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무료화 空約' 쏟아진다

입력 2020-02-21 17:34   수정 2020-02-22 01:19


여야 총선 예비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대중교통 요금과 통행료 무료화 공약을 내걸고 있다. 재원 마련과 사업자 재산권 침해, 수익자 부담 원칙 위배 등 현실성을 도외시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세종 지역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들이 연달아 대중교통 무료화 공약을 내놓고 있다. 윤형권 예비후보는 2022년부터 세종 지역 버스요금을 단계적으로 무료화해 2023년에는 전면 무료화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세영 예비후보도 지역 버스요금 무료화를 약속했다.

유료 도로, 터널 등의 통행료 무료화 공약도 줄을 잇고 있다. 인천 중·동·강화·옹진 지역구에서는 여야 후보들이 연내 착공돼 2025년 개통 예정인 제3연륙교(영종도~청라) 통행료 무료화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무료화 공약은 선거철 ‘단골 메뉴’지만 실현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후보 당시 공약한 동해선고속도로 삼척~속초 구간과 광주대구선고속도로 담양~해인사 구간 무료화는 고속도로 이용자 간 형평성 문제 등으로 사실상 무산됐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건설비 1兆 더 드는데…여야 "인천 제3연륙교 무료 통행" 앞다퉈 약속
애초부터 표심 노려 급조한 공약…수익자 부담 원칙도 훼손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대중교통요금 및 통행료 무료화 공약이 줄줄이 ‘부도수표’로 돌아오고 있다. 유료도로법 등 법률상 추진이 불가능하거나 재원 마련 방안이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은데도 표심을 겨냥해 급조했다가 무산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4·15 총선에서 각 당 후보들이 관련 법 개정, 사업권 환수 등 조치까지 취하겠다며 ‘무료화 공약’ 경쟁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여야 막론하고 “통행료 무료화”

배준영 미래통합당 인천 중·동·강화·옹진 예비후보는 제3연륙교 무료화와 영종대교·인천대교 통행료 감면 기한 연장, 공항철도 요금 할인을 약속했다. 김정희 통합당 경남 양산을 예비후보는 경부고속도로 양산~부산, 양산~서울산 구간, 중앙고속도로 양산~대동 구간 등 양산을 통과하는 거의 모든 고속도로 구간의 통행료 무료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간 사업자에 대한 ‘강제처분’까지 내세우는 사례도 있다. 최회용 더불어민주당 광주 서구을 예비후보(전 참여자치21 대표)는 광주제2순환도로 무료화 및 통행료 할인을 위해 공익처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익처분은 민간투자법상 공익 목적으로 필요한 경우 주무관청이 민간 투자자에 대한 사업자 지정을 취소하고 운영권을 회수하는 강제처분이다. 사회기반시설의 상황 변경, 효율적 운영 등 요건이 모호해 아직 민간투자법상 강제처분이 이뤄진 적은 없다.

최 예비후보는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 대표 시절부터 줄곧 광주제2순환도로에 대한 공익처분을 주장해왔다. 참여자치21 관계자는 “광주시에 공익처분을 계속 주장했으나 시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공약까지 무산되는데…

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에 “관내 터널 운영권을 매입할 수 있도록 유료도로법을 개정해달라”고 건의했다. 오 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수정산터널과 백양터널 통행료 무료화 공약을 내세웠다. 당선 후 공약 실현을 위해 두 터널 운영사인 호주계 맥쿼리인프라에 운영권 매입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하자 법을 바꿔달라고 여당에 ‘SOS’를 친 것이다. 국토부는 그러나 최근 “특정 지역을 위해 법을 개정할 수 없다”고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대중교통요금 및 통행료 무료화 공약은 무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후보 당시 동해선고속도로 삼척~속초 구간과 광주대구선고속도로 담양~해인사 구간 무료화를 교통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당선 후 출범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광주대구선고속도로 담양~해인사 구간 무료화를 현실성 문제로 국정과제에서 제외했다. 동해선고속도로 삼척~속초 구간 무료화는 중장기 과제로 돌렸으나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동해선고속도로 삼척~속초 구간 무료화와 관련해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강원도 상공회의소협의회는 지난해 11월 “‘동해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공약을 ‘제천~삼척 고속도로 조기 개통’으로 대체해달라”고 청와대 등에 건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선 후보 당시 경인고속도로 무료화 공약을 내걸었으나 결국 임기 내 실현하지 못했다.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

대중교통요금 및 통행료 관련 공약은 사업 특성상 실현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도로공사는 유료도로법상 전국 고속도로를 하나의 노선으로 간주하는 ‘통합채산제’로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를 특정 구간에 한해 무료화하는 것은 법률 위반이 될 수밖에 없다.

민자도로는 민간 사업자와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무료화나 요금 할인이 불가능하다. 부산시는 수정산터널과 백양터널 운영권을 매입하기 위해 1년 넘게 맥쿼리와 협상을 벌였으나 진척을 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부 총선 예비후보는 무료화를 위한 법 개정까지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배준영 예비후보도 “제3연륙교 무료화를 위해 유료도로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소요 예산 역시 문제다. 인천시는 제3연륙교를 무료화하면 당초 계획 대비 통행 차량 급증에 대응한 도로 정비 등으로 건설비가 1조원 이상 더 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무료화 공약은 본질적으로 실현이 어렵다”며 “유권자들이 포퓰리즘성 공약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임도원/최진석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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