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예산 맞먹는 51兆 드는데…1인당 재난기본소득 100만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2020-03-09 17:22   수정 2020-03-10 01:42


국민 한 사람에게 10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나눠주자는 논의에 불이 붙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벼랑 끝에 몰린 경기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쪽에서는 4·15 총선을 겨냥한 ‘현금 살포’ 아니냐는 비판도 거세다.

여당 지자체장이 띄워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 8일 “코로나19로 내수시장이 얼어붙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모든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을 일시적으로 지원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소득에 상관없이 현금을 나눠주자는 주장의 가장 큰 이유는 시급성이다. 경기는 빠르게 위축되는데 지급 대상을 추리기 위해서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김 지사가 “지원 대상자를 선별하는 데 시간과 행정적 비용을 낭비할 겨를이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비용 대비 효과다.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국민 한 사람당 100만원씩 지급하려면 51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는 올해 국방비와 맞먹는 액수다. 국민이 100만원을 소비하면 추가로 8조~9조원의 조세 수입이 생긴다는 게 김 지사 주장이다.

기본소득이 필요 없는 고소득층에게는 지급한 금액만큼 내년도에 세금으로 다시 거둬들이면 51조원의 절반은 보전할 수 있다는 게 김 지사의 주장이다. 세금으로 고소득층까지 지원한다는 비판도 면할 수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기한 내 써야 하는 지역화폐 형태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9일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지지 방침을 밝혔다. 경제계에선 이재웅 쏘카 대표가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재난기본소득 50만원을 어려운 국민에게 지급해달라’는 제안을 올렸다.


재정부담 큰 반면 효과는 미지수

전문가들은 소요되는 재정 규모가 큰 반면 효과는 불투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권 인사들의 제안에는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 깔려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소비 성향이 높지 않은 일반 사람들은 저축할 가능성이 크다”며 “나중에 세금으로 다시 걷을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오히려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현금 살포가 민간소비를 구축하는 효과를 일으켜 효과가 없다는 분석이다. 박정수 서강대 교수는 “직접 피해 당사자인 자영업자 등에 대한 상황 파악 없이 정책을 미리 발표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소비 성향이 높은 저소득층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재난기본소득이 일회성 현금 지급을 기본소득으로 포장한 정치적 수사라는 비판도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정부가 정책 실패를 줄이기 위해 재정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나온 개념이 기본소득”이라며 “재난기본소득은 정부의 책임 없이 기본소득의 달콤한 부분만 강조하는 즉흥적인 아이디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사회적 합의가 안 된 상태에서 나온 재난기본소득이 ‘나쁜 선례’가 돼 포퓰리즘 도미노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지금은 방역 대책에 집중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소비 진작책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정부는 신중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회성이라고 하지만 똑같은 요구가 계속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며 “나중에 고소득자 지급분을 세금으로 회수하는 데 따른 반발도 클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민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추가 조치를 두고 여러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면서도 “재난기본소득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기획재정부 역시 난색을 보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결국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빚으로 세대 간 갈등까지 번질 가능성도 있다”며 “더구나 재난을 틈타 기본소득 실험을 하자는 건 굉장히 위험한 시도”라고 했다.

여당은 이번 추경에 재난기본소득 방안을 기술적으로 포함시키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9일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난기본소득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추경의 시기적 급박함을 고려하면 이번 추경에서는 쉽지 않다”며 “그러나 이후에도 (재난기본소득을) 지속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재난기본소득을 위한 2차 추경을 편성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조차 “재난기본소득과 같은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4월 총선을 앞두고 과거 무상급식, 무상교육처럼 보편적 복지제도의 하나로 재난기본소득이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미현/성수영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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