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셧다운…기업들 "팔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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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3-15 17:52   수정 2020-10-16 18:24

美·유럽 셧다운…기업들 "팔 데가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과 미국에 들불처럼 번지면서 각국 정부가 전 국민 이동 제한과 같은 초유의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셧다운’(정지) 여파로 미국과 유럽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이 마비되고 있다. 중국에 이어 미국과 유럽마저 경제활동이 중단되면서 이곳을 주력 시장으로 삼고 있는 한국 기업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14일(현지시간) “2주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다”며 ‘전국 봉쇄령’을 내렸다. 유럽에선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 전국 봉쇄다. 스페인 국민은 식료품 구입 등 극히 일부 경우를 제외하면 외출이 금지된다. 비상상황에 대비해 군대도 대기한다. 유럽 현지에선 사실상 ‘계엄령이 내려졌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도 이날 “약국과 식료품점을 제외한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독일 베를린도 술집, 클럽, 바 등의 영업을 일시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14일엔 유럽발 입국 제한 대상에 영국과 아일랜드를 포함시켰다.

유럽과 미국이 잇달아 셧다운에 들어간 것은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서다. 유럽에선 확진자가 4만 명을 넘어섰고, 미국은 14일 하루에만 500명 넘게 증가하며 3000명에 육박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럽이 코로나19의 새로운 진원지”라고 지적했다.

국내 산업계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 매출의 절반 이상이 미국과 유럽에서 나오는 만큼 실적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은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을 팔 데가 없다”고 말했다.
中 이어 美·유럽까지 '수요절벽' 덮쳐…기업들 "매출 반토막 위기"


“누가 매장에 와서 제품을 만져보겠습니까. 미국과 유럽까지 막히면 매출이 반토막 날 수밖에 없습니다.” (전자업체 최고경영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유럽으로 확산하면서 해외 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중국발(發) 생산 차질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여파가 수요 위축에 따른 ‘판매절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한국 주요 기업의 미국·유럽 시장 매출 비중은 50%를 웃돈다. 산업계는 “목표 달성은커녕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TV·車, 북미·유럽 매출 비중 50%

15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1분기(1~3월) 세계 TV 판매량이 작년보다 8.7% 줄어든 4725만7000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등 북미(-29%)와 두 번째로 큰 중국(-20%) 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오는 6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와 7월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진 점도 악재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대형 스포츠 행사가 열리는 해에 전년보다 좋은 실적을 거뒀다. 스포츠 중계를 보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새 TV를 구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대회는 연기, 취소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2억2000만 대(2019년) 규모인 TV 시장에서 미국을 포함한 북미(24.2%)와 유럽(22.8%)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절반(47%)에 육박한다. IHS마킷은 올 2분기 TV 판매량도 전년보다 500만 대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 개막과 함께 성장세가 예상됐던 스마트폰 시장도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보다 26.6%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오범(OVUM)도 “올해 5G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망치(2억5000만 대)보다 20% 감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새 스마트폰 갤럭시S20를 출시한 삼성전자 역시 올해 판매량이 6~7% 줄어들 것으로 SA는 분석했다. TV와 스마트폰 판매 감소는 한국 수출의 20%를 책임지는 반도체산업의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코로나19로 반도체산업이 L자형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현대차도 중국에 이은 세계 2, 3위 시장인 미국(2019년 1710만 대)과 유럽(1580만 대)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작년 미국(71만 대)과 유럽(56만 대)에서 127만 대를 판매한 현대차의 미국·유럽 매출 비중은 51.7%에 달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에서 상점 휴업령이 잇따르면서 유럽 국민의 소득 급감에 따른 판매 감소 가능성이 제기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내 영업점이 폐쇄된 현대차의 지난달 중국 도매 판매량은 1007대로 작년(3만8017대)보다 97.4%나 급감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한국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해외 출장을 중단한 탓에 공격적인 마케팅도 펼칠 수 없는 처지다. 한 전자업체 해외사업담당 임원은 “미국·유럽 오프라인 가전 매장의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며 “해외에 갈 수도 없어 손발이 묶였다”고 토로했다.

저유가 탓에 수주산업도 비상등

코로나19에 유가 급락까지 겹친 한국 조선·건설업계도 ‘수주절벽’ 공포감에 휩싸였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117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작년보다 76%나 급감했다.

저유가가 장기화하면 해양플랜트(원유·가스 시추설비)는 물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의 주력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마저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가 하락으로 중동 산유국의 재정이 악화하면 해외 건설의 ‘텃밭’으로 불리던 중동지역에서 한국 건설사들의 공사대금 회수가 지연되고 발주도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올 들어 지난 13일까지 중동 건설 수주는 57억달러로 전체 해외 수주액(95억달러)의 60%에 달했다.

워싱턴=주용석/런던=강경민 특파원/황정수/김보형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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