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취소 앞둔 신천지의 120억 기부…법조계 "횡령에 해당될 소지"

입력 2020-03-07 10:00   수정 2020-03-07 11:40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와 대구시, 전국재해구호협회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이 있는 신천지교의 120억원 기부를 거절한 가운데, 법조계에선 신천지가 적법절차를 거쳐 기부했는 지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지난 3일 공익을 해친다며 법인허가를 취소하겠다고 밝혔음에도 거액을 한꺼번에 기부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여러 단체들이 기부금을 거절해 실제로 전달되진 않았지만 신천지가 기부금 120억원을 조성해 전달을 실행한 행위 자체는 실제 기부한 것과 법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신천지는 지난 6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측으로부터 신천지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것에 대한 부담 등의 이유로 반환요청이 왔다”며 “빠른 시일 내에 기부처를 찾아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달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신천지는 사전 협의없이 사랑의 열매 대구지회에 100억원, 중앙회에 20억원을 지난 5일 각각 송금했다. 하지만 권영진 대구시장은 “신천지가 해야할 일은 기부가 아닌 방역 협조”라며 거부했다. 권 시장은 “확진을 받은 다수의 신천지 교인들이 2인실이라는 이유로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거부하거나 진단검사를 거부하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천지교 교주 이만희 총회장과 신천지에 요청한다. 확진자들은 치료센터 입소와 진단검사를 신속히 응하라”고 경고했다. 여론의 반응이 안좋자 사랑의 열매측도 기부금을 반환하겠다고 밝혔고, 전국재해구호협회도 신천지측의 기부 제의를 거절했다.


법조계에선 기부금 조성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형법상 장물 취득 죄가 성립될 수 있어 이 단체들이 거부의사를 밝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형법 362조에 따르면 재산범죄에 의해 생긴 ‘장물’을 취득, 양도, 운반 또는 보관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한 서초동 변호사는 “신천지가 법인이나 재단 예산에서 합법적으로 120억원을 기부했는 지 불분명한 상태에선 기부금을 거절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신천지 신도나 내부 구성원들이 기부금 납부 의사결정 절차에 이의 제기를 한다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업무상 횡령)에 해당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특경가법상 업무상 횡령의 형량은 무기징역 또는 징역 5년이상에 해당된다. 박향미 전국신천지피해연대 정책국장은 “신천지측 시설이 폐쇄되며 집회가 금지됐는데, 내부 총회나 운영위원회 등에서 전체 신도 의견을 모아 정상적인 의사결정 절차를 밟았을 가능성이 낮다”며 “이만희나 측근 몇명이 결정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천지의 재산은 모든 구성원에 합일적으로 귀속된다는 민법상 ‘총유(總有)’개념이 적용된다”며 “기부금 규모, 납부처, 납부시점 등을 정할 때 신천지 규약(정관)에 따랐는 지, 구성원들에 의견을 묻는 절차를 거쳤는 지, 반대 의사는 없었는 지 등이 쟁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천지가 아닌 보통 교회에서도 당회의 결정만 있으면 소속 교인들의 의사를 묻지않아도 예산을 집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견해가 많지만, 이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모든 신도들에게 예산 집행 사실을 사전에 알리고, 의견을 청취해 동의를 얻는 절차를 투명하게 거쳐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서울시가 신천지 법인 등록을 취소하겠다고 밝혀, 법인 청산(해산)을 앞둔 시점에 120억원을 한꺼번에 기부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인 해산시 채권 채무 관계에 따라 공정한 청산 절차가 진행돼야 하는 데, 채권자와 사전 협의없이 거액이 해산 직전에 빠져나갈 경우 민법상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지난 3일 정례브리핑에서 “신천지가 시에 등록한 사단법인이 공익을 해한 행위를 해 법인 취소 요건에 해당한다고 본다”며 “청문절차를 거쳐 법인 허가를 취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연식 문화본부장은 “신천지교가 방역당국에 적극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도 명단을 허위 제출하고 전수조사에도 조직적 거부와 허위 진술을 하고 있다”며 “현재도 각종 위장시설을 통해 포교나 모임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신천지는 이로부터 이틀 뒤인 지난 5일 120억원을 기부했다. 승 연구위원은 “이번 기부 행위가 신천지측이 위기를 탈피하기위한 '면피용'이라면 자기 또는 제 3자의 이익을 위해 넘겼다는 점에서 횡령죄의 범죄구성요건인 '불법 영득 의사'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흥락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도 “기부금의 출처와 기부 절차에 대한 소명을 요구한 다음 업무상횡령 혐의가 있으면 검찰이 즉각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선 만약 120억원 전체가 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 개인 자금에서 나온 것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이 또한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은 이만희 총회장에 대해 소득 출처가 투명한지, 탈세는 없었는지를 철저히 따져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변호사는 “기부금 납부가 신천지 정관과 일치하고, 신천지 내부에서 모든 신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의사결정 절차를 거쳤다면 위법 소지는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본지는 신천지측 해명을 듣기위해 여러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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