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의 어려움은 왜 중국엔 어려움이 아닌가

입력 2020-02-26 18:26   수정 2020-02-27 00:14

중국 우한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싸움에서 정부 역량이 총체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문재인 정부는 특히 ‘안전하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외래 전염병 대처에서 허점이 적지 않다. 부실한 초기 대응으로 확진자가 발병지인 중국 못지않은 기세로 늘어나는 데다, 급기야 한국이 국제적 ‘고립지역’으로 몰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무엇보다도 기막힌 것은 중국으로부터 당하는 적반하장격의 부당한 대우와 수모다. 그제 제주항공 승객 167명에 대한 웨이하이(威海)시 공항당국의 ‘과잉 검역’과 14일간 격리조치가 대표적이다. 불과 열흘 전 인천시에 마스크 지원을 요청해 2만 개를 받아간, 한국과 교류도 오래된 중국 도시의 행태다. 지린성 옌지(延吉)공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고, 베이징 공동주택 단지에서도 모멸적 한국인 차별이 있었다. 조롱에 가까운 중국 언론의 한국 보도까지 보면 자괴감이 들 정도다. 이런 일의 이면에는 중국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과 외교적 관점이 작용한다는 사실은 그간 양국 간 일들로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중국만 욕하고 원망할 것인가. 제3자 시각에서 보면 전염병과 사투를 벌이는 중국 처지 또한 그만큼 처절하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토록 무서운 전염병과 세계가 싸우고 있다. 산업화·분업화가 고도화될수록 인간 활동은 도시에 집중되기 마련이고, 그럴수록 전염병은 국가사회의 치명적인 적이다.

푸념과 비판에 앞서 중국 실체부터 냉철하게 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 어려움”이라고 한 게 불과 1주일 전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위로한다며 한 말이다. 현지 언론을 통해 중국에도 잘 알려졌을 것이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무엇인가. 국가 관계의 기본은 상호주의다. 외교도 상식과 상호존중, 균형과 보편성에 기반해야 한다. 중국에 한국 어려움은 한국의 어려움일 뿐인 것이 ‘사드보복’ 이후 계속돼온 현실이다. 다수 국민은 냉철하게 보는 중국의 실상을 대통령과 정부만 못 보거나 외면하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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