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우량 공기업이었는데…한전, 11년 만에 최악 실적

입력 2020-02-28 11:30   수정 2020-02-28 13:58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11년만에 최악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당초 기대보다 원전이용률이 상승하지 못한데다 전기판매 수익도 하락해서다. 한전은 올 하반기부터 전기요금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전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작년에 1조356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28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5% 감소한 59조928억원을 기록했다. 한전의 영업 적자는 2018년(-2080억원)에 이어 2년 연속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고 150달러까지 치솟았던 2008년(-2조7981억원) 이후 최악의 실적이기도 하다. 작년 말 기준 한전의 연결 기준 부채는 128조8000억원으로 치솟았다. 한전 부채비율은 2018년 160.6%에서 한꺼번에 186.8%로 뛰게 됐다. 한전 실적이 추락하면서 2년 연속 주주배당도 실시하지 못하게 됐다.

김병인 한전 재무처장은 “작년에 폭염일수가 줄면서 전력판매 실적이 감소했던 게 악영향을 미쳤다”며 “한전 실적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전은 전년까지 적자 원인으로 지목했던 국제 연료비 상승은 이번에 거론하지 않았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연료비가 전년 대비 오히려 1조8000억원 감소했기 때문이다. 대신 냉난방 수요 감소에 따른 전기판매수익 하락,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 및 감가상각비 상승 등을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리 원전 이용률이 바닥을 기고 있는 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탈원전 정책을 시행하기 이전이던 2016년까지만 해도 원전 이용률은 80~90%에 달했으나, 2017년부터 뚝 떨어져 작년엔 70.6%에 머물렀다. 작년 초에 세웠던 원전 이용률 목표치(77.4%)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한전 내부적으로는 원전 이용률이 1%포인트 낮아질 때마다 19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채용 확대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고효율 가전기기 구매환급 보전,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 상시 완화, ‘고비용’ 구조의 한전공대 설립·운영 등 정부 시책을 시행하는 데 따른 부담이 커진 점도 또 다른 원인이다.

2년 전부터 비상경영을 실시해온 한전은 적자를 탈출하기 위해 자구노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올들어 주택용 절전할인 등 각종 특례할인을 없앤 데 이어 하반기부터는 전기차용 충전요금 인상, 산업용 전기요금 상향조정 등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에선 한전이 경비 절감을 위해 설비·자재에 대해 값싼 중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전은 조만간 완도∼제주 구간 해저케이블 건설사업 입찰 공고를 내면서 참가 자격을 중국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관계자는 “입찰 참가자격 범위와 관련해 최근 기획재정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적은 있지만 중국 업체의 참여를 염두에 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 김병인 처장은 “지속 가능한 전기요금 체계를 만들기 위해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초우량 공기업이던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에 정부 책임이 작지 않은 만큼 결국 세금으로 적자를 일정부분 메워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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