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캔슬링' 전성시대…IT기업 이어 명품 브랜드까지 도전장

입력 2020-03-23 15:27   수정 2020-03-23 15:57


지난 1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럭셔리 패션 브랜드 몽블랑(Montblanc)의 행사장에서는 의외의 제품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만년필, 시계, 가죽제품 등 액세서리로 유명한 이 브랜드가 내놓은 것은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적용한 헤드폰(사진). “각 도시를 넘나들며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생활을 더욱 풍성하게 하기 위해 헤드폰을 내놨다”는 게 몽블랑 측 설명이었다.

외부 소음을 차단하고 원하는 소리만 듣게 해주는 노이즈캔슬링 기기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음향 전문 업체 젠하이저, 보스, 소니가 주도하던 시장에 애플, 삼성전자에 이어 패션 브랜드들까지 도전장을 냈다. 무선 이어폰에도 노이즈캔슬링이 필수 기능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대 음파로 소음을 지운다

노이즈캔슬링은 인공적인 소리로 원치 않는 소음을 덮어버리는 기술이다. 헤드폰에 부착된 센서로 외부의 소리를 감지한 뒤 내부 스피커에서 반대 파장의 음파로 소음을 없앤다. 김치찌개가 짜게 느껴질 때 설탕 한 스푼을 넣어 짠맛을 중화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이 기술은 독일의 젠하이저가 처음 개발했다. 1984년 독일 루프트한자항공이 파일럿의 청력을 보호하기 위한 헤드폰 개발을 요청한 게 계기가 됐다. 조종석은 80dB 안팎의 제트엔진 소음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철로변 또는 시내 대로변에 서 있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은퇴한 파일럿 10명 가운데 6명이 소음성 난청에 시달렸다.

초기에는 장거리 노선을 자주 이용하는 비즈니스맨이 주 소비자였다. 항공기 소음을 덜 느끼게 해줘 피로가 줄어든다는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다. 최근엔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직장인 등도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을 찾고 있다. 치과에서도 활용된다. 치과의 의료기기 소음을 무서워하는 환자들을 위해서다.

이 시장은 글로벌 음향 전문기업이 주도해왔다. 소니, 젠하이저, 보스가 ‘빅3’로 꼽힌다. 삼성은 2017년 인수한 하만인터내셔널을 통해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을 선보이고 있다.

몽블랑은 패션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헤드폰을 개발했다. 오디오 전문업체들과의 협업을 택한 다른 패션 브랜드들과 구분되는 대목이다. 몽블랑 관계자는 “음향 전문가 알렉스 로손이 튜닝을 맡아 균형 있고 현장감 있는 소리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로손오디오디자인 대표인 로손은 하이엔드 음향기기 업체 오디지(Audeze)의 공동 설립자로 테크니컬러(Technicolor)의 마스터링 엔지니어를 지냈다.

○무선 이어폰에도 속속 적용

스마트폰과 짝을 이루는 무선 이어폰에도 이 기술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애플이 에어팟 프로를 내놓으면서 노이즈캔슬링을 대중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이어팁과 귀의 밀착 여부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소리를 조절한다. 국내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소니도 일찌감치 이 기능을 도입한 무선 이어폰을 내놨다.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감안해 자동으로 음악의 볼륨과 소음을 조절해준다.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갤럭시 버즈 플러스는 성능이 크게 개선됐음에도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적용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아쉬움을 샀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다음달 초 자사 오디오브랜드 AKG를 통해 노이즈캔슬링 무선 이어폰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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