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따른 원격진료의 한시적 허용,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입력 2020-03-11 15:20   수정 2020-03-12 13:5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막기 위해 세계가 총력을 기울이는 지금, 국내 의료계에서는 원격진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원격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기 때문이다.

국내 의료계에서 원격진료는 일종의 금기어다. 하지만 세계에서 원격진료를 전면적,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

원격진료로는 검체 채취를 할 수 없으므로 감염병 진단은 불가하다. 그럼에도 코로나19에 대비해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이유는 환자 간, 환자와 의료진 간의 접촉을 줄여 감염 가능성을 낮추기 위함이다. 감염이 의심되면 원격으로 환자를 선별한 다음 필요한 경우에만 내원하게 할 수 있다. 또한 만성질환 등으로 진료를 받아야 하지만 감염 걱정 때문에 병원을 방문을 꺼리는 환자에게도 유용할 수 있다.

다른 국가도 코로나19에 대비해서 원격진료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미국원격진료협회는 코로나19의 원격진료에 대한 국민의료보험인 메디케어 적용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의료인에게 가능한 모든 수단을 지원해달라는 요구였다. 의회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이를 승인했다. 영국의 국민의료보험 NHS는 1차 병원의 진료를 원격으로 할 것을 권하기 시작했다. 1차 진료의 5%라도 원격으로 이뤄지면, 주당 30만 건의 대면 진료를 줄일 수 있으니 감염도 적어진다는 계산이다. 또한 이를 통해 의료진을 감염에서 보호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럼에도 복지부의 이번 결정은 졸속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원격진료를 위한 최소한의 준비도 없이 무작정 허용해버렸기 때문이다. 원격진료는 대면진료에 비해 방식도 다르고 한계도 명확하다. 따라서 현장에서 혼란과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와 협의가 필요했다.

원격진료를 하려면 환자 본인 확인, 진료비 청구 및 수납, 처방전 발송, 의약품 수령 등의 프로세스가 새롭게 필요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무런 인프라도, 원칙도 없는 상태였다. 정부 지침에는 ‘의료기관과 환자가 협의하여’ 하라고만 모호하게 기술돼 있다.

민간에서는 자발적으로 원격진료 플랫폼을 개발해 무료 배포하는 등 빈틈을 메우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원래 정부의 역할이다. 영국 NHS의 경우 원격진료 확대를 위해 여러 헬스케어테크회사와 논의하며 진행 중이다. 준비 없이 공표만 하고 뒷짐지고 있는 한국 정부와 대비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 원격진료는 극히 복잡한 문제다. 일각에서는 이번을 계기로 원격진료를 합법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그렇게 접근할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모든 국가의 의료 시스템은 특수하며, 규제는 그 특수성을 반영한다. 국내 원격진료 규제도 마찬가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 급여체계와 같은 더 고질적이고 근본적 문제의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한국에서도 금기로 여겨지던 원격진료가 한시적으로라도 시작됐다. 우리도 외국처럼 원격진료 경험이 있었더라면 이런 상황에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아쉬움도 없지 않다.

현 상황에서는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원격진료가 코로나19 사태를 하루 빨리 진정시키고, 환자와 의료진의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최윤섭 <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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