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키운다더니 '한국 대표 유니콘' 배민 때리는 민주당

입력 2020-04-07 11:13   수정 2020-04-07 11:26


"스카이프(skype)의 성공 사례가 없었으면 에스토니아의 벤처 혁명도 없었을 것"
2017년 에스토니아 취재 당시 만난 정부 및 스타트업 관계자 모두 에스토니아가 유럽의 작은 변방 국가에서 벤처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데는 스카이프의 성공이 결정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스카이프는 온라인 영상통화업체로 에스토니아의 첫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이다. 미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가 2005년 26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조5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스카이프의 성공 사례 이후 에스토니아의 젊은이들은 취업보다는 스타트업에 몰려들어 제2의 스카이프를 만들어내고 있다. 스카이프의 임직원들은 스스로를 '에스토니아 마피아'로 부르며 에스토니아 벤처 혁명을 이끌고 있다. 지하자원도 없고, 인구 132만명에 불과한 자그만 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달러를 훌쩍 넘을 수 있는데는 벤처 혁명이 결정적인 성장 동력이 됐다.

지난해 한국판 스카이프가 탄생했다. 2010년 김봉진 대표가 창업한 배달어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이 독일 딜리버리하우스에 40억달러(4조7500억원)에 팔렸다. 후발주자임에도 통통 튀는 광고와 이용자 편의성을 높인 배달의민족만의 혁신을 인정받은 셈이다. 딜리버리하우스는 김 대표를 아시아 회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프리미엄 외식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 신선식품 배달서비스 배민찬, 소액 생필품 배달 서비스인 B마트까지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를 계속 내놓는 창의성에 매료된 것이다.

하지만 4·15 선거를 앞두고 배달의민족은 연일 더불어민주당의 몰매를 맞고 있다.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독과점 횡포"라며 포문을 연 이후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대책본부장은 "당 차원에서 배달의민족 등 배달 앱의 수수료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우원식 서울 노원을 민주당 후보는 급기야 배달의민족 수수료 문제를 근절하겠다면서 특별법을 만들어 규제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일부 소상공인들이 배달의민족 수수료 정책 변경에 반발하면서부터다.

수수료 방식 변경을 두고 회사는 50%가 넘는 배달앱 이용업체와 소비자들이 이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반면 일부 업체들은 임대료에 버금가는 수수료 폭탄이라는 입장이다. 수수료율에 대해서도 회사는 10%가 넘는 글로벌 기준의 절반에 불과한 수치라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딜리버리히어로의 배달의민족 인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 중인 기업결합승인에 대해서도 딴지를 걸며 압박하고 있다.

수수료 서비스 변경의 영향이 회사의 발표대로 다수의 소상공인을 위한 것인지, 반대 측의 주장처럼 독과점을 통한 횡포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출범부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유니콘을 키우겠다고 약속한 여당이 선거를 앞두고 한국 대표 유니콘을 연일 타격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소상공인 표를 의식한 민주당의 강경 대응이 유니콘 육성이라는 정책과 모순되기 때문이다.

한 IB관계자는 “배달의민족 매각이 정치적 이유로 불발된다면, 전세계 누가 한국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인수하려고 나서겠나”라며 “스스로 우리 기업의 가치를 갉아먹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과연 스카이프 매각이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불발됐다면 에스토니아가 벤처 강국이 될 수 있었을까. 벤처 4대 강국을 꿈꾸는 정부 여당의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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