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푸르덴셜생명 매각전 D-7.. KB금융이냐 사모펀드냐

입력 2020-03-13 09:22   수정 2020-03-13 09:24

≪이 기사는 03월12일(09:0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푸르덴셜생명 본입찰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KB금융과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 사모펀드 3개사는 최종 가격을 적어내기 전에 마지막까지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는 중이다.

푸르덴셜인터내셔널인슈어런스홀딩스(PIIH)는 골드만삭스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보유한 한국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를 매각할 예정이다.

◆MBK·IMM, 우리은행에 '구애'...우리은행은 IMM에 기울어

국내 1~3위 PEF 3사가 모두 달려든 이번 딜의 관전 포인트는 '우리금융'을 누가 잡느냐, 혹은 우리금융이 과연 참전할 것인가다. KB금융과 달리 재무적 투자자(FI)인 PEF들은 언젠가 출구전략을 세워야 한다. 푸르덴셜은 매력적인 매물이지만 보험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은 상황인 만큼, 나중에 이 물건을 사줄 SI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적인 이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이미 샀고, KB금융은 직접 입찰에 뛰어든 상황에선 우리금융이나 하나금융과 손잡는 게 최선이다. 특히 우리금융은 생명보험 부문을 강화해야 하는 처지인 데다, 작년 초 MBK파트너스와 함께 롯데카드 딜에 참여해 최종 인수자로 선정된 경력이 있다. 우리금융 측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다.

IMM PE와 MBK파트너스는 모두 우리금융에 '같이 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상태다. 우리금융 내에서 푸르덴셜생명 딜을 담당하는 것은 우리은행이다. 푸르덴셜생명 딜에 인수금융 제공자로 나설 생각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에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문제도 검토를 했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현재는 IMM PE에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인수금융은 M&A 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뜻하지만 우리은행의 인수금융은 의미가 다르다. 일단 인수금융으로 시작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지분 투자까지 단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롯데카드 딜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분투자 가능성도 검토는 해 봤지만, 하기로 결정한 것은 전혀 없다"며 "생명보험사의 지분에 투자하면 지주사 전체 자본비율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있어서 부담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MBK '경업' 이슈, IMM은 '주주 눈치보기' 논란 일 듯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이사회에서는 연임이 결정됐지만 해외 금리파생결합펀드(DLF) 판매 문제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를 받아 감독당국과 갈등하는 사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손 회장은 지난 8일 금감원의 문책경고 등에 대한 취소청구소송의 소장을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하고,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징계 효력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제출했다. 1주일 내로 결론이 나기 때문에 본입찰 나흘 전인 15일까지는 결과를 알 수 있다. 25일 주주총회 전에 이 신청이 인용되면 연임 임기를 정상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손 회장이 일단 연임을 할 수 있게 돼서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뛰어든다 해도 나중에 감독 당국에서 제대로 인수 승인을 받을 수 있겠느냐"며 "불확실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MBK파트너스는 우리금융과 함께 할 가능성에 관해 '노 코멘트'라며 여지를 남겼다.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MBK는 혼자 인수를 완료해도 상관 없지만 출구전략을 확실히 한다는 차원에서 우리금융과의 연대를 계속 추진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다만 MBK는 작년 신한금융에 오렌지라이프를 판 주체다. 당시 신한금융은 MBK와 2년간 보험업종을 영위하지 않는다는 경업 금지 약정을 맺었다. 약정대로라면 MBK는 오는 9월까지 보험업에 들어갈 수 없다. 3월에 본입찰을 하는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MBK가 된다면 딜의 최종 클로징은 9월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 측이 이러한 조건에 동의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MBK는 이와 관련해 신한금융 측에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성공할 경우에 경업 금지 위반이 되는지와 관련해 특별히 문의한 적이 없다. 추후 신경전이 벌어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IMM도 아킬레스건이 있다. IMM PE는 우리금융 지분 5.62%(작년 9월말 기준, 주주명 노비스1호 유한회사)를 가지고 있는 과점주주다. 예금보험공사(17.25%), 국민연금공단(7.71%)에 이어 3번째로 지분율이 높다. 이 때문에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우리금융의 사외이사로서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MBK파트너스와 IMM PE에서 각각 '러브콜'이 오면 우리금융으로서는 주주의 눈치를 보지 않기가 어렵다. 특히 지금처럼 민감한 문제가 많이 걸려 있는 시기에는 더욱 그럴 수 있다. IMM PE와 짝지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할 경우, 향후 IMM PE와의 계약 조건 등에 관해 뒷말이 나올 수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원래 MBK와 더 관계가 좋은 편인데 IMM 쪽과 같이 하기로 일단 결정한 것은 분명히 주주와의 관계 유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주의 요청으로 특정 딜에서 지분 투자를 하는 것은 상당히 뒷말이 나올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우리금융이 지분투자 없이 인수금융만 하겠다고 선을 그을 경우 IMM PE가 참여할 여력이 있는지도 관심사다. IMM PE는 최근 2조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고 있는데, 푸르덴셜생명의 거래가격이 2조원을 넘어갈 경우 적어도 6000억~7000억원 수준의 지분투자를 감행해야 한다. 못할 일은 아니지만 하나의 펀드에서 단행하기엔 대단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게 PEF 관계자들의 평가다.

◆한앤컴퍼니 '조용한 다크호스'...KB금융 '최강 후보'

한앤컴퍼니는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 매수자문사조차 선임하지 않고 재무자문 겸 회계실사 역할로 삼일회계법인을 쓰면서 조용하게 딜을 준비하고 있지만 가격을 높게 써낼 수 있는 자금력도 있고 타이밍도 좋다.

한앤컴퍼니는 작년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처음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히고도 정치적인 문제에 휘말려 억울하게 MBK-우리금융 컨소시엄에 딜을 내준 이력이 있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금융사가 없어 이를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또 푸르덴셜생명은 연 500억원 가량의 배당을 꼬박꼬박 받을 수 있고 노동조합이 없는 것도 인수 측에는 장점으로 비칠 수 있다.

사모펀드 3사가 가장 견제하는 대상은 푸르덴셜생명이 매물로 나왔을 때부터 가장 강력한 인수후보로 꼽혀 온 KB금융이다. 전략적 투자자(SI)로서 상대적으로 약한 KB생명을 보강하기 위해 푸르덴셜생명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7년 11월 한 차례 연임된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오는 11월 두 번째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성공하면 재연임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적잖이 흘러나온다.



최근 경영진 프리젠테이션에 KB금융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당초 예정됐던 인원의 일부만 직접 참석하고 나머지는 컨퍼런스콜에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갖기 위해 무조건 높은 값을 적어낼 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회계사로 삼일회계법인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윤 회장이 '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경쟁자인 PEF들에 푸르덴셜생명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높은 값을 적어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점도 여전하다.

◆예비입찰 가격 2조원 안팎.. 금리인하 악재 반영될까

대만계 푸본그룹이 본입찰에 참여할지, 참여 한다면 어느 정도 금액을 적어낼지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푸본그룹은 1월16일 예비입찰에 참여했다가 1월말 가상 데이터룸(VDR) 실사를 앞두고 완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경제신문이 푸본그룹에 '최근 한국 금융사 M&A마다 들어와 자료를 수집하지만 대부분 완주는 하지 않아 진짜 참여 의지가 있는지 시장에서 궁금해 하고 있다'는 내용의 질의를 한 뒤 약 1주일 후에 다시 인수전에 참여했다. 물론 해당 질의와 참여 결정 간의 관계는 불분명하다. 당시 푸본그룹은 약 1주일 가량 검토 끝에 '노 코멘트하기로 했다'는 답변만을 보내왔다.

지난 1월 예비입찰에서 후보들은 1조원대 후반~2조원대 중반 수준의 가격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입찰 가격은 구속력이 없다. 본입찰에서 진짜 얼마를 적어내야 경쟁에서 승리하면서도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을지를 두고 후보들은 모두 회의를 거듭하며 고심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미국이 0.5%포인트 대폭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이 가격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번 금리인하는 오랜 양적완화(QE)의 출구전략을 찾고 있던 세계 경제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 오랜기간 찾기 어렵다는 신호다. 고객의 돈을 받아 운용해야 하는 보험사로서는 치명적인 악재다.

고령화와 함께 보험사 몸값이 낮아지는 요인 중 하나가 저금리였던 가운데, 저금리 시대를 끝낼 싹이 다시 꺾인 셈이기 때문이다. 미국 푸르덴셜 역시 지금 한국 법인을 매각해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수 후보들 간의 경쟁이 격화된다면 금리인하가 푸르덴셜생명의 몸값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에 매각되는 대상인 푸르덴셜생명의 자산규모는 작년 9월말 기준 20조8132억원,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자본)은 3조1266억원이다. 2018년엔 2204억원 영업이익을 벌어들였다. 보험사 건전성의 주요 지표로 꼽히는 지급여력비율(RBC)은 515%로 업계 최상위다.

KB금융은 재무자문으로 JP모간을, MBK파트너스는 크레디트스위스(CS)를, IMM PE는 모건스탠리와 베인앤컴퍼니를 뽑았다. 한앤컴퍼니는 재무실사로 삼일PwC를 쓰고 있다. 법률자문은 세종을 선정한 MBK파트너스를 제외한 나머지 3곳이 모두 김앤장을 쓰기로 했다.

이상은/이동훈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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