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메디톡스 서로 "美 ITC 승소 확신"…5년째 진실게임[종합]

입력 2020-03-04 15:45   수정 2020-03-04 15:48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둘러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진실게임이 5년째 지속되고 있다. 2016년 관련 논란이 불거진 이후 양사는 수년째 소송을 불사하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서로를 비난 중이다.

4일 오전 메디톡스는 지난 달 4일부터 7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된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 관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재판에서 ITC 소속 변호사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를 사용하고 있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ITC 소속 변호사는 ITC 재판부가 별도로 지정한 제3자다. 원고와 피고가 제시한 모든 증거들을 열람해, 중립적인 전문가 의견을 제시한다고 메디톡스 측은 설명했다. 또 ITC 소속 변호사는 배심원과 같은 역할로, 재판부 최종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이날 오후 반박 자료를 냈다.

대웅제약 측은 ITC 소속 변호사의 의견은 개인의 의견에 불과하며, 의견 이상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ITC 행정판사는 ITC 소속 변호사의 의견과 별개로 재판에서 밝혀진 증거를 근거로 완전히 독립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전했다. 나아가 ITC 행정판사의 예비결정 또한 최종 결정권자인 위원회의 검토를 위한 권고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위원회의 최종판결은 판사의 예비결정과 다른 경우도 다수 존재하는 등 최종판결까지 섣부른 예측을 할 수 없다는 게 대웅제약의 입장이다.

대웅제약은 또 ITC 소속 변호사가 메디톡스가 주장하는 미국 산업 피해 요건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고 했다. 미 ITC 소송의 성립 요건 중 하나는 현존하는 미국 산업에의 피해인데, 이를 감안하면 이번 소송은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 "에볼루스가 합의 요청했다"vs"아니다"

최근 불거진 논란 중 하나는 대웅제약 보툴리눔톡신 제제의 미국 판매사인 에볼루스와 메디톡스 간의 합의 진행 여부다.

메디톡스 측은 "에볼루스가 찾아와 합의를 요청했으나 결렬됐다"며 "에볼루스만 동의하면 결렬된 합의 내용을 모두 공개하고 싶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에볼루스에 직접 확인한 결과, 오히려 메디톡스 측이 먼저 에볼루스에 합의를 제안하였고 에볼루스는 자신이 합의할 사항이 아니었으므로 이러한 내용을 대웅 측에 알려왔고 대웅은 즉시 거절했다"고 반박했다.

대웅제약은 여기에 더해 "메디톡스는 아직 공개되지도 않은 ITC 소속 변호사의 서면 의견을 공개했다"며 "이는 ITC 재판부의 비밀유지명령을 위반한 것으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명령위반에 의한 제재를 감수하면서 급박하게 자료를 배포한 것은 검찰과 식약처 등의 전방위 조사로 메디톡스가 대표 수사 및 보툴리눔톡신 제제 판매허가 취소 등 절박한 상황에 처해서라고도 주장했다.

관련해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날 밝힌 내용은 ITC 공개심리에서 나온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이 회사의 균주와 생산공정을 훔쳐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 중이다. ITC 소송은 오는 6월 예비판결이, 10월에 최종판결이 진행될 예정이다. 메디톡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대웅제약은 미국에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판매할 수 없게 된다.

한민수/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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