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K] EDM 파티술 'K소주'…'과일소맥' 동남아 강타

입력 2020-02-27 09:33   수정 2020-02-2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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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을 뒤흔드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이 흘러나온다. 휘향찬란한 레이저가 무대를 밝힌다. 삼삼오오 모여있는 사람들 손엔 병이 하나씩 들려있다. 병 라벨은 익숙한 한글이 적혀있다. 하이트진로의 '자몽에이슬'.

하이트진로는 매년 가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EDM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연간 8만여명이 참여하는 행사에선 진로의 과일소주를 즐기는 청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김성건 하이트진로 동남아시아팀 팀장(부장)은 지난 24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캄보디아에서 '자몽에이슬' 등 과일 소주의 매출은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다"며 "3년간 매년 진행했던 EDM 페스티벌에선 병째로 들고 마시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는 2016년부터 3년간 매년 109% 판매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과일소주는 고급주류로 대접을 받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자몽에이슬 등은 1.25달러(약 1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현지 맥주가 0.5달러(600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2배나 비싼 셈이다.

김 팀장은 "3일간 오후 7시부터 밤 12시까지 진행되는 EDM 페스티벌에선 1200상자(2만4000병)가 팔려 나간다"며 "행사장 뿐 아니라 인근 채널로도 과일소주를 확대하는 효과적인 마케팅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판단했다.

국내에선 반짝 흥행한 뒤 사라졌던 과일소주가 동남아시아에선 특수를 맞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과일소주는 동남아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9개국에서 지난 5년간 연평균 3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선 자몽에이슬 청포도에이슬 자두에이슬 딸기에이슬 4종류가 판매되고 있다. 주로 편의점을 통해 가정 내에서 즐기거나 펍이나 바에서도 팔려나가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는 현지에 거주하는 한인보다는 현지인들을 중심으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김 팀장은 "초기엔 현지 한인이나 주재원 등을 겨냥했지만, 한인들의 소비패턴도 한국과 같아 과일 소주를 잘 찾지 않는 분위기였다"며 "오로지 현지인 대상으로 과일소주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과일소주 넣은 '소맥' 열풍

동남아에선 하이트진로의 '과일에이슬' 제품을 칵테일로 인식했다. 현지 술은 대부분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인 스피릿(Spirit)류가 대부분이고, 정제기술이 좋지 않다는 게 특징이다. 정제기술이 좋지 않으면 알코올의 역한 느낌이 남거나 목에 걸리는 느낌을 준다.

김 팀장은 "동남아시아 현지에선 과일소주의 도수가 낮고 목 넘김이 편하다는 점에서 칵테일과 비슷하게 느끼는 편"이라며 "과일소주를 얼음에 타서 마시는 온더락 형태로 많이 즐긴다"고 밝혔다.

부드러운 단맛 덕에 과일소주는 스피릿 류를 제치고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싱가폴 말레이시아에서 과일소주는 참이슬 후레쉬의 판매를 앞지를 정도다.

이미 인도네시아에선 하이트진로의 과일소주는 수입 스피릿류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수입 스피릿 시장에서 하이트진로의 과일소주의 시장 점유율은 9.7%로 1위를 기록했다. 말레이시아에선 시장 점유율 4.3%로 4위에 올랐다.

술에 대한 주세가 쎈 말레이시아에서도 선전한 덕분이다. 김 팀장은 "말레이시아에서 생긴 지 2년 된 펍 lye에선 매월 200상자 이상 판매되고 있다"며 "국내로 따지면 클럽 수준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슬림은 주류 소비 자체를 촉진하지 않기 때문에 소주 주세 자체도 450%에 달할 정도로 높은 편"이라며 "최근 젊은 세대들은 종교에 대한 구속력이 약해지면서 과일소주의 소비량도 급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맥주와 섞어 마시는 일명 소맥 레시피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밀맥주와 '자몽에이슬'을 섞어 마시면 우리가 국내에서 유통하는 프랑스 맥주 크로넨버그 1664의 맛이 느껴진다"며 "현지 펍에선 소맥을 즐기고 있는 테이블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에선 청포도에이슬 인기가 가장 좋은 편이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하노이에 한국식 바베큐를 선보이는 진로바베큐 1호점을 운영하고 있다. 김 팀장은 "베트남에선 주로 수입포도를 먹기 때문에 청포도는 접하지 않았던 상상의 과일인 것 같다"며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과일일수록 인기를 끌고 있는 편"이라고 밝혔다.



◆ 한국소주 베낀 짝퉁브랜드도 나와

지난해 필리핀도 판매량 측면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전체 인구가 1억명인 필리핀은 연간 맥주 판매량이 3억 상자에 달할 정도로 큰 소비시장이다.

김 팀장은 "필리핀의 인구의 3분의1은 18~34세로 구성될 정도로 젊은 층이 많은 나라로, 우리의 과일소주도 밀레니얼 세대를 주로 겨냥하고 있다"며 "스피릿 주류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될 정도로 알코올 도수가 높은 고도주의 판매가 많은 독특한 시장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에서 판매하는 브랜디 진 럼의 판매량도 연간 7000만 상자에 달할 정도다. 그는 "40도에 달하는 스피릿보다는 과일소주는 부드럽고 마시기 쉬운 주류이기 때문에 잠재성이 클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연간 스피릿 판매량 중 우리가 1%만 공략해도 70만 상자를 너끈하게 팔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지에서 청포도에이슬 등 과일소주 4종은 편의점에서 128페소(한화 약 2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현지에서 과일소주의 인기가 많아지자 이를 표방한 짝퉁 브랜드까지 나오고 있다. 김 팀장은 "저희 병을 회수해서 라벨을 표기한 짝퉁 브랜드도 속속 나오고 있다"며 "인도네시아엔 참 좋은, 태국의 건배와 세븐데이, 베트남 힘소주·불소주와 같이 소주의 알코올 주정 퀄리티는 검증이 안 됐지만, 과일소주를 앞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진로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더 높여 짝퉁 과일소주에 대항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아직 현지에선 소주 브랜드에 대한 인지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며 "진로 브랜드를 앞세우는 것을 과제로 놓고 브랜드 인지도 확대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통한 SNS 광고가 활발한 동남아시아 특성을 감안해 하이트진로도 SNS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김 팀장은 "현지 배우들을 사용한 웹드라마를 선보이거나, 베트남에선 현지 가수와 팬미팅하는 장면은 연출하는 등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수출 비중 확대하는 '과일에이슬' 시리즈

동남아시아에서 인기를 끌면서 전체 해외 시장에서 과일소주의 수출 비중도 크게 늘고 있다.

김 팀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수출에서 과일소중의 비중은 30%대를 차지했고, 올해는 4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현재는 기존 보통주인 참이슬 후레쉬나 오리지널의 판매 비중이 높지만 2년 뒤엔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출시한 '딸기에이슬'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판매처를 확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의 세븐일레븐 4600여개 지점에 '딸기에이슬'을 신규 입점한다.

김 팀장은 "우리나라 딸기는 동남아시아에선 주로 백화점에서 판매될 정도로 고급 과일로 인정받는 분위기"라며 "이에 딸기에이슬도 출시된 지 반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반응은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동남아시아에선 딸기 재배가 쉽지 않고, 과육이 단단하고 단맛도 적은 편이다.

올해는 라오스와 미얀마를 공략할 계획이다. 그는 "미얀마는 정부가 수출 쿼터제를 두고 있어 판매 물량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올해 정부가 무역 개방도를 높인다고 해서 이에 대비하고 있다"며 "라오스는 현지 유통사를 뚫기 위해 지속적으로 영업 조직을 꾸리고 있는 단계로, 전국 유통망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일소주를 통해 해외 시장에 '소주의 고급화'를 달성하는 게 하이트진로의 최종 목표다. 그는 "스카치 위스키나 럼 브랜디는 제조원가 대비 상당히 높은 가격에 팔리는데 왜 소주는 안 될까하는 의문이 들었다"며 "동남아시아에선 쉽게 접할 수 없는 청포도 딸기 등 이런 과일들이 현지인들의 상상력을 자극, 고급 이미지 형성에 일조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소주의 음용 방법을 다르게 하는 시장을 개척해서 해외에서 소주가 고급 술로 자리잡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트진로는 2024년 창사 100주년을 맞는 해엔 지난해 판매량보다 두 배 이상 늘리는 게 목표로 삼고 있다.

김 팀장은 "이미 과일소주는 해외에 100만 상자 이상 수출하고 있어 국내를 추월한 상황"이라며 "동남아시장에선 과일소주가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하나의 주류 카테고리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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