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에 성사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이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다. 실제 계약이 무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인수 측인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의 고민이 깊은 것은 사실이다.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되고 올해 재매각이 실시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작년 말 예상했던 것보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가 더 나빠졌기 때문이다.
작년 일본 보이콧 움직임 등의 영향으로 아시아나항공 매출액은 2018년 6조2012억원에서 작년 5조9553억원으로 줄었다. 2018년 962억원 규모 당기순손실은 작년 6726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는 중국발 코로나19 사태와 이에 따른 여행 중단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 손실 규모가 불어나면 HDC현산 컨소시엄의 계획에도 차질이 커진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약 10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자금 계획을 세웠으나, 코로나 사태를 반영하면 3000억원~400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이 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번지면 손실 규모는 이보다도 훨씬 더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HDC현산 컨소시엄은 당초 증자 후 부채비율을 300% 미만으로 떨어뜨리고 이에 맞춰 이자율도 낮추고 대규모 투자도 단행할 예정이었다. 지금은 투자는 커녕 당장 현재 수준의 영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만도 수천억원을 더 쏟아부어야 할 판이다.
여기에 산업은행의 무리한 요구도 한 몫을 했다. HDC현산 컨소시엄은 작년 11월 아시아나 인수에 약 2조5000억원을 쓰겠다고 약속해 인수자로 선정됐다. 이 가운데 약 3200억원은 금호산업에 구주 대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약 2조1500억원은 유상증자 대금으로 쓰기로 했다.
그런데 2조1500억원 중 당장 9000억원을 산업은행 자금 상환에 쓰라는 게 산은 측의 요구다. 9000억원 중 5000억원은 작년 초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함께 발행해 준 영구채를 상환하는 데 쓴다. 이는 입찰과정에서 산은이 내건 조건 중 하나였다. 금리도 연 7.2%대로 높아서 상환하고 달리 자금을 조달하는 게 낫다.
그러나 나머지 4000억원은 사정이 다르다. 해당 자금은 작년에 산은이 열어준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크레디트론에서 급히 꺼내 쓴 돈이다. 산은에선 이 돈도 당장 돌려달라고 하고 있지만, 아시아나항공과 HDC현산 컨소시엄 생각은 좀 다르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 전체가 큰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산은이 당초 요구했던 사항도 아닌 자기 자금 우선 상환을 내세우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산은의 요구 탓에 인수 측은 여러 상환 자금 가운데 어떤 것을 우선 상환하고, 어떤 것을 낮은 금리로 갈아탈지에 관한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드는 처지가 됐다.

특히 컨소시엄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FI)인 미래에셋대우 등을 중심으로 이런 조건이 부당하다는 불만이 커졌다. 인수를 포기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주장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여기에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데, 반도건설이 대한항공 경영권을 대단히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것도 업계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비용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소문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계약이 해지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계약금만 2500억원(전체 금액의 10%)에 달해 해지를 했을 때 얻는 실익이 많지 않다. 또 인수 주체인 HDC현산은 최근에도 중국 등에서 기업결합 신고를 했고, 아시아나 관계자들과 구성한 태스크포스에서 최근까지도 인수 후 전략을 긴밀하게 논의 중이기도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인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아직은 그런 정도는 아니다"며 "양측이 협상을 통해 접점을 찾아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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