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서둘러야

입력 2020-04-02 18:22   수정 2020-04-03 00:11

2020년 6월 어느 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이된다. 잦아들던 신규 확진자 수가 중국, 미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다시 폭발적인 증가세로 돌아선다. 전 세계는 셧다운을 강화하고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선 2차 투매(panic sell)가 시작된다. 다우존스, S&P부터 코스피, 코스닥에 이르기까지 세계 주가지수는 바닥을 모르고 내려간다. 달러 등 기축통화를 제외한 통화가치도 대폭락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원화가치와 주가는 상대적으로 더 취약함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큰 폭으로 추락한다.

절대 일어나선 안 되지만 가상의 시나리오를 한번 생각해봤다. 이제 외환·금융당국엔 어떤 카드가 남아 있을까. 급박했던 3월 한 달 동안 정부는 한·미 통화스와프 600억달러, 주식·채권안정펀드 10조원 조성 방안을 발표했고 시장 안정에도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추가적인 충격이 왔을 때 과연 이 정도로 충분한 것인지 안심이 되질 않는다. 추가적인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 다수의 전문가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효과를 봤던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를 제시하고 있다.

실제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2007년 말 달러당 1000원을 밑돌던 원·달러 환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5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그해 10월 말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발표되면서 1500원 돌파를 눈앞에 뒀던 환율은 하루 만에 177원 내렸다. 이어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규모를 130억달러에서 300억달러, 중국과는 40억달러에서 300억달러로 확대했다. 이처럼 이중 삼중으로 기축통화 우산을 쓰면서 외환시장에서는 빠르게 불안 심리가 가라앉았고 그해 말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59원50전까지 떨어졌다.

그 효과를 필자도 일찍이 경험한 바 있다. 국제금융심의관 시절 필자가 적었던 메모의 한 구절이다. ‘1997년 12월 3일.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210억달러,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100억달러 등 총 350억달러의 지원이 결정됐다. 하지만 시장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릴 수 없었고 주식시장은 여전히 요동쳤다. 12월 24일 일본 100억달러, 미국 50억달러 등 주요 선진국이 제2선으로 총 234억달러의 추가 지원을 약속하고 나서야 시장은 안정을 찾아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국 등의 추가 지원 약속은 일종의 통화스와프 효과였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사석에서 “통화스와프는 다다익선”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엔화는 세계 3대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 외에 중국, 스위스, 캐나다 등과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긴 하지만, 대규모 자금 유출이 일어날 때 기축통화일수록 유동성 공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이 더욱 효과적이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 양국 간 난제를 타개할 실마리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논의가 상대적으로 쉬운 이슈부터 접근해야 하고 한·일 통화스와프도 후보군이 될 수 있다. 동아시아 역내에 외환·금융시장 리스크 확산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차원에서 일본도 득이 되는 장사다.

민간 채널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마침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일본 재계와의 회의를 통해 꾸준히 통화스와프 재개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한국의 재계 대표들이 2015년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외환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통화스와프 재개 필요성을 건의한 바도 있다. 과거 양국 관계가 악화됐을 때 늘 전경련이 나섰던 것처럼 이번에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수로 CNN이 발표하는 ‘공포와 탐욕 지수’란 것이 있다. 시장참여자들이 어느 정도의 공포 또는 탐욕을 갖고 투자하는지를 지표화한 것인데 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공포를, 100에 근접할수록 극단적 탐욕을 나타낸다. 4월 1일 현재 CNN 공포지수는 25다. 극단적 공포 구간이다. 아직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한·일 양국 정부의 현명한 대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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