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개미는 삼성전자, 外人은 셀트리온 샀다

입력 2020-04-01 17:26   수정 2020-04-02 02:06

개인투자자들은 4월 첫날에도 1조2000억원어치 넘게 사들였다. 장 막판 코스피지수가 1700선 아래로 급락하면서 쏟아진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물’을 모두 받아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몸살을 앓았던 지난 3월 궐기한 ‘동학개미운동’이 계속되는 양상이다.

‘개미군단’의 진격으로 한국 대표 주도주의 ‘주인’도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개인들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을 주로 사들인 반면 외국인은 셀트리온 한진칼 등을 순매수했다. 삼성전자가 외국인 주도 종목이란 인식과 셀트리온은 개인 주도 종목이란 인식이 모두 깨지고 있다. 펀드를 믿지 못하는 개인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주가가 출렁일 때마다 이 같은 양상은 계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주도주 ‘주인’이 뒤바뀌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의 지난달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상장지수펀드 제외)은 셀트리온 한진칼 넷마블 펄어비스 에이치엘비 등으로 나타났다. 과거 개인이 선호했던 테마주 등이 대거 포함돼 있다. 반면 개인은 철저하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카카오 등 우량주 위주로 담았다.

삼성전자 매매를 분석하면 더 뚜렷하게 보인다. 외국인과 기관은 지난달 삼성전자를 각각 4조9514억원, 2224억원 규모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삼성전자 4조9587억원 규모 매수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이 지난달 삼성전자를 순매수한 날은 사흘(4·24·26일)에 불과했다. 반대로 개인이 순매도한 날은 이틀(4·24일)뿐이었다.

4월 첫날인 이날에도 마찬가지였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132억원어치, 2189억원어치 내다팔았고, 개인은 이들 물량을 고스란히 받아냈다. 삼성전자는 4.08% 하락한 4만5800원까지 밀린 채 거래를 마쳤다.

개인이 선호하는 셀트리온은 코로나19 수혜 테마로 묶였음에도 개인보다 외국인이 선호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개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규모로 매도하고 중소형주 및 테마주 위주로 사들였던 것과 확연하게 대비된다”며 “단기적인 주가 움직임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급락장에서 우량주 위주로 꿋꿋하게 매수하는 모습을 볼 때 과거와 달리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개미들 ‘스마트’해졌지만…

동학개미는 지난달에만 20조원 넘는 자금을 증시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빚 내서 투자하는 개인은 되레 줄었다. 지난달 30일 기준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총 6조5257억원으로, 사실상 ‘바닥’ 수준이다. 지난 2월 10조1874억원까지 늘었던 것에 비해 38% 급감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빚을 내 투자하는 개인은 줄고 신규 자금이 새롭게 유입되는 것은 그만큼 국내 증시의 건전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저금리 시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주식이라는 위험자산을 접근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공모펀드 추락에 라임펀드 사태로 사모펀드까지 신뢰를 잃으면서 직접 투자하려는 집단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과거와 달리 상장지수펀드(ETF),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 증시에도 상품군이 다양해졌다. 특정 종목을 집중 매수하는 게 아니라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서 개인의 투자 패턴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얘기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실물경제 위기가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증시 변동성에서 동학개미의 위기 관리 능력에 대한 걱정은 적지 않다. 한 운용사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이 급락장이 다시 왔을 때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며 “각각 투자 기간과 전략을 분명하게 세우고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호기/설지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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