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석균 "오영환 전략 공천보고 '선거 포기했나' 생각했다"

입력 2020-04-01 09:11   수정 2020-04-09 09:06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후보가 의정부갑에서 무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한다. '아빠 찬스' '지역구 세습'이라는 논란에 총선 준비를 내려놨다가 오랫동안 몸 담았던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불출마를 번복하는 등 험난한 과정을 거쳐 국회입성에 도전하는 그의 행보에 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는 '문 의장의 아들'이 아닌 '진정한 의정부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대결을 펼친다. 또한 의정부갑에는 강세창 미래통합당 후보도 지지율 올리기에 고삐를 죄고 있다. 현재 문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이들보다 뒤쳐지고 있어 분발이 요구되는 상황. 하지만 그는 의정부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애정을 기반으로 총선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다음은 문 후보와의 일문일답.



▷ 의정부 갑은 최근 논란이 가장 많은 지역구다. '민주당 폭거를 못 참는다'라면서 불출마를 번복하게 됐는데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계기를 말해달라.

민주당이 공정한 경선을 했다면 제가 수긍했을 것이다. 기회의 공정성이 없었다. 의정부는 또 보수세가 강한 곳이다. 의정부가 한수이북이라는 지역적 특성이 있고 의정부갑은 의정부을에 비해 50대 이상 유권자가 10% 정도 높다. 이번 공천을 보고 민주당이 의정부갑 선거를 포기하려 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의정부 발전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을 해 출마를 굳혔다.

▷ 당내에서 경선이 이뤄졌다면 승복을 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인가?

당연하다. 저는 뼛속까지 민주당원이다. 특히나 우리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을 누구보다 기원하고 있다. 의정부 선거가 만약 다른 곳으로 넘어간다면 너무 가슴 아픈 일이 될 것이다.

▷ 불출마 선언을 하는 과정에서 지도부와 어떠한 메시지가 오갔나. 또 무소속 출마에 앞서 지도부와도 이야기를 나눈 내용들이 있는가?

불출마에 대해 당 지도부와 교감이 있었다. 당 지도부가 당의 입장에서 이야기한 내용들을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일련의 후속 조치는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안 좋은 방향으로 갔다고 본다. 의정부 지역사회보다는 전체적인 선거의 틀에서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번복하는 과정은 당 지도부와의 교감 없이 이뤄진 저의 선택이었다.

▷ 오 후보가 문 후보를 지속적으로 만나려 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만나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혹 오 후보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설명해달라.

연락이 온 건 사실이다. 제 기억에 세 번 정도 연락이 왔다. 한 번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그 전화는 제가 받지 않았다. 두 번째는 '오영환 소방관입니다'라는 정중한 문자가 왔다. 제가 답변을 안 드렸다. 세 번째 또 전화가 왔다. 그때도 답신을 안 해드렸다.

▷ 회신을 안 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야기할 내용이 없었다. 오 후보의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무소속 출마자들의 복당을 허용하지 않갰다고 말했다. 당선된다면 총선 이후 복당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이 대표가 민주당을 위해서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같은 조직에서 분열되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을 것이다. 대표로서 강력하게 통제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제 가슴에 언제든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다.



▷ 문 후보와 함께 동대문을의 민병두, 금천구의 차성수 후보들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 공천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가.

제가 그동안 생각해왔던 민주당의 모습은 지금과는 조금 다르다. 제가 옳다고 믿는 민주당의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고 다시 민주당으로 가겠다.

▷ '아빠찬스'로 논란에 올랐다. 야당을 중심으로 번졌던 지역구 세습 문제 제기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철저하게 사람한테 초점이 모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버님이 변호사나 의사라고 자식이 변호사나 의사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중요한 것은 그분이 정치적으로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하다. 저는 평소 정치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이다. 정치를 하겠다고 마음 먹은 지는 불과 2~3년밖에 안 됐다. 또 제가 무소속으로 나올 것이라고 생각 못 했다. 아버지 찬스를 쓰려 했다면 그런 기회도 많았다. 하지만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한 게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즐겁고 행복하며 권력을 누리려고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아버지의 지역구로 출마를 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타 지역으로 출마했다면 이렇게까지 비판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치인은 두 가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국가적인 일에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입법 활동을 해야한다는 말이다. 다른 하나는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장기적인 플랜을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 지역을 가장 아는 사람이 유리하다. 의정부갑이야말로 저의 인프라가 다 해당된다. 다른 곳에 나갈 이유가 없다.

▷ 아버지 문희상과 정치인 문희상은 또 다를 것이다. 아버지 문희상은 어떠한 사람인지, 정치인 선배 문희상은 어떠한 사람인지 설명해달라.

아버지 문희상은 재미없는 사람이다. 자식에 대한 애정도 있고 귀여운 분이기는 하지만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어린 시절에는 한 달에 한 번 볼 때도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가 하는 일이 어떤 일이고, 어떤 희생을 하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고 동지처럼 함께 해왔다. 이런 사람이 의정부에 있어, 국회의장이라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 이번 공천과 출마 번복 과정에서 문 의장이 해준 조언이 있는가.

아버지는 심플하신 분이다. 선택했냐고 물으셔서 무소속으로 나간다 했더니 '응 알았다'가 끝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나대로 고민하마'라는 말을 해주셨고 저는 저대로 나아가는 중이다. 뭔가 선택하기 어려울 때 옆에서 자문을 구하는 분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다.

▷ 문희상의 아들 문석균 말고 인간 문석균은, 그리고 정치인 문석균은 어떠한 길을 걸어왔는지 설명해달라.

저는 그동안 제가 한 번도 정치인의 길을 걸으리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진심이다. 제가 동네에서 서점을 운영한다. 의정부에서는 매출도 잘 나가고 가장 큰 서점이라는 말도 들었던 곳이다. 그런데 우리 동네에 더 큰 서점이 생겼다. 그러면서 매출 하락을 겪고 직원들도 다 그만뒀다. 이분들이 조금 더 편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게 정치인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저 미천하다. 하지만 많은 것들을 배워왔다. 더 많은 것들을 펼치기 위해 이 자리까지 왔다.



▷ 오영환 민주당 후보와 비교할 때 본인의 강점은 무엇인가?

지역구에 대한 애정과 이해도다. 저는 청년이 정치 일선에 나오는 것에 동의한다. 그분이 가졌던 훌륭한 직업도 존중한다. 그분과 이야기를 나눠보지는 않았지만 민주당이라는 공당에서 영입할 정도라면 인성도 겸비됐다고 본다. 차이는 의정부에 대한 애정이다. 자기 고향에 대한 애정이 다르다는 말이다. 그 분은 불을 끄러 가는 사람이지만 저는 불이 난 집에 있는 사람이다. 불은 소방관이 더 잘 끄겠지만 애정은 제가 더 갖고 있다. 의정부에 대한 이해도 역시 제가 더 높다.

▷ 진정한 의정부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의정부 발전을 위해 가장 오랜 기간 고민해 온 문제가 있다면 말해달라.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의정부는 전통적인 소비 도시다. 공장도 없고 이제는 미군도 떠났다. 도로망이 발전돼 의정부를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의정부가 전에는 여러 인구가 모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여기서 먹고 사는 소상공인의 비율이 높다. 이 분들이 더 잘되는 정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 오 후보는 중앙당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이 내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무소속으로 오 후보와 맞서기 위한 주요 전략이 있다면?

선거는 전쟁이다. 자신의 모든 자원과 인맥을 쏟아내야 한다. 그 분에게 중앙당은 장점이다. 반면 저에게는 의정부 시민이 있다. 학창시절 인맥과 저의 정책에 동의하는 분들, 저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멋진 싸움을 해보려고 한다.

▷ 통합당의 강 후보도 있는 만큼 오 후보와의 단일화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가.

민주당이 단일화가 가능하겠는가. 저는 제가 선택할 수 있지만 오 후보는 그게 불가능하다. 오 후보는 이에 대한 권한조차 없다고 본다. 그 분 본인이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다. 오 후보가 당 지도부와 협의 후 연락을 오면 답변을 하겠다.

▷ 유권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의정부는 굉장히 보수적인 동네이고 모든 선거에서 쉽게 이기지 못했다. 이런 선거 분위기에서 문석균은 의정부만 바라보고, 의정부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후보가 되겠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후보 보기
https://www.hankyung.com/election2020/candidates

글=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영상=조상현 한경닷컴 기자 doytt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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