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내달부터 27% 증산"…러시아와 '석유 전쟁' 돌입

입력 2020-03-10 21:55   수정 2020-03-11 01:35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석유 전쟁’에 돌입했다. 사우디가 증산을 공식 선언했으며 러시아도 ‘맞불’을 놓을 준비가 돼 있다고 나섰다. 세계 2위와 3위 산유국 간 석유 전쟁의 최대 패자는 1위인 미국 셰일오일업계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셰일오일업체들은 그렇지 않아도 재정난을 겪고 있는데 석유 전쟁으로 인해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줄파산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4월부터 산유량을 하루 123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와의 유가 전쟁을 공식 선포한 것이다. 아람코의 하루 생산량 1230만 배럴은 2월보다 27% 많은 수준이다.

러시아도 맞받아쳤다.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자국 TV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러시아 석유회사들은 단기적으로 하루 20만~30만 배럴을 증산할 수 있으며 더 길게는 하루 50만 배럴 증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의 하루 생산량은 1130만 배럴 수준이다. 노바크 장관은 다만 “문은 열려 있다”며 협상에 다시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미국 셰일오일업체들의 주가는 폭락했다. 옥시덴탈페트롤리엄은 52%, 다이아몬드백에너지는 47%, 컨티넨털리소시스는 40% 떨어졌다. 유가가 급락하자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10.15달러(24.6%) 폭락한 31.13달러에 마감했고, 브렌트유는 배럴당 10.91달러(24.1%) 떨어진 34.36달러를 기록했다.

제이슨 발도프 컬럼비아대 교수는 “사우디와 러시아 간 석유 전쟁에서 가장 큰 패자는 미국 셰일산업이 될 수 있다”며 “배럴당 30달러 정도의 유가가 이어지면 많은 셰일업체가 파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셰일업계는 유가 폭락 이전부터 자금난에 처해 있었다. 2014년 세계적 증산 경쟁이 벌어졌을 때는 투자자들이 수천억달러를 투자해 셰일업계를 구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년간 셰일업계의 낮은 수익률에 지친 월가는 지금 도와줄 의향이 없다”고 전했다. WSJ가 조사한 29개 셰일기업은 지난 10년간 매출보다 지출이 1120억달러 많았다.

게다가 그동안 발행한 회사채의 만기가 다가오고 있다. 무디스에 따르면 향후 4년간 미국 에너지 기업들은 860억달러의 부채를 갚아야 한다. 이날 에너지 기업들의 회사채가 폭락한 이유다. 스콧 셰필드 파이어니어내추럴리소시스 최고경영자(CEO)는 “아마 석유가스 기업의 50%는 2년 사이에 파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셰일 기업들은 비용 감축에 들어갔다. 다이아몬드백에너지는 이날 새 유정을 개발하는 직원 3분의 1을 줄이고, 이번 분기에 예정된 세 곳의 굴착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석유 생산은 지난주 하루평균 1310만 배럴로 사우디와 러시아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대니얼 예르긴 부회장은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수준이라면 미국의 1위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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