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수' 쿠팡의 딜레마…주문 폭증에 매출 늘었지만 적자도 눈덩이

입력 2020-03-01 17:28   수정 2020-03-02 07:14

“소비자들로부터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말을 듣는 게 우리의 미션입니다.” 쿠팡의 창업자 김범석 대표가 임직원에게 늘 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의 ‘미션’을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소비자들에게 사실상 공짜로, 빠르게 배송해주는 것을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적자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 연간 1조원을 넘었다.

“저렇게 사업하다가는 곧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래도 쿠팡은 ‘쿠팡의 길’을 갔다. 2018년 11월엔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를 투자받았다.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외부에서 유치한 자금이 바닥나면 그다음은?’ e커머스업계에선 쿠팡이 이 질문에 답해야 할 시기를 올해 말로 예상했다.

그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특수를 만났다. 돌출 변수다. 이번 특수는 쿠팡엔 ‘양날의 검’이다. 주문이 늘면 늘수록 적자가 커진다. 일각에서 쿠팡의 시계가 더 빨리 돌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사회 인프라로 기능

코로나19 발생 이후 사람들은 쿠팡에 의존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주문이 늘었다. 유통업계에선 지난 1~2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증가한 온라인 주문의 절반 가까이를 쿠팡이 가져간 것으로 추산한다. 평소 하루 200만 건이던 쿠팡의 주문은 300만 건으로 급증했다. 품절 사태도 빚어졌다. 물량만 있었다면 더 많은 주문을 받을 수도 있었다.

쿠팡이 ‘특수’를 누리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빠른 배송’이다. 쿠팡은 자체 배송망인 로켓배송을 통해 하루에 500만 개 이상의 상품을 보내준다. 식품은 새벽에도 배송이 이뤄진다. 최근 온라인 수요가 급증하는 분야다. 자체 배송망이 없는 G마켓 11번가 위메프 등은 시도조차 못 한다.

더구나 로켓배송은 사실상 공짜다. 구매금액이 1만9800원을 넘어야 하지만 쿠팡에 배송료란 것은 아예 없다. 월 2900원을 내고 유료회원이 되면 밤 12시까지 주문해 다음날 새벽에 식품을 받을 수 있다. 반품할 때도 돈이 들지 않는다. 물론 마켓컬리 SSG닷컴 등도 새벽배송을 한다. 하지만 쿠팡은 이들보다 훨씬 사용자 층이 넓다. 상품 구색도 더 다양하다. 식품뿐 아니라 문구, 스포츠용품 등도 새벽에 가져다준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쿠팡이 사실상 ‘사회 인프라’ 기능을 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의 비전은 실현되고 있는 것일까.


팔수록 손해 커지는 딜레마

주문 폭주는 쿠팡에 ‘양날의 검’이다. ‘필연적’으로 대규모 적자를 동반한다. 자금이 바닥나는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는 얘기다. 쿠팡은 2018년 약 4조4000억원의 매출에 1조1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 대비 손실률이 25%에 달했다. 보통은 기업 매출이 늘수록 수익성이 개선되는데 쿠팡은 그렇지 않았다. 전년도 손실률(23%)보다 수익성이 악화됐다.

업계에선 작년 쿠팡의 매출을 7조원 이상으로 추산한다. 손실률을 20%만 잡아도 1조5000억원 안팎의 적자가 났다는 얘기다. 로켓배송을 통해 점유율을 빠르게 높인 대가는 막대한 손실이었다.

수익성은 올해도 나아지기 힘들 전망이다. 비용이 많이 드는 식품 새벽배송이 최근 특히 증가했다. 식품 배송은 창고부터 배송 차량까지 냉장·냉동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여기에 투자비가 많이 든다. 반품률도 일반 상품보다 높은 편이다.

쿠팡은 2018년 말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1년이 조금 지났다. 예상보다 주문이 급증했지만 식품 배송에 필요한 냉장·냉동시설인 ‘콜드체인’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 식품을 둘 곳이 없어 제조사에서 물건이 오면 곧바로 배송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르바이트 ‘쿠팡플렉스’는 배송의 숨통을 터주고 있다. 이들은 배송 건당 돈을 받는다. 쿠팡 직원인 쿠팡맨에 비해 단가가 더 높다. 그럼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 쿠팡은 플렉스 인력을 더 늘렸다. 지난달 쿠팡은 플렉스 배송 단가를 작년 말 대비 2배 이상 올려 늘어난 주문을 처리 중이다.

상장으로 돌파구 마련하나

쿠팡이 구조적인 적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로 미국 나스닥 상장을 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나스닥에선 대규모 적자를 낸 기업도 성장성만 입증하면 상장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른바 ‘테슬라 상장’이다. 최근 쿠팡이 ‘거물급 인사’들을 영입한 것도 나스닥 상장을 위한 정지 작업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많다.

쿠팡은 최근 1년 새 케빈 워시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 나이키와 월마트 등을 거친 재무 전문가 마이클 파커, HL 로저스 전 밀리콤 부사장 등을 영입했다. 쿠팡은 본사를 미국에 두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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