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백석문학상을 받은 나희덕 시인(사진)의 산문집《저 불빛들을 기억해》(마음의숲)는 세상을 폭넓게 바라보는 시인의 깊은 사유들을 담아냈다. 모성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사물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 안는 시 세계를 추구해온 시인은 한 편, 한 편마다 특유의 온기로 세상과 사람들을 어루만져주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2012년 출간한 동명 산문집 원고를 다시 손보고 신작 11편을 추가해 새로 펴냈다.구성도 달리했다. 점과 선, 면이란 세 가지 주제로 글을 나눴다. 나 시인은 “오래전 읽은 칸딘스키의《점·선·면》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점·선·면은 삶의 구조와 역할을 설명하기에 꽤 적절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시인에 따르면 ‘점’은 가장 간결한 존재의 형태로서 하나의 작은 세계이자 존재의 내밀한 모습을 나타낸다. 이 점이 다른 점과 맞닿으며 탄생하는 ‘선’은 개체와 또 다른 개체의 만남을 의미한다. 선들이 만나 완성되는 ‘면’은 사회 또는 공동체를 뜻한다.
점을 주제로 한 1부엔 시인이 걸어온 삶의 자취를 담았다. ‘에덴원’에서 고아들과 살을 맞대며 생활했던 유년기부터 길 위에서 떠돌며 보낸 학창 시절까지 시인이 겪은 독특한 경험들은 그의 감수성과 삶의 태도를 형성하는 토대가 됐다고 말한다.2부 ‘선’에선 시인이 직·간접적인 인연을 맺고 만들어낸 수많은 ‘선’을 이야기한다. 그는 “나무는 혼자만 우뚝 서 있지 않고 다른 나무들과 나란히 서서 서로에 가지와 그늘을 드리우듯 어떤 사람들 속에 살았느냐에 따라 삶이 피워내는 꽃은 달라진다”고 말한다. 3부 ‘면’에선 지금 이 세계와 공동체 안에 쌓여 있는 과제들을 ‘전체성’이란 관점에서 바라본다. 시인은 사회 문제에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지만 그의 통찰은 자신의 삶으로 향한다. 그러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란 질문을 던진다.
이렇듯 산문집은 점이 만나 선이 돼 있고, 선이 면으로, 면이 다시 하나의 점처럼 보이는 역동적인 삶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 안에서 개인과 타인, 세상이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발견한다. 시인은 “이 누추한 삶의 기록을 되살리는 일이 작으나마 우리가 잃어버린 불빛을 기억하는 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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