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의 '유럽 차단' 쇼크…세계경제 미증유 쓰나미 대비해야

입력 2020-03-12 18:44   수정 2020-03-13 00:16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오늘부터 30일간 유럽인의 미국 입국을 사실상 막아버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영국을 제외한 유럽으로부터의 미국 여행을 한 달간 금지한다고 밝혔다. 특정국이 아니라 유럽 전체에 대한 전례 없는 입국금지 조치다.

미국이 강수를 둔 것은 유럽 여행객으로 인한 미국 내 코로나 확산이 크게 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는 “유럽은 중국 등 코로나가 많이 발생한 지역으로부터 여행을 제한하는 데 실패했다”며 최근 유럽 각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는 뜻을 내비쳤다.

비록 30일 동안이지만 미국과 유럽 간 거의 모든 교류가 차단된다는 점에서 그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유럽연합(EU)의 교역 규모는 연간 5조4000억달러, 미국은 4조9000억달러로 세계 1, 2위다. 세계 3위 교역국인 중국이 다수 국가와 격리된 마당에 미·EU 간 교류까지 막히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직·간접 피해는 이루 헤아리기 어렵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선언으로 그러잖아도 약세 흐름을 이어가던 주요국 증시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직후 급락세로 돌아서며 낙폭을 확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는 그야말로 전에 없이 가혹한 시련이 닥칠 수도 있다. 어제 원화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도 이런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당초 2%대 중·후반으로 예상되던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1%대 초반으로, 이미 많은 전망기관이 1%대로 낮춰 잡은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0%대까지 추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한 쇼크를 우려하기도 한다. 외환위기는 몇몇 국가에 국한됐고, 금융위기는 금융시장 패닉이 실물 위기로 이어진 경우지만 코로나 사태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발생한 데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수출과 내수, 실물과 금융 등 거의 전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응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각국 정부가 감세, 대출 확대, 기업 지원 등에 나서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지나면서 주요국은 이미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를 유지하고 있어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광폭’ 금리 인하(0.5%포인트)가 금융시장 안정에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불확실성과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대응전략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내놓았던 대증적 대책에 몇 가지 더 추가할 요량이라면 큰 오산이다. 경제운용의 근본 틀을 완전히 바꾸는, 정권의 명운을 건 혁명적 조치가 없이는 이번 복합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적당히 퍼주며 표 계산이나 하다가는 정권은 물론 나라의 운명까지 위태롭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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