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코로나 비상시국에 파업강행한 현대重 노조

입력 2020-03-19 18:15   수정 2020-03-20 00:17

19일 밤 울산 현대중공업 인근의 방어동 외국인 특화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요함을 넘어 삭막하기까지 했다. 한 횟집 업주는 “연초만 해도 조선업이 살아나는 분위기였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조선업 불황이 극심했던 2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일산해수욕장의 한 대형식당 사장은 “매출이 10분의 1토막 났다”며 울먹였다.

불켜진 식당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코로나19가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했다. 이런 와중에 조합원 8000여 명의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20일 오후 2시간 파업에 들어가기로 하자 상인들은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달 초 현대중공업 인근에 있는 현대건설기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1000여 명 근로자 전원이 하루 동안 자가격리되고 공장이 폐쇄되면서 주변 생산공장마다 코로나19 감염 방지에 초비상이 걸렸다. 현대중공업 노조 내부에서조차 파업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노조 소통방에서 한 조합원은 “온 국민이 코로나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마당에 파업 강행은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조합원은 “파업에 참여해 감염이라도 되면 집단 감염된 신천지와 다를 게 뭐냐”고 따졌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한 가정의 남편과 아빠라면 파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글도 실렸다.

노조는 “집회 참가자 전원 마스크 착용, 개별 간격을 멀리하는 등 감염병 예방 준비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노조의 이번 파업은 지난해 법인분할 반대투쟁 과정에서 빚어진 주주총회장 봉쇄와 파손, 폭행 등과 관련해 회사 측이 단행한 노조원 해고, 손해배상 요구 등을 무력화하려는 압박용 카드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회사 측은 지난해 타결하지 못한 임금협상으로 미뤄진 성과급을 조합원들에게 우선 지급하고 실무협의체 구성을 통해 임금협상을 조속히 마무리짓자고 제안했으나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울산상공회의소는 호소문을 내고 “전 세계가 전시에 준하는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있다”며 “아무리 의견이 달라도 감염병 확산과 이로 인한 경제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파업을 자제해야 한다”고 노조에 촉구했다.

1987년 설립 이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파업해온 현대자동차 노조는 코로나19로 생산라인이 반복해서 멈추자 협력업체 공장까지 직접 찾아다니며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는 “노조도 품질과 생산에 신경써 현대차가 불티나게 팔리게 하자”며 노조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 현대차 노조 집행부를 본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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