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둥이 엄마가 만든 기저귀 아마존도 뚫었다

입력 2020-03-03 17:31   수정 2020-03-04 16:17

프리미엄 생활용품 제조·유통업체인 헤리티지벤처스는 예기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기를 맞았다. 중국 광저우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조한 생활 물품이 항구에 묶인 것이다. 김지호 대표(사진)는 손을 놓고 기다리지 않았다. 통행증을 보유한 현지 운송주선업체를 수소문한 데 이어 주변 인맥을 총동원해 물류 통과가 가능한 중국 내륙 도로, 국제항 등 정보를 수집했다. 운송업체는 김 대표가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8개 컨테이너 전량을 반입하는 데 성공했다. 김 대표는 “국내 공급용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미국 수출용 제품까지 있어 다급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삼엄한 물류 통제를 뚫은 비결에 대해선 “중국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관시(關係)를 터득한 데다 10년여 직장생활에서 쌓은 노하우와 인맥 덕분”이라고 했다.

아시아 최초 ‘아마존 베이비’ 입성

김 대표는 대형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코리아에서 15년간 일한 상품기획 전문가다. 유아용품 생활용품 뷰티제품 등 일상 속 제품을 ‘어떻게 하면 잘 팔까’를 고민했다. 상품성을 높이고 단가를 절약하기 위해 국내외 제조공장을 찾아 생산공정을 꼼꼼히 살폈다. 이런 발품을 판 덕분에 생활용품의 재료부터 제조공정까지 꿰뚫게 됐다.

김 대표는 2016년 셋째 아들을 출산하면서 미뤄왔던 출산휴가를 한꺼번에 신청했다. 같은 해 중순 ‘깔창 생리대’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김 대표는 상품기획과 육아에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하면 싸고 질 좋은 생활용품을 제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듬해 2월 유아·생활용품 전문기업 헤리티지벤처스를 설립한 배경이다.

헤리티지벤처스는 2017년 4월 기저귀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김 대표는 상품기획자로 일하며 쌓은 노하우를 밑천으로 직접 기저귀를 디자인하고 재료를 선정했다. 일부 상품 제조는 중국 공장에 맡겼다. 김 대표가 기술력을 전수하고 품질 검수까지 도맡는 OEM 방식이었다.

이렇게 생산된 헤리티지벤처스의 기저귀 제품은 지난해 2월 아마존 베이비 카테고리에 등록됐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아마존 유아용품 판매 허가를 아시아에서 최초로 획득한 업체가 됐다. 지난해 국내 매출은 57억원으로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뛰었다. 최근에는 전국 1200개 올리브영 매장에 입점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오프라인 유통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중소기업이 잘하는 일 찾았어요”

김 대표는 대기업과 비교해 중소기업이 지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따라가기에는 대형화된 설비 및 인력 구조를 보유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낫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대형 생활용품업체는 1970~1980년대 제조설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 신제품을 개발하기보다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는 구조”라며 “중소기업은 좋은 소재를 도입하고 효율적인 유통채널을 빠르게 선점해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을 앞세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헤리티지벤처스가 전체 제품의 10%를 중국 OEM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은 변화하는 트렌드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선 제조 설비를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슬림 경영’이 필요하다는 김 대표의 판단에서다.

김 대표는 기저귀, 생리대, 물티슈 등 프리미엄 생활용품의 직접 생산을 고집하는 한편 유통망은 자사 온라인 쇼핑몰(일센치플러스)과 아마존, 올리브영 등에 집중하기로 했다.

헤리티지벤처스는 경제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 대용량 팩 기저귀를 매달 3000~5000개 지원하고 있다. 김 대표가 기획한 ‘자이언트 컬러링 포스트 1+1 나눔 이벤트’는 신청자에게 대형 컬러링 포스트 1개를 무상 제공하고, 동시에 어려운 이웃에게 같은 제품을 무상으로 1개 더 제공하는 기부 활동이다. 김 대표는 “꾸준한 이윤 창출로 지속 가능한 중소기업을 일구겠다”며 “사회적 문제를 나의 노하우와 지식으로 해결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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