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원인 95%는 만성 간염…40대부터 肝 질환 검사 받아야"

입력 2020-02-18 15:17   수정 2020-02-18 15:19

“간암의 95% 정도는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 간경변증과 관련이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40세 이상이라면 한 번은 간 질환 검사를 받아봐야 합니다.”

심재준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암 위험 환자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심 교수는 김범수 경희대병원 간담도췌장외과 교수와 함께 간암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심 교수는 간암을 유발하는 만성 B형 간염을, 김 교수는 환자의 수술 성적을 높이기 위해 집중 영양치료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간암은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폐암에 이어 두 번째로 사망자가 많은 암이다. 간의 70% 정도가 손상될 때까지 자각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간암 치료법이 많이 개발됐지만 조기 진단과 수술, 항암 치료 등이 조화를 잘 이뤄야 한다. 경희대병원은 환자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의료진 간 다학제 콘퍼런스를 정례화했다. 소화기내과는 물론 영상의학과, 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종양내과 등의 의사가 함께 환자를 치료한다. 심 교수(이하 심)와 김 교수(이하 김)를 통해 간암 치료법, 예방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간암이 생길 위험이 특별히 높은 환자가 있나.

“(심)간암 고위험군은 40세 이상 만성 B·C형 간염, 나이와 상관없이 간경변증을 동반한 환자일 때 가장 잘 발생한다. 가족력이 있거나 평소 과음하는 사람,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이 있으면 암 발병 위험이 더욱 증가한다. 만성 간염이나 초기 간경변증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검사를 받지 않으면 스스로 간염 상태를 알기 어렵다. 이런 간암 고위험군은 3~6개월에 한 번 혈액검사와 간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간경변증 환자 100명 중 연간 3~6명 정도에게서 간암이 생긴다. 단순 간염 환자에게 간암이 생길 위험은 간경변증 환자의 10분의 1 정도다. 서양에서는 지방간염에 의한 간암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비만, 당뇨병이 늘면서 이런 간암 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증상을 호소하나.

“(심)증상이 있는 암은 완치가 어렵게 진행한 상태가 많다. 진행한 간암 환자에게도 대부분 특이적이지 않은 증상이 나타난다. 이유 없이 피곤하거나 식욕이 떨어지고, 체중 감소, 우상복부 통증, 복부 불편감, 황달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치료법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심)초기 환자에게 수술, 고주파열응고술, 방사선치료 등을 하는 것은 예전과 같지만 치료법이 정교해졌다. 복강경 수술이 늘었고 통증을 줄이기 위한 진정치료도 많이 한다. 다발성 간암은 경동맥화학색전술을 반복했지만 최근에는 방사선 치료 등 국소 치료를 병행해 병기를 낮춘 뒤 이전에는 이식이 불가능했던 환자에게 간이식을 시행하기도 한다. 진행성 간암도 다양한 표적치료제가 개발돼 일부 환자에게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와 혈관신생인자 억제제를 병합한 치료법이 임상 연구에서 좋은 효과를 낸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국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간암 진단 후 수술받을 수 있는 환자는 어느 정도 되는가.

“(김)간 절제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지만 실제 진단받은 환자 중 절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환자는 10~20% 정도다. 대부분의 간암 환자는 간경변증이 동반돼 간 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만성 간염, 간경변증이 있는 환자에게는 간 이식 수술이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이다. 종양 크기가 5㎝ 이하인 환자, 종양이 3개 이하고 가장 큰 것의 크기가 3㎝ 이하인 환자는 혈관 침습이 없다면 간이식 수술을 통해 4년 생존율을 75%까지 기대할 수 있다.”

▷수술 후 주의해야 할 것도 많겠다.

“(김)수술 부위의 감염이나 출혈, 폐렴, 담즙 누출, 복수, 황달 등이 생길 위험이 있다. 하지만 간 기능을 회복하면 증상은 호전된다. 수술 후 간에 좋다는 건강보조식품이나 한약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간 절제 수술을 하면 5년 안에 60% 정도가 재발한다. 재발 간암의 80%는 간에 생긴다. 재발암이라도 조기에 찾으면 치료할 수 있다. 간이식 후 간암이 재발하는 비율은 종양 크기 등을 통해 가늠하는 밀라노 기준에 맞으면 5년에 10~20%, 맞지 않으면 3년에 30~50% 정도다.”

▷예방을 위해 명심해야 할 것은.

“(심)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조기 진단법은 간초음파 검사와 알파태아단백 혈액검사를 6개월 주기로 시행하는 것이다. 예방을 위해 B형 간염 환자는 먹는 항바이러스제를 장기간 복용해야 한다. 간암 발생 위험을 60%까지 낮출 수 있다. C형 간염은 하루 한 번 2~3개월간 약을 먹으면 98% 이상이 완치된다. 간경변증이 있으면 술을 끊어야 한다. 당뇨 관리도 중요하다.”

▷간암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심)예방이 최선이지만 실망하거나 포기해선 안 된다. 간암은 충분히 치료하고 관리 가능한 질병이다. 의료진을 믿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 간에 좋다는 검증되지 않은 민간식품, 달인 물, 즙 등은 피해야 한다.”

“(김)간암 외에 간경변증을 동반한 환자가 많다. 간암은 치료법이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환자의 임상적인 상태, 간 기능, 간암 병기를 정확하게 평가해 치료법을 결정해야 한다. 의료진과의 긴밀한 소통이 중요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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