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공장 멈추는데…현대오일뱅크가 부러움 사는 이유 [김재후의 정유업계 인사이드]

입력 2020-04-08 09:11   수정 2020-04-08 09:17


국내 정유회사들은 요즘 '죽을 맛'이다. 국제유가 급락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에 따른 석유 수요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다른 업체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는 정유회사가 있다. 외부 환경은 비슷하지만, 대규모 정기보수에 들어가면서 그 피해를 비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현대오일뱅크다. 이 회사는 8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한달 반 가까이 충남 대산공단의 '제2공장과 제2고도화 공정(사진)'에 대한 정기보수를 실시한다.

현대오일뱅크가 일정 보다 앞당겨 정기보수에 들어가는 제2공장 등은 하루 36만 배럴의 석유제품을 생산한다. 현대오일뱅크의 전체 생산능력(52만배럴)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이 기간 현대오일뱅크의 정유 공장 가동률은 30%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정기보수가 부러움을 사는 이유는 정유회사들의 공장 특성을 보면 알 수 있다. 정유회사들은 공장을 멈추는 걸 두려워 한다. 공장에 이상이 생겨 공장을 잠시라도 멈추면 재가동까지 한 달 가까이 걸린다. 정유 공장은 스위치를 끄더라도 남아있는 원유와 석유제품이 계속 돌기 때문에 1주일 가까이 기다려야 완전히 멈춰선다. 이후 청소와 상태 확인에 2주가 걸리고, 다시 재가동에 들어가더라고 정상 수준으로 수율을 올리려면 또 1주일이 필요하다. 공장을 한번 멈추면 정상화까지 한 달이 필요한 셈이다. 정유회사들이 석유제품 가격 급락으로 손실을 보더라도 웬만하면 공장을 끄지 않고 피해를 감수하며 365일 공장을 돌리는 이유다.

대형 정유회사 관계자는 "공장을 끄지 않고 가동률을 낮추려면 원유 투입량을 조절하는 방식을 이용한다"며 "그러나 이 경우에도 가동 비용은 같아서 '규모의 경제'를 생각하면 원가는 높아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런 이유로 최근 시황 악화에도 공장 가동률을 100%에서 85% 수준으로만 낮췄다.

현대오일뱅크가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다른 회사들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건 일부러 공장을 끄지 않고 예정된 정기보수 일정이 실적이 악화하는 어려운 시기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국내 4대 정유회사들은 국제유가 급락 직격탄을 맞으면서 공장을 돌리면서도 하루 최대 700억원씩 영업 손실을 보고 있는 중이다. 한 정유회사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의 2공장은 1공장보다 규모가 커 2공장을 정기보수할 경우 공장 가동률은 30%에 그치게 된다"면서 "어차피 석유제품 가격도 급락했고 수요도 없는 상황에서 해야할 정기보수를 하며 가동률을 자연스럽게 낮추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원래 정기보수 기간이 올해 8월로 계획돼 있었는데 이를 앞당겨 4월에 하기로 한 결정은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작년 말"이라며 "빠른 결정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정기보수가 예정돼 있어 일정을 앞당긴다고 해도 목표로 세워둔 매출은 줄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운 좋은 실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국제유가 급락하며 역마진 대란이 벌어질 당시에도 그해 2분기에 1공장에 대해 정기보수를 하면서 미리 재고를 정리했다. 그 덕분에 그해 유일하게 2000억원 가량의 흑자를 냈다. 다른 정유 3사는 약 2조원의 적자를 봤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유 공장을 두 개 운영 중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국제유가를 미리 예측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만큼 운이 좋은 쪽에 가깝다"면서 "다만 정기보수를 앞당기기로 결정한 지난해 말은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기미를 보였을 때여서 경영진의 결단도 평가받을 만 하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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