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덜 풀렸는데…하프스윙만해도 제거리 다 나가요"

입력 2020-02-27 18:12   수정 2020-02-28 04:13


골프만큼 예민한 운동이 또 있을까요. 잘될 때와 안 될 때의 차이가 ‘하늘과 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10언더파를 친 최고의 날과 13오버파를 친 최악의 날이 있는데, 그 차이가 23타입니다. 주말골퍼는 어떨까요. 아마고수인 싱글골퍼가 90타를 치는 날이 있는 게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날그날 컨디션과 부상 여부, 입스(yips), 장비 교체, 코스 난도 등이 업앤드 다운에 영향을 미치는데, 주말 골퍼분들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건 아무래도 멘탈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긴장감, 부담감, 과시욕, 승부욕 등등…. 생각과 근육을 따로 놀게 하는 제2의 정체성, ‘골프 자아(自我)’가 라운드를 지배하는 셈이죠.

시즌 개시 라운드에선 정말 다양한 일이 벌어집니다. 가장 흔한 게 ‘120% 스윙’입니다. 의식적인 ‘힘주기’ 때문이 아닙니다.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 무의식 스윙이 그렇다는 얘깁니다. 와이파이처럼 허망하게 흩어지는 샷을 보고는 이렇게 말하죠. “힘을 빼고 쳤는데, 왜 이러지?”

프로들도 갤러리가 가득 찬 대회에서 경기할 때 무의식적으로 스윙아크가 커지거나 템포가 빨라져 생각지도 못한 비거리가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답니다. 일종의 갤러리 효과인데, 그럴 땐 캐디가 선수 몰래 한 클럽을 짧게 불러 거리를 맞추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마추어나 프로 모두 비슷한 심리 메커니즘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시즌 개시를 앞두고 있는 골퍼들한테 꼭 권하는 ‘비상 매뉴얼’이 있습니다. 콤팩트 스윙입니다. 먼저 그립을 짧게 잡습니다. 1인치, 그러니까 평소보다 2~3㎝ 정도 더 짧게 쥐는 게 첫 번째입니다. 이렇게 잡고 10~20회 정도 휘둘러 봅니다. 샤프트 두께가 다소 얇게 느껴져 낯설고, 안정감이 조금은 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 안가 스윙이 편하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므로 불안할 게 전혀 없습니다.

두 번째는 스탠스를 평소보다 반 발, 또는 한 발가량 좁게 서는 것입니다. 스탠스가 좁아지면 리듬과 템포 맞추기가 좀 더 수월해지고, 몸에 들어간 힘이 스르륵 빠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4분의 3 스윙, 즉 ‘스리쿼터 백스윙’입니다. 평소 백스윙이 100% 풀스윙이라면, 이보다 20~30% 작은 스윙(또는 50% 작은 느낌의 스윙)을 하자는 얘깁니다.

스윙이 작다고 거리가 안 나는 게 절대 아닙니다. 절제된 동작으로 만드는 콤팩트 스윙이 오히려 스위트스폿에 더 잘 맞힐 확률이 높고 휘두르는 게 쉬워집니다. 리듬 템포, 타이밍이 좋아지고요. 비거리도 오히려 탄탄하게 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 꼭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콤팩트 스윙으로도 100% 이상의 거리가 얼마든지 나고요. 챔피언급 몇몇 프로는 이 쿼터스윙에 스윙스피드만 바꾸는 방식으로 평소 스윙과 같은 거리를 내는 건 물론이고 20~30야드 범위의 거리를 마음대로 조절하는 고도의 비거리 통제기술을 구사하고 있답니다.

거리를 무작정 많이 낼 필요가 없는 홀이 더 많다는 점도 늘 염두에 두는 게 좋습니다. ‘가장 좋은 거리’는 ‘가장 자신 있게 그린을 공략할 수 있는 거리’라는 평범하지만 중요한 경구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겨울 동안 연습을 못한 만큼 기대치를 낮추자는 겁니다. “잘 안되는 게 당연하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즐겁게 최선을 다하자”는, 현실을 받아들이겠다는 마음가짐입니다. 어쩌면 ‘잘 치는 골프’보단 ‘무심한 골프’가 올 시즌 골프실력 향상의 전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영 < 골프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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