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부안 출신 가수가 히트시킨 '영호남 화합곡'

입력 2020-04-03 17:39   수정 2020-04-04 01:09

기차역, 항구, 공항이라는 단어는 상봉과 이별의 의미를 담고 있다. 감성의 저울로 무게를 단다면 이별 편이 더 무거우리라. 첫눈이 내리는 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 첫사랑을 기다리는 안동역. 마지막 기차의 기적소리가 끊길 때까지 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속을 태우며 눈발 속을 서성거리는 기다림의 서정. 안동역에서 바람맞은 남자가 부르는 노래 ‘안동역에서’다.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만나자고 약속한 사람/새벽부터 오는 눈이 무릎까지 덮는데/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오지 않는 사람아/안타까운 내 마음만 녹고 녹는다/기적소리 끊어진 밤에.’(1절)

안동역은 서울과 경주를 잇는 중앙선의 중간역이다. 중앙선은 일본 제국주의 강제점령기인 1923년, 조선총독부에서 계획을 수립해 1935년 중앙선이라고 명명한 뒤 7년여 만에 완공했다. 총연장 383㎞. 건설 당시 일본 제국주의는 우리나라의 지하자원을 수탈(收奪)하고 일본에서 한반도를 거쳐 만주에 이르는 여객 및 화물 수송을 목적으로 부설했다. 이 역의 급수탑(給水塔)은 12각형 구조물로 형태가 독특해 등록문화재 제49호로 지정돼 있다.

‘안동역에서’ 작사가 김병걸의 고향은 경북 안동, 가수 진성의 고향은 전북 부안이다. 그렇다면 이 노래는 영호남 화합곡이 아닌가. 노래는 2008년 발표됐지만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고, 2012년부터 노래방 신청곡 우선순위를 차지하다가 2013년 전통가요 부문 1위로 등극한다. 1991년 4월 부산 동아대 앞 로얄전자오락실에 코인노래방이 도입된 이후 노래방을 통해 인기몰이를 한 대표곡이다. 우리나라 노래방은 1991년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근처 하와이안비치 노래방이 제1호다. 이후 1년여 만에 전국에 1만2000여 곳이 문을 열었고 유행가 인기온도 측정계 역할을 했다.

부안 출신 가수 진성의 본명은 진성철이다. ‘안동역에서’를 부른 사연은 김병걸 작사가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봐 아우! 내가 용돈을 줄 테니까 내 노래 좀 불러줘.” 이렇게 건넨 음반이 ‘안동사랑 모음집’이었고, 그 속에 ‘안동역에서’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진성은 이 노래를 인연으로 안동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다. 진성은 세 살 때 부모님과 이별한 탓에 동냥젖으로 컸고, 예닐곱 살쯤 됐을 때는 친척집을 전전하며 눈칫밥을 먹었단다. 10대가 돼서는 유랑극단을 쫓아다녔고 트로트 신동이란 소리를 들으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진성은 마흔이 훌쩍 넘어 정상적인 가수 반열에 오를 수 있었고, 쉰이 넘어서야 인기를 누린다. 그가 부르는 ‘보릿고개’는 1960년대 한국 춘궁기의 대명사 같은 노래다.

작사가 김병걸은 안동, 의성, 예천이 만나는 낙동강 변의 부잣집 9형제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월간 《문학세계》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그는 대중가요 노랫말을 쓰는 작사가다. 박건호, 조은파가 시를 쓰다가 대중가요 작사가로 전업한 것과 같은 사례다. 그는 1700여 곡의 대중가요를 만들었다. ‘안동역에서’ 노래를 즐겨 부르는 이들은 노랫말을 지은 김병걸에게 첫사랑에 대한 속내를 들켰고, 가락을 엮은 최강산에게 그리움을 강탈당했다.

유차영 < 한국콜마 전무이사·여주아카데미 운영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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