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株 등 고배당 '옛말'…배당투자 '빨간불'

입력 2020-03-09 17:35   수정 2020-03-10 00:53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투자자 사이에 인기를 모았던 에쓰오일 등 정유주가 계속된 실적 부진으로 배당금을 대폭 줄이고 있다. 정유주뿐 아니라 주요 상장사 이익 규모가 모두 줄어들면서 배당주 투자자들에게 ‘빨간불’이 켜졌다.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창궐하면서 국내 상장사들이 배당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에쓰오일, 배당금 650억 삭감

에쓰오일은 연간(중간 및 결산) 주당 배당금을 200원(보통주 기준)으로 확정했다고 9일 발표했다. 우선주를 합한 지난해 연간 배당금은 224억원이다. 2018년 배당금(874억원)보다 73.3% 급감한 금액으로,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른 정유주인 SK이노베이션도 사정은 비슷하다. SK이노베이션은 중간 주당배당금 1600원, 연말 1400원 등 2019년 3000원의 주당배당금을 발표했다. 한 해 전 총배당금(7083억원) 대비 62.6% 줄었다.

배당률은 쪼그라들었다. 에쓰오일의 시가배당률(주당배당금/주가)은 2016년 말 기준 7.3%에서 작년 말 0.2% 수준으로 떨어졌다. 에쓰오일은 배당금의 재원이 되는 지난해 순이익도 654억원으로 정정하면서 74.6%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은 이날 9.8% 급락해 1년 최저가(5만8000원)를 찍었다.

정유주는 지난해 정유 및 화학제품의 공급 과잉으로 부진한 실적을 냈다. 올 들어서도 석유 정제마진 악화에 코로나19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실적 전망은 더 어두워졌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이다. 지난해 12월 마이너스였던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지난달 4달러까지 올랐다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이달(첫째주 기준) 1.4달러까지 추락했다. 통상 국내 정유업체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올 1분기 예상 순손실 874억원을 내 적자 전환할 전망이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부터 국제 유가가 회복하며 정유업황이 살아나야 배당 지급 여력도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배당 전망은 더 어두워

국내 상장사의 배당 감소는 비단 정유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배당금 총액은 2018년 31조9437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날까지 결산 현금배당을 공시한 유가증권·코스닥시장 964개사의 2019년 배당금 총액은 30조4840억원으로 집계됐다. 상장사 배당이 아직 모두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주요 대형주 배당 발표가 끝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배당 감소 추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주 중에서도 SK하이닉스와 삼성화재의 배당 규모가 감소했다. SK하이닉스의 작년 배당금은 6840억원으로 33.3% 줄었다. 삼성화재 역시 26.1% 줄어든 3613억원을 배당했다.

롯데케미칼, LG화학 등 대형 석유화학업체도 실적 부진 충격에 배당을 줄였다. 지난해 순이익(7581억원)이 전년 대비 53.8% 감소한 롯데케미칼은 배당도 36.2% 줄었다. LG화학의 배당금도 66.6% 급감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실적 급감 또는 적자 전환 기업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돼 배당 규모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이미 올해 1분기 상장사 실적 눈높이가 크게 떨어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5주 동안 국내 증시(200개 주요 종목)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11.2%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같은 기간 4.7% 줄었다”며 “상장기업의 실적 훼손이 확인되면 증시가 안정을 찾는다 해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오래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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