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백신 개발 '세계대전'

입력 2020-03-18 18:17   수정 2020-03-19 00:28

종두법(種痘法) 창시자인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는 어느 날 흥미로운 사실에 주목했다. 소젖 짜는 여자들은 천연두에 잘 걸리지 않고, 걸려도 약하게 앓다가 낫는다는 것이다.

제너는 1796년 젖소의 유두에 생기는 우두(牛痘·소 고름)를 채취해 정원사의 아들에게 접종했다. 세계 최초의 백신(vaccine)이다. 인공 면역물질인 백신이 암소를 뜻하는 라틴어 ‘바카(vacca)’에서 유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인체에 백신을 주입하는 종두법은 홍역, 장티푸스, 콜레라 등 전염병 퇴치에 널리 활용돼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세계적으로 20만 명을 넘고 사망자도 1만 명에 육박하면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16일 현재 40여 종의 백신 후보 물질이 개발되고 있다. 임상시험도 400여 건(치료제 포함)이 진행 중이다. 사노피, GSK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물론 한국인 1.5세 조셉 김이 최고경영자로 있는 미국 이노비아제약 등 수많은 제약 벤처기업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한창이다. 미국 영국 등 세계 각국도 자국 제약사 지원에 발벗고 나섰다.

제약시장은 전형적인 ‘1등 독식시장’이다. 특효약만 내놓으면 단번에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건 시간문제다.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가 대표적이다. 창업 초기인 1992년 시가총액 2억달러(약 2470억원)에 불과했던 이 회사를 시총 1000억달러(약 123조5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제약사로 키워놓은 일등공신은 신종플루 특효약인 ‘타미플루’다.

백신 후보물질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백신 등을 활용한 것이 많다. 효과 및 안정성 검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용화에는 최소 1년에서 1년6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치료제로는 지난 2월 임상시험에 들어간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가 가장 앞서 있다. 효과가 입증되면 이르면 내달 신약허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코로나19 환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게 약점이다.

그렇지만 말라리아와 C형 간염치료제 등을 조합한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어 의외의 특효약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시장 과실을 독점하려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늘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켜왔듯이 이번에도 코로나19 극복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김태철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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