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 "AI 등 혁신분야에 국가 R&D 예산 절반 이상 투입해야"

입력 2020-02-13 18:11   수정 2020-02-14 00:24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과정 때 알게 된 미국인 친구가 권유해 우연히 신청했는데 결과가 좋게 나왔습니다.”

올해 미국 공학한림원(NAE) 정회원으로 선정된 소감을 묻자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빙긋 웃으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1985년부터 2003년까지 삼성전자에서 일하며 세계 최초로 16메가 D램을 개발한 것 등 연구개발(R&D) 성과를 공적조서로 제출했다”며 “NAE가 반도체 기술혁신에 대한 공로를 인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이럴 거였으면 20년 전에 신청했어도 정회원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NAE는 공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석학들이 모인 기관이다. 약 60년의 역사를 가졌지만 정회원은 2300여 명에 불과하다. 올해는 정회원으로 15명이 선정됐으며, 한국인은 진 회장이 유일하다. 국내에선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과 이상엽 KAIST 교수,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네 번째다.

진 회장은 자신의 NAE 정회원 선정이 “정보통신기술(ICT)과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우리나라 경쟁력을 다소라도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 등 경쟁국이 무섭게 쫓아와 한국은 이제 반도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몇몇 분야를 제외하면 확실한 기술 우위를 가진 산업이 없다”고 평가했다. 또 “이대로 가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우리 경제는 12척의 배로 133척의 왜선에 맞서야 했던 명량해전 직전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진 회장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면 차별화된 발상의 전략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전체를 아우르는 큰그림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자동차 드론 등은 물론이고 심지어 화학제품에도 전부 ICT가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ICT 등 특정 분야에만 국한된 투자를 하면 안 됩니다. 최소 100조원씩 신규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인공지능(AI), 센서, 스마트팩토리 등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적인 성장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진 회장은 국가의 R&D 지원 체계도 전면 쇄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를 위해 국가 R&D 예산 24조원 중 절반 이상을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팩토리 등 새로운 혁신 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새로운 것을 하려면 기존 세력과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가운데서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육성 정책에 대해서는 “큰 방향은 맞지만 중소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수준에 그쳐선 안 된다”며 “세계적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소재·부품·장비를 내놓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를 이룬 주역이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스탠퍼드대, 미 IBM 왓슨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으로 입사해 사장까지 올랐다. 2003년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뒤 2006년부터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를 이끌고 있다.

김채연/이상열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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