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벽돌에 로고 하나 찍으면 '수천만원'…수프림 브랜드 비결은

입력 2020-02-24 11:28   수정 2020-02-24 11:33

[02월 24일(11:28)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선한결 국제부 기자) “쓰레기에도 이 브랜드 로고를 박으면 비싸게 팔릴 걸.” 미국 스트리트 브랜드 수프림을 두고 나오는 말입니다. 최근 몇년간 수프림이 내놓은 제품을 보면 이 말도 허풍이 아닙니다. 흔해빠진 벽돌이나 신문지라도 수프림 로고가 찍혀 있으면 몸값이 수십~수백배는 예사로 뛰기 때문입니다.

이번엔 한 봉지에 만 원이 채 안되는 오레오 쿠키가 그렇습니다. 수프림은 식품기업 나비스코와 손잡고 컬래버레이션(협업) 한정판 오레오를 출시했습니다. 쿠키 중앙에 ‘오레오’ 대신 ‘수프림’ 로고를 새기고, 쿠키 색도 오레오의 전통색인 검은색 대신 수프림 브랜드 상징인 빨간색을 썼습니다. 포장지에도 수프림 로고를 인쇄했고요.

이번 수프림 한정판 오레오는 쿠키 세 개 들이 한 봉지 정가가 8달러(약 9700원)입니다. 지난 20일 판매를 시작한 미국 뉴욕의 오프라인 매장에선 당일 ‘완판’됐다고 합니다.

미국서 오레오 48개입 한 박스가 통상 4달러에 팔리는 걸 생각하면 한정판 정가가 이미 보통보다 33배 이상 비싼 셈인데요. 온라인 리셀러(제품을 되파는 이들) 장터를 보면 이는 ‘새발의 피’ 수준입니다.

한 경매자가 내놓은 수프림 한정판 오레오는 우리시간 24일 자정 기준 입찰가가 2만1700달러(약 2630만원)에 달합니다. 응찰자 40명이 107번 새 응찰가를 써냈는데요. 이 제품 경매 마감일은 25일까지라 낙찰가는 더 높아질 전망입니다. 다른 경매자가 내놓은 제품도 응찰가가 1만5000달러(약 1830만원)에 달합니다.

수프림 로고가 찍혔다는 이유로 몸값이 확 올라간 사례는 이전에도 많습니다. 수프림은 2016년엔 자사 로고를 새긴 벽돌을 30달러(약 3만6500원)에 내놔 매진시켰는데요. 이 벽돌은 이베이 등 온라인 경매사이트에서 2000달러(약 240만원) 선에 팔렸습니다. 2018년 8월13일자로 나온 수프림 컬래버레이션판 뉴욕포스트도 그랬습니다. 신문 1면과 맨 뒷면에 아무 기사도 없이 수프림 로고를 찍어 내놓자 23만부가 완판됐습니다. 당일 신문을 구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한 이들이 새벽부터 배달 트럭을 쫓아 달리기도 했답니다. 이 신문은 정가 1달러(약 1200원) 짜리지만 지금도 이베이에서 60달러(약 7만3000원) 선에 팔리고 있습니다.

수프림이 매번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완판시키는 비결은 뭘까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희소성과 입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벽돌이나 신문처럼 여느 패션 브랜드가 내놓지 않을 특이한 아이템을 정하고, 이를 한정판으로 팔아 구매욕을 자극한다는 얘깁니다. 특이한 뉴스거리로 입소문도 타고요.

수프림은 이같은 전략을 자체 정규 컬렉션에도 쓰고 있습니다. 작년 봄·여름시즌엔 반창고와 물총, 줄자 등에 로고를 박아 정규 시즌 제품으로 출시했습니다. 이 때도 각각 생산 물량을 제한해 내놓은게 인기 요인이었습니다. 한 리셀러는 WSJ에 “만약 수프림이 제품이 팔리는대로 계속 로고를 찍어내는 브랜드였다면 아무도 수프림 제품을 사고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즌 제품을 한 번에 판매 개시하지 않는 전략도 독특합니다. 수프림은 정규 시즌 중 매주 목요일에 새 제품을 깜짝 공개합니다. 이른바 ‘드롭데이’입니다. 시즌 컬렉션 제품 명단은 모두 알려주지만, 그 제품을 언제 살 수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수프림 반창고를 사고 싶은 이들은 시즌 첫 주부터 제품이 나올 때까지 목요일마다 수프림 웹사이트를 들락거려야 하는 식입니다. 수프림 마니아들은 제품 출시 시점 등을 놓고 소셜미디어 등에서 열성적으로 소식을 나누죠. 제품 수량도, 제품을 살 수 있는 날도 한정적이다보니 소비자가 더욱 몰립니다.

수프림은 출범 초기 미국 뉴욕의 거리 옷가게 시절부터 한정판 전략을 써왔습니다. 처음엔 손님이 많지 않다보니 재고를 쌓아둘 여력이 없어서 소량 생산만 했답니다. 이후엔 한 제품이 잘 팔려도 같은 것을 추가 제작하는 대신 다른 제품을 새로 만드는 식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수프림 창립자인 제임스 제비아는 작년 GQ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만드는 것들이 소비자 사이에서 흥분을 유발하길 원했다”며 “언제든 살 수 있는 아이템으로 가게를 채우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전략 덕분에 수프림은 ‘쿨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시즌 내내 로고 한정판을 쏟아내지만 소비자들은 지루해하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유명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이 운영하는 10억 달러 가치 글로벌 대기업이지만, 브랜드 이미지는 그렇지 않죠. 한 리셀러는 “수프림 한정판을 사는건 마치 멋진 비밀 모임에 가입하는 기분을 준다”고 했다네요. 올해는 수프림이 어떤 한정판 제품을 내놓을지 궁금해집니다. (끝)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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