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과 욕망으로 일그러진 관계 다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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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3-01 18:11   수정 2020-03-02 00:24

위선과 욕망으로 일그러진 관계 다뤄

홍상수 감독은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데뷔한 이후 줄곧 일상의 남녀관계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가식과 위선, 욕망으로 생식본능을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을 포착해 왔다. 그의 영화들은 거의 비슷하다. 헌신과 희생이란 사랑의 숭고함을 따르는 자는 없다. 특정한 장소와 공간, 술자리가 거의 빠짐없이 등장한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홍 감독은 위선과 욕망으로 일그러진 남녀관계를 자신의 방식대로 반복하고 변주한다”며 “자기 삶과 사유의 테두리 안에서 성찰하기 때문에 장르적 재미는 약하지만, 현실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반복된 주제 의식과 연출기법으로 ‘자기 복제’라는 비판도 받는다. 하지만 홍 감독은 자신의 24번째 장편 ‘도망친 여자’로 세계적 국제영화제인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음으로써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으로서 입지를 더 확고히 하게 됐다.

홍 감독은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가 중퇴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대학 학사, 시카고 예술대학원 영화학 석사 학위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강원도의 힘’ ‘오! 수정’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등의 작품을 통해 인간의 내밀한 위선과 욕망을 까발리는 ‘홍상수표’ 영화를 각인시켰다.

홍 감독은 즉흥적이면서 독창적인 연출로 유명하다. 그날 촬영할 장면의 대사를 그날 아침에 써서 배우들에게 나눠주는 식이다. 배우들의 말투와 성격, 습관을 극 중 캐릭터에 접목하기도 한다. 연인 사이인 김민희와 만든 일곱 편의 작품에는 두 사람의 실제 관계를 연상시키는 설정과 대사가 곳곳에 등장한다. 홍 감독은 지난달 25일 열린 베를린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삶은 어떤 종류의 일반화도 모두 뛰어넘는 것”이라며 “나는 영화를 만들 때 모든 일반화와 장르 테크닉, 효과 등을 배제한다. 그리고 나 자신을 열고 믿는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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