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은 적자늪?…오아시스의 3가지 흑자 비결

입력 2020-04-06 15:13   수정 2020-04-07 00:53


마켓컬리 -986억원, 쓱닷컴(SSG닷컴) -818억원, 헬로네이처 -155억원. 국내 주요 새벽배송 업체가 지난해 기록한 영업손실이다.

새벽배송 시장은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누구도 ‘승자’라고 말하기 어렵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 탓이다. 팔면 팔수록 손해보는 장사를 하고 있다. 관련 업체들은 ‘불편한 진실’을 해결할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덩치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수익성은 좋아진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하지만 모두가 ‘눈덩이 적자’를 내진 않았다. 오아시스는 이 업계에선 유일한 흑자 기업이다. 지난해 약 10억원의 영업이익(당기 순익 6억원)을 냈다. 매출(1423억원) 대비 영업이익률은 0.7%. 수치는 작지만 업계 유일한 흑자 기업이란 측면에서 이목을 끈다. 비결은 단순했다. 생산자 직거래 시스템 구축으로 마진을 확보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 간 경계를 허문 ‘옴니채널’ 전략도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작지만 알차게 성장해 새벽배송이 지속 가능한 사업이란 걸 증명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직거래 시스템 구축

오아시스의 최대 강점은 생산자와 직거래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우리소비자생활협동조합(우리생협) 출신들이 2011년 설립했다. 설립 때부터 ‘생협정신’을 강조했다. 중간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생산자와의 직접 거래를 고집했다. 생산자에게 더 큰 마진을 쥐여주고, 소비자는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지키려 노력했다. 온라인 새벽배송 사업에 뛰어든 2018년 8월 이후에도 이 원칙을 고수했다. 그 덕분에 유기농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다.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등 경쟁사가 프리미엄, 고가 전략을 고집했던 것과 대조된다. 대신 한 번 팔면 많이 팔았다. 전형적인 ‘박리다매’ 전략이다.

이런 방식의 판매는 장점이 많았다. 대규모 마케팅이 필요 없었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광고 선전비로만 439억원을 썼다. 배우 전지현 씨를 광고 모델로 내세워 대대적 광고를 했다. 오아시스는 ‘입소문’ 마케팅이 전부였다. 광고 등 마케팅에 쓴 비용은 6억원이었다.

폐기율 제로(0)에 도전

폐기하는 상품이 적었던 것도 이익을 낼 수 있던 비결이다. 새벽배송 업체들은 주된 상품이 식품이다. 식품은 폐기율이 높은 편이다. 다 팔지 못해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잘못 배송해 반송됐거나, 배송 과정에서 상품이 훼손된 경우가 많다. 마켓컬리, 쓱닷컴 등의 폐기율은 1~2% 수준이다. 많이 낮춰서 이 정도다. 1000억원어치를 팔면 10억~20억원은 버린다는 얘기다. 오아시스는 폐기율이 0.1% 수준이다. 오프라인 매장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오아시스는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물류센터에서 곧바로 빼서 보내준다. 당일 새벽배송으로 소화하지 못한 주문은 오프라인 매장으로 보낸다. 전국에 있는 오아시스 37개 매장이 이 주문을 처리한다. 매장에선 당일 배달까지 해준다. 오아시스에 입고된 상품은 새벽 배송, 오프라인 매장 판매, 오프라인 배달 판매 등 세 경로를 거치며 팔려 나간다. 새벽배송 하나에 의존하는 다른 업체에 비해 폐기율이 현격히 낮은 이유다. 온라인 판매와 오프라인 매장 간 경계를 허문 ‘옴니채널’ 전략이다.

한 물류센터에서 냉동·냉장·상온 처리

물류센터 운영도 철저히 비용 통제 중심으로 갔다. 식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기 위해선 냉동고와 냉장고, 상온고 등이 필요하다. 상품 보관과 운송에 필요한 온도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관을 따로 하면 비용이 많이 든다. 한 소비자가 냉동만두와 아이스크림, 냉장우유와 상온 상태의 과자를 주문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렇게 주문이 들어오면 우선 각 창고에서 상품을 담아 한 곳에서 물건을 합쳐야 한다. 포장도 따로따로 해줘야 한다. 물류비용에다 인건비 비용까지 겹으로 들어간다.

오아시스는 애초 물류센터 설계를 다르게 했다. 한 창고에서 냉동·냉장·상온 상품을 모두 보관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상품을 담고 포장하는 데 드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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