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마다 계좌 개설 줄이어
개인투자자들은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716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순매수액은 19조8114억원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 순매수액까지 더하면 20조원을 훌쩍 넘는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가 18.52포인트(1.09%) 내린 1686.24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5350억원어치 팔며 1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고, 국내 기관도 2138억원어치 내다 팔았지만 개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코스피지수가 지난 23일(1482.46) 바닥을 찍고 24일(8.60%), 25일(5.88%) 연일 급등하면서 순식간에 1700선을 회복하자 개인들은 앞다퉈 증시로 자금을 옮겨놓고 있다. 투자자 예탁금은 24일 40조9912억원에 달했다. 사상 최대다. 예탁금은 25조원대를 맴돌다가 코로나19 급락장에서 가파르게 늘었다.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둔 돈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주식거래 활동 계좌도 3053만4668개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예탁금이 10만원 이상이고 6개월간 한 차례 이상 거래한 적이 있는 계좌다.
각 증권사는 새로 주식 계좌를 개설하려는 투자자들로 북새통이다. 삼성증권엔 올 들어 1만1000여 명이 지점을 방문해 계좌를 열었다. 지난해 전체 지점 방문 계좌 개설 건수의 절반에 육박한다. 스마트폰 등을 통해 비대면 계좌를 새로 만든 사람도 최근 한 달 동안에만 10만 명에 달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20~30대뿐 아니라 40~5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며 “새로 유입된 비대면 고객의 61%가 삼성전자를 매매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도 이달 40만 개의 계좌가 신규 개설됐다. 올 들어 매달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개인 쓸어담은 삼성전자 손익분기점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기록적인 매도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매도 물량을 개인이 고스란히 받으면서 ‘동학개미운동’이란 신조어까지 나왔다. 개인 손실 우려가 컸지만 증시가 반등하면서 일부 종목은 이익 구간 진입을 앞두고 있다.
개인이 급락장에서 6조원 넘게 사들인 삼성전자도 손익분기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개인의 평균 매수 단가는 5만1272원으로 추정된다. 26일 종가(4만7800원) 기준 손실률이 6.8%에 불과하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를 꾸준히 매수한 투자자는 이익을 내고 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 반등 과정에서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반도체주가 시장보다 뛰어난 수익률을 올린 학습 효과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들의 순매수는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개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60조원 가까이 팔고 떠나 다시 들어올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10년 이후 오랫동안 이어진 ‘박스피’에 실망한 증시 자금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부동산 시장으로 향했다”며 “지금 개인들이 증시 급락을 ‘일생일대의 기회’로 보면서 자금이 증시로 더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V자 반등’을 기대하는 것은 성급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달 들어 세 차례 코스피지수가 5% 이상 급등했지만 증시가 요동칠 때는 흔히 나타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환위기 때인 1997~1999년 25번의 5% 이상 급등과 18번의 5% 이상 급락이 반복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2009년에도 7번의 급등과 9번의 급락이 이어졌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각종 부양책이 쏟아졌지만 급한 불을 끈 수준에 불과하다”며 “경제지표 급랭과 기업 실적 하향으로 계속 증시가 흔들릴 수 있는 만큼 기간과 금액을 잘 분산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전범진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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