에 부딪쳤다. 그는 "실제 상용화가 되기 위해서는 제약이 많았다"며 "이동 중 사고가 났을 때 보험 규정을 비롯해 다양한 부분에서 마땅한 규제가 없는 게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완전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기 전에는 관련 법 제도가 마련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고개를 돌려 간단하게 손으로 끌고 다니는 카트 형식의 충전기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제품이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 '에바 카트'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지정된 카트 보관 장소에 가서 에바 카트를 가져와 전용 어댑터에 맞춰 끼운 뒤 충전하면 끝난다. 무거운 배터리팩을 미는 힘이 상당하지 않을까? 이훈 대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근력증강센서를 탑재해 조금의 미는 힘이 감지되면 알아서 모터가 구동돼 스르르 움직인다"며 "이 외에도 장애물 감지 센서를 장착하고 긴급 제동 기능을 갖춰 돌발상황도 미리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용량은 40㎾h 이며 향후 60㎾h까지 키울 생각이다. 이 대표는 "온전히 차 한 대를 완충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소개한 뒤 "전기차 배터리가 일정 부분 남았을 때 충전을 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2~3대 충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에바 카트에 들어갈 배터리는 전부 폐배터리를 활용할 예정이다.

 그는 "국가가 수거한 폐배터리를 빌려 쓰고 전기를 팔아 얻은 수익 일부를 국가에 다시 환원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이 경우 국가 입장에서는 보관비가 줄어들고 우리는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질 좋은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과 환경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결과이지만 폐배터리는 재사용 관련 규제가 있어 상용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현재 규정으로는 배터리 재사용이나 재활용을 위한 사업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경북 포항이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선정돼 법령 개정 전에도 특구사업자에 한해 폐배터리 재사용 사업화 등을 위한 실증 기회가 생겼다. 에바는 이곳에서 카트를 시험하고 수정을 거듭해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한 번 충전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일반 220V 기준 13시간이며 7.4㎾ 전기차 완속충전기를 사용하면 7~8시간으로 줄어든다. 활용 장소는 아파트보다는 상업용 건물 및 회사 주차장이 유력하다. 이 대표는 "밤에 충전해 놓은 뒤 낮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라며 "출퇴근용으로 전기차를 구입한 직장인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일과시간에 차를 충전해 주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SS를 통해 전기를 판매하면 걸리지 않을까? 이 대표는 "전력 재판매 이슈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전력 재판매는 충전 사업자에 한해서 허용되는 전기 사업법 기준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오히려 제품을 만들다 보면 알지 못했던 새로운 벽이 등장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안전 인증이 있다. 나라에서 정한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 충전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대부분 고정식 위주라서 이동식 제품에는 한계를 보인다는 것이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회사는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규제센드박스를 노렸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 제주도가 '전기차 충전 서비스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다"며 "세부 사업 중 하나로 이동식 충전기를 제안했고 에바 카트가 최종 선정돼 올해부터 실증사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앞으로 제주도에서 2년 동안 실증을 해보고 문제가 없으면 규제를 개선하도록 로드 맵이 짜여있기 때문에 성실히 참여할 것"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에바는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는 모양새다. 그는 "지금까지 이동식 충전기가 세상에 없던 만큼 관련 기준의 부재는 당연한 현상"이라며 "안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기준이기 때문에 걸림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필드에서 충분히 검증을 마쳐 자신감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좋은 기회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미래 친환경차 수요는 순수 전기차와 수소차로 나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서로 경쟁이 아닌 상호 보완작용을 거쳐 같이 성장하는 방향이 유력하다고 덧붙였다. 궁극적으로 전동화 대세는 거스를 수 없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봤다. 

 첫 번째는 사용자 경험이다. 전기차 공급이 확대돼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면 순식간에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율주행 시대의 시작을 꼽았다. 그는 "자율주행 시대가 10년 안에 올 거라고 생각한다"며 "전기차 플랫폼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접하면 관련 시장 수요도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비해 에바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충전 걱정 없는 전기차 생활을 제공하는 게 목표"라며 "반드시 에바카트로만 사업을 성공시킬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기차 충전에 불편함이 없는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 구입에 용기를 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바는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가 중요한 축 역할을 하고 있으며 현재 개발 중인 제품을 보급하는 데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열정과 패기로 뭉친 젊은 스타트업의 발전 가능성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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