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업 내몰린 두산重 '시련의 시간'…정책에 짓눌리고 노조는 비협조

입력 2020-03-11 17:26   수정 2020-03-12 02:17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후유증 등으로 주력 사업이 붕괴한 두산중공업이 결국 휴업 카드를 꺼냈다. 작년 말 임원을 대규모 감축한 뒤 사업 조정, 유급휴직, 명예퇴직 등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잇따라 펼쳤지만 최근 2년간 누적 순손실이 5260억원에 달하자 구조조정 강도를 높였다. 노조가 휴업 협의 요청을 거부하며 반발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생존을 위해 휴업이 불가피하다는 방침이다.

대우차 이후 첫 휴업 사례 되나

두산중공업은 11일 경영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 노력으로 일부 휴업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이 회사가 휴업하면 국내 기업으로는 2001년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이 대규모 정리해고 전 20일간 휴업에 들어간 뒤 19년 만에 첫 휴업 사례가 된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창원공장 전체 또는 특정 부문의 조업 중단은 없다”며 “일부 휴업은 조업에 지장이 없는 수준의 제한된 유휴 인력에 대해서만 시행하는 ‘일부 직원 대상 휴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감이 줄어들면서 유휴 인력이 생겼다”며 “각 사업부 팀별로 유휴 인력을 파악해 업무를 당분간 쉬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휴업하는 인원은 임금의 70~80%를 받게 된다. 두산중공업은 2003년에도 노조 파업이 장기화하자 기자회견을 열어 휴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시행하지는 않았다.

정연인 두산중공업 사장은 지난 10일 노조에 보낸 협의 요청서에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됐던 원자력·석탄화력 프로젝트 취소로 약 10조원 규모의 수주 물량이 증발하며 경영 위기가 가속화했다”고 했다. 이어 “2012년 고점과 비교해 지난해 매출이 50% 아래로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17% 수준에 불과한데, 최근 5년간 당기순손실이 1조원을 넘어서면서 영업활동만으로는 금융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2018년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등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백지화하는 등 정부의 탈원전 정책 여파로 두산중공업이 입은 손실은 수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수주가 취소되면 투자자금이 그대로 손실로 돌아오는 데다 기자재 보관비용 등 부차적 비용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노조 측 “협상 없다” 거부

현행 노동법에 따르면 조업 불가능 등 경영상 사유로 인한 휴업은 직원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시행할 수 있다. 직원들의 자발적인 신청을 전제로 진행하는 무급휴직, 명예퇴직과 달리 회사가 강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직원 2600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하지만 신청자가 500명가량에 그치자 이번에 추가 조치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조는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통상 사안이 긴급하면 요청서를 받은 날이나 다음날 노사 협의에 들어가지만 노조가 회사의 휴업안을 즉시 거절하면서 협의 진행이 가로막혔다. 노조는 회사 측의 휴업 추진에 대해 법망을 피해 직원들의 휴직을 강행하려는 의도로 규정하고 협의 요청에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영현 금속노조 경남지부 선전부장은 “휴업은 추가 구조조정으로 가는 발판이 될 수 있다”며 “과거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했다면 막을 수도 있었던 경영난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지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두산중공업의 경영난은 두산그룹 ‘유동성 위기설’로 번지는 모양새다. 휴업 추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두산중공업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1.44% 급락한 3590원에 마감했다. 사상 최저가다. 두산그룹 지주회사이자 두산중공업 지분 46.1%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주)두산도 15.89% 떨어져 최근 10년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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