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코로나 여파…'살얼음판' 된 회사채 시장

입력 2020-03-05 17:29   수정 2020-03-06 02:51

마켓인사이트 3월 5일 오후 4시30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가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처인 회사채 시장까지 덮치고 있다. 가파르게 떨어진 금리에 투자심리가 가라앉으면서 적잖은 기업이 채권 투자 수요를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분간 우량 기업을 제외하고는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이치케이이노엔(옛 CJ헬스케어)은 5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지난 2일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서 500억원의 매수 주문만 들어와 모집액을 겨우 채웠다.

한국토지신탁이 지난달 2000억원어치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1650억원의 매수 주문만 받는 등 회사채 시장에서는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과 비슷한 A급(신용등급 A-~A+) 기업인 한화건설(1.48 대 1), 효성화학(1.68 대 1) 등도 2 대 1에 못 미치는 저조한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실제 신용등급은 ‘A+’지만 채권시장에서 ‘AA-’ 수준으로 대우받는 여천NCC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회사는 당초 증권신고서에 모집액을 2000억원으로 기재했지만 발행액을 4000억원까지 확대할 계획이었다. 수요예측에서 매수 주문이 대거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기관들의 수요예측 참여액은 2500억원에 머물렀다. 여천NCC는 부랴부랴 추가 청약을 받아 팔리지 않은 1500억원의 수요를 겨우 확보했다.

얼어붙은 분위기가 지속되자 이달 초 5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준비한 대우건설은 조달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큰 폭의 금리 하락에 투자자들이 선뜻 회사채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로 주요 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내리막을 타고 있다. 3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린 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전망에 힘이 실린 것도 하락 추세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20일 기준금리(연 1.25%) 아래로 내려간 이후로도 하락세를 거듭하며 이날 연 1.051%까지 주저앉았다. 5년물도 기준금리를 한참 밑도는 연 1.143%까지 떨어진 상태다.

김상훈 KB증권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긴급하게 금리 인하를 결정하면서 한은이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4월에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4월에 금리를 내린 이후 또 한 번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당분간 국고채 금리가 연 1% 밑으로 떨어질지를 두고 공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채 금리도 최근 A등급까지 연 1%대(4일 시가평가한 3년물 기준 연 1.919%)에 진입했다. 이 같은 변화에 힘입어 SK매직은 이날 A등급 기업 중 사상 최저인 연 1.567% 금리로 3년물을 발행했다.

금융투자(IB)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 추세가 강해지면서 투자 위험은 커지고 있는데 연 1%대 이자를 받고자 A등급 회사채를 담긴 어렵다고 판단하는 기관이 늘고 있다”며 “금리 차가 크지 않다면 차라리 AA-등급 이상 우량 회사채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회사채 시장에선 당분간 우량 기업을 제외하고는 회사채 발행이 만만치 않은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다음달 채권 발행을 검토 중인 기업들의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국내 기업이 다음달 만기를 맞는 회사채 규모는 총 5조3971억원에 달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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