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前 지경부 장관 "항모 가라앉는데…여객선만 본다"

입력 2020-04-07 17:57   수정 2020-04-08 01:24

“항공모함이 가라앉고 있는데 여객선만 보고 있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전 지식경제부 장관·사진)은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부의 산업 정책을 이렇게 비유했다. 중소기업(여객선) 지원에만 몰두하고 정작 고용과 국가 경제에 파급력이 큰 대기업(항공모함) 지원엔 소극적이라는 얘기다. 그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반(反)대기업 정서를 의식하는 것 같은데 지금 그런 것에 사로잡혀 있다간 경제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 위기 극복을 이끌었던 관료다. 2011년에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최 회장은 “취약계층과 자영업자 지원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산업 기반을 지키는 일”이라며 “산업 기반이 붕괴되면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한국 경제가 영영 살아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중요한 산업으로 항공·해운·에너지 등 기간산업과 자동차·반도체 등 주력 산업을 꼽았다. 최 회장은 “정부가 이들 산업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위기의식이 부족한 것 같다”며 “항공·해운 등 산업은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극심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대기업을 지원하면 특혜 논란이 일까 두려워 미적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대기업의 자금 지원 요청에 대해 “대기업은 자구 노력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최 회장은 정부 지원의 원칙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 정책은 이념이 아니라 철저히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기업 규모가 아니라 피해 규모를 보고 지원해야 한다”며 “기업의 자금 유동성을 점검한 뒤 여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곳은 지원을 보류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은 괜찮을 것’이란 막연한 생각으로 지원을 꺼린다면 돌이킬 수 없는 실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해 주요 기업이 도산 위기에 처하는 때를 대비해서라도 재정 여력을 비축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