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LCD장비·선박 등 해외 납품·인도 미뤄져…벌써 2兆 피해

입력 2020-03-29 17:17   수정 2020-03-30 02:40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쓰이는 세정장비 등을 생산하는 DMS는 지난 2월 이후 공급계약 지연 공시만 네 차례 했다. 총 계약액은 640억원 규모로 이 회사 작년 매출(2000억원)의 32%에 달한다. 중국 BOE와 비전옥스, LG디스플레이(광저우) 등 중국 내 디스플레이 생산시설이 가동에 차질을 빚으면서 장비 반입 시기를 늦췄기 때문이다.

수출 꽉 막힌 장비업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장비·소재 수출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해외 고객사들이 코로나19 영향으로 납기 일정을 미루거나 공급계약 규모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달 초부터 현재까지 발주처 요청에 따른 ‘판매·공급 계약’ 정정 공시 건수는 49건이다. 관련 계약 금액은 총 1조8136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장비 업체인 기가레인은 지난 26일 중국 황산 브라이트 반도체와 맺은 81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이 49억원 규모로 줄었다고 공시했다. 기가레인은 정정 공시를 통해 “고객사가 코로나19에 따른 경영 악화를 이유로 당초 주문한 장비 10세트 중 4세트 구매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계는 납품 지연과 주문량 축소에 따른 경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대당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하는 장비 공급 자금이 묶이면 중소·중견기업 위주인 장비업체들의 부도 사태가 잇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선적 예정이었던 장비가 한 달 넘게 부산항에 묶여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수조원대 공사도 발주 지연

조선·건설 등 수주산업도 코로나19 여파로 발주 지연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의 해외 공장 가동 중단에 이어 중간재 수출까지 막히면서 산업계가 고사 위기에 몰렸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8918억원 규모 컨테이너선 6척의 인도 시기를 선주사와 재협상 중이다. 아프리카 선주사가 건조를 마친 배를 인도받는 시기를 계약일(2022년 10월 31일)보다 미루려고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교역량 축소 등 해운 경기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25일 주주총회에서 “국제 유가 급락과 해상 물동량 감소로 선박 발주가 위축되면서 ‘수주 절벽’ 위기에 직면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건설 공사 발주 연기도 잇따르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아람코는 23일로 예정됐던 35억달러(약 4조2700억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가스 플랜트 입찰 마감을 오는 5월 5일로 연기했다. 현대건설과 GS건설 등 한국 건설사들이 입찰을 준비했던 공사다.

기존 계약도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조선·해양 플랜트 업체인 삼강엠앤티는 27일 263억원 규모의 플랜트 모듈 납기일을 2개월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풍력발전 업체 유니슨(265억원)과 건물·발전용 연료전지 업체 에스퓨얼셀(27억원) 등도 공급계약 연장 정정 공시를 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달 해외 건설 수주액은 2억604만달러로 지난해(7억8767만달러)보다 74% 급감했다.

삼성·LG 체험형 가전 판로도 막혀

전자업계의 체험형 신가전 출시 행사도 코로나19 사태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에서 신발관리기를 선보였다. 의류관리기처럼 신발을 넣어두면 탈취는 물론 습기까지 제거해주는 제품이다. 기존에 없던 제품인 만큼 소비자들의 성능 체험이 필수적이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행사를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실내에서 상추 등 채소를 키워 먹을 수 있는 LG전자의 식물재배기도 비슷한 난관에 부딪혔다. 미국과 유럽 오프라인 매장 폐쇄 여파로 삼성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새 스마트폰 갤럭시 S20 판매량은 지난해 갤럭시 S10의 6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도 첫 5세대(5G) 스마트폰인 아이폰12의 출시 시기를 9월에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보형/황정수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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