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진정한 자유

입력 2020-03-12 18:07   수정 2020-03-13 00:03

파랗게 반짝이는 한강을 내려다보며 원장실에 앉아 있다. 이 공간에 있으면 긴장도 되지만 동시에 편안하기도 하다. 원장에게 부여되는 의무와 책임감 때문에 어깨가 무거워지는 한편, 혼자 방을 쓰는 자유로움이 있다. 그러면서 지난 60년 동안 거쳐온 수많은 공간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택시를 타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는 기사를 많이 만나보게 된다. 지난 주말에 탔던 택시의 연세 지긋한 기사님도 코로나19, 신천지, 마스크, 총선 등에 관해 쉬지 않고 이야기를 쏟아냈다. 반면 예전에 내가 호출했던 대리운전 기사들은 대부분 과묵하고 조용한 스타일이었다.

같은 운전기사들인데 왜 나타나는 행동은 정반대일까? 답은 누가 공간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가에 있다. 택시기사는 그 공간의 주인이기 때문에 승객과의 대화에서 주도적인 데 반해 대리운전 기사는 남의 공간에서 일하고 있어 대화에 소극적인 것이다.

어제 오전 화상회의를 한 시간 이상 했다. 회의를 마치고 나도 모르게 거실 소파에 앉아 코로나19 뉴스특보를 보고 있었다. ‘아차, 지금 재택근무 중이지!’ 공간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 집에서 우리는 자유롭다. 그러나 근무 중에 이런 자유는 당연히 제한돼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집에서 마음대로 행동하고 쉬는 것을 자유라고 생각하면 자유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칸트는 자유란 어떤 일을 자기가 주도적으로 시작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주도적으로 일을 시작하려면 먼저 목표를 세워야 한다.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는 고통이 따른다. 그 목표가 높으면 높을수록 불가피한 고통의 크기는 클 것이다. 즉 진정한 자유에는 고통이 수반된다. 그런데 이 고통은 내가 자발적으로 떠안은 것이라 버틸 수 있는 힘이 나온다.

어릴 때부터 주입식 교육을 받아왔고 직장에서는 상사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해온 우리들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실천해 나가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재택근무가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공간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 내 집에서 이상을 향해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수반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우리는 재택근무를 통해서 내 마음대로 행동하고 쉬는 자유가 아니라, 칸트가 정의한 진정한 자유를 몸소 실천할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우선 나부터 진정한 자유에 도전해봐야겠다.

저출산과 육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과 가정을 모두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뻗어갔다. 이번에 확산하는 재택근무가 보다 활성화되고 정착돼 일하면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바람직한 사회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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