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논설실] '미국주의자' 트럼프 vs '사회주의자' 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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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2-20 11:11   수정 2020-05-04 00:01

[여기는 논설실] '미국주의자' 트럼프 vs '사회주의자' 샌더스


전통적으로 미국은 좌파의 동토(凍土)다. 유럽이라면 노동계급이 주도하는 사회주의가 있을 자리를 리버럴리즘이 대체하고 있는 나라다. 러시아 혁명 이전까지 많은 좌파이론가들은 '미국이야말로 사회주의자가 권력을 획득하는 첫 국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민족·인종·종교의 다양함 덕분에 노동자들의 단결이 어려웠던데다, 오랜 냉전을 앞장서 수행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선 레이스에서 지지율 30%를 돌파하며 대세론을 형성한 것은 '사건'이다. 밀레니얼 세대(2000년 이후 성인이 된 청년들)의 정치적 등장과, 그에 따른 밀레니얼 사회주의의 급부상을 입증한다.

샌더스는1941년생, 한국 나이로 팔순이다. 작년 2월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지 꼭 1년 만에 건강과 급진성에 대한 무수한 우려를 불식하고 대권 도전에 성큼 다가섰다. 최종 당선된다면 트럼프가 세운 역대 최고령 대통령 취임 기록(70세)은 10살이나 높아진다. 세계적으로 30·40대 젊은 지도가가 각광받는 와중에 엄청난 역주행이다.

소수일 수 밖에 없는 사회주의적 신념을 오래동안 지켜온 점이 샌더스에 대한 유권자들의 신뢰를 강화시키는 미묘한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주류와 CNN 뉴욕타임스 등 친 민주당 언론들은 그의 독주를 썩 반기지 않는 모습이다. 급진적인 정책이 민주당을 너무 '좌클릭'시켜 다수 유권자를 이탈시킨다며, 소위 '샌찍트'(샌더스 찍으면 트럼프가 대통령된다)를 걱정한다. 민주당 출신 오바마 전 대통령조차 어떤 후보든 지지하겠지만, 샌더스만은 예외라고 한 것으로 알려진다. 너무 급진적이라 본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다.


트럼프 진영의 공화당은 표정관리 중이다. '자본주의 종주국에서 철지난 늙은 사회주의자라니,가당키나 하겠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순진한듯 노회한 정치력으로 대세가 된 샌더스의 경쟁력을 허투로 보는 것은 금물이다. '사회주의자'라기보다 '포퓰리스트적' 면모가 넘치는 점이 샌더스의 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는 오래전 인터뷰에서 "내가 생각하는 사회주의란 국가가 모든 것을 소유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모든 인간이 적절한 수준의 삶을 누릴 수 있는 국가와 세상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감성을 건드리는 솔깃한 구호다. 하지만 그의 공약을 보면 명분을 앞세운 포퓰리즘으로 치달으며 실패로 귀결된 유럽 좌파 사민주의의 그것과 대동소이하다. 증세를 통한 복지재원 확대, 건강보험 공영화, 학자금 대출 탕감 및 공립대학 무상교육, 신재생에너지 100% 달성, 법인세 인상·부유세 도입, 월가 은행 규제 강화 등이다. '1% 기득권 대 99% 중산·서민층'이라는 대립구도로 판을 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수주의나 자유주의라는 분류에서 벗어나 '미국주의'라는 말을 듣는 '우파 포퓰리스트' 트럼프와 분명한 대립각을 만들어내고 있다.

밀레니얼 사회주의가 미국에서 바람몰이와 나선 것과 달리, 유럽의 좌파 사민주의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등 중도좌파 정당들의 동반 몰락양상이뚜렷하다. 유럽 좌파의 상징 제레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가 보리스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공세에 맞서 전통적인 좌파 부활을 선언하고 총선에 임했다가 참패한 게 작년 12월이다. 신분제의 잔재가 남아있는 영국의 노동계급조차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문제를 사회주의 정책으로 치유하자”는 코빈의 호소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코빈의 방법론이 작동하려면 걷잡을 수 없는 국가부채 증가와 경기침체가 뒤따르고, 결국 노동자가 최대피해자가 된다는 점을 유권자들이 경험으로 터득한 때문이다. 샌더스가 코빈의 실패를 만회할 어떤 비장의 카드를 내놓을지, 그 베팅의 결말은 어떠할지 흥미진진하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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