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드라이브 스루 전성시대

입력 2020-03-17 18:20   수정 2020-03-18 00:21

소비자가 차에 탄 채 물건을 살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승차 구매)는 미국에서 시작된 비즈니스 모델이다. 첫 출발은 은행이었다. 1930년 세인트루이스의 그랜드내셔널은행이 방범창을 이용한 입금 창구를 개설했다. 음식점으로는 1947년 미국 고속도로변의 한 햄버거 가게가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지난달부터는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진료 현장에 드라이브 스루가 활용되고 있다. ‘승차 진료’는 문진과 체온 측정, 검체 채취를 10분 안에 끝낼 수 있다. 다른 사람과의 접촉도 최소화할 수 있다. 각국 언론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라고 호평한 뒤로 독일 영국 미국 등에서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는 바이러스 검사뿐만 아니라 대면 접촉을 꺼리는 각종 상거래에 활용되고 있다. 대구의 한 식당은 지난 8일부터 숯불돼지갈비와 상추·쌈장·마늘·된장찌개를 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전화로 예약한 손님이 도착하면 마스크를 낀 직원이 차 창문으로 팩을 건네는 방식이다. 경기 화성에 있는 식당에서도 갈비와 주꾸미볶음 등을 드라이브 스루로 팔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드라이브 스루 횟집까지 생겼다. 포항 호미곶 해맞이광장 입구의 회 판매점에는 손님이 몰려 3000마리(약 300㎏)의 강도다리회가 세 시간여 만에 동났다. 차에 탄 채 회를 주문하는 사람에게 신선한 회를 초고추장과 함께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도서관에서도 ‘비접촉 대출’이 늘고 있다. 서울 성동구립도서관은 지난 10일 ‘비대면 안심 도서 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 서초구와 경북 영천·포항, 충남 금산, 제주 일부 도서관도 같은 서비스에 나섰다. 경남 창원시는 ‘비대면 장난감 대여’를 선보였다.

해외에서는 드라이브 스루의 활용 범위가 결혼·장례식까지 넓어지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교회는 드라이브 스루 결혼식으로 유명해졌다. 일본 나가노현에는 조문자가 차를 세운 뒤 태블릿PC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 조의를 전하는 장례식장이 등장했다.

비즈니스 전문가들은 “앞으로 사물인터넷 기반의 신기술을 더하면 드라이브 스루 활용 폭이 더 넓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드라이브 스루 횟집과 식당 소식을 접한 시민들도 “어떻게 해서든 생산·유통 등 경제를 활성화해야 이 위기를 넘을 수 있다”며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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