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10년만에 쌍용차 다시 생사기로…신차·신뢰 절실

입력 2020-04-08 11:54   수정 2020-04-08 15:41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투자 철회로 쌍용차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차량 판매도 감소한 상황에서 쌍용차에게 남은 활로는 노사 협력을 통한 신차 개발 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마힌드라 2300억 투자계획 철회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 쌍용차가 산업은행에서 빌린 단기차입금 900억원의 만기가 다가온다. 이중 일부는 이미 지난해 만기연장을 한 상태다. 산은이 보유한 쌍용차 채권은 19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쌍용차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총 2500억원을 넘어선다.

마힌드라는 지난 3일(현지시간) 쌍용차에 약속했던 2300억원의 신규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도 정부가 이동금지조치인 '락다운'을 시행하면서 3월 차량 판매가 전년 대비 88% 감소하는 등 자금사정이 악화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대신 기존 투자 계획과 별도로 400억원을 지원해 쌍용차에게 대안을 모색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 유동성 위기, 본질은 경쟁력 확보

쌍용차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우선 돌아오는 만기를 연장하고 신규 투자를 확보해야 한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중론이다. 예병태 쌍용차 사장도 "정부와 금융권에 지원을 요청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쌍용차가 처한 위기의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경쟁력을 갖춰 소비자 선택을 받는 신차를 개발하는 것이다. 경쟁력이 있어야 신규 투자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경쟁력 하락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경쟁이 치열해진 자동차 시장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쌍용차는 소형 SUV인 티볼리, 준중형 SUV인 코란도, 준대형 SUV G4렉스턴, 렉스턴 스포츠&칸 등의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신차 출시가 이어진 탓에 티볼리의 경쟁상대는 르노삼성 XM3,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트랙스, 기아차 셀토스·쏘울·니로·스토닉, 현대차 코나·베뉴 등으로 늘어났다.


코란도는 현대차 투싼, 기아차 스포티지, 르노삼성 QM6 등과 경쟁해야 한다. G4렉스턴은 동급 국산 차량에 현대차 펠리세이드, 기아차 모하비, 제네시스 GV80 등이 포진해 있다. 렉스턴 스포츠&칸은 쉐보레 콜로라도라는 복병을 만났다. 지난해 쌍용차의 내수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 감소한 10만7789대를 기록했다. 올해 상황은 더 악화됐다. 1분기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기 2만7350대에 비해 36% 감소한 1만7517대에 그쳤다.

쌍용차는 올해 상품성을 개선한 리스펙 티볼리·코란도와 G4렉스턴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반등의 기회를 만들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시각이 많다. 지난 2015년 출시돼 소형SUV 돌풍을 이끈 티볼리급의 파급력을 갖춘 신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내수 시장에서 하락을 거듭하던 한국GM과 르노삼성에게 반등의 기회를 마련해준 것도 기존 차량의 부분변경 모델이 아닌 트레일블레이저, XM3와 같은 신차였다.

신차를 내놓는다고 위기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쌍용차의 체력에서 시장의 외면을 받는 신차를 내놓는다면 두번 다시 신차를 선보일 기회를 갖기 어려워질 수 있다. 지난해 쌍용차의 자본잠식률은 46.2%까지 올랐고 부채도 1조6160억원으로 증가했다. 자본 감소와 부채 확대가 맞물리며 부채 비율도 401%까지 높아졌다. 자본잠식률이 50%를 웃돌면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80%이상은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 '경쟁력 신차' 위해 노사 협력·헌신 필요

경쟁력 있는 신차 개발에는 긴 시간과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 쌍용차의 티볼리에는 42개월의 연구개발 기간과 35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신차를 내놓으려면 노사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생존만을 위해 버티면서 모든 자원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어야 하는 셈이다.

쌍용차에게 허리띠를 더 졸라맬 여력은 많지 않다. 쌍용차는 부산물류센터 등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겠다고 했지만, 부산물류센터와 안성 인재개발원을 모두 매각해도 조달 가능한 자금은 100억원대에 머무를 전망이다. 자구안으로 마련한 1000억원과 마힌드라의 400억원을 합해도 신차 개발에는 크게 부족한 금액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쌍용차를 인수할 새 투자자를 찾지 못한다면 결국 인건비에 손을 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쌍용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종업원 급여로 지출된 금액은 약 5464억원이다. 지출 비용 가운데 재료비 다음으로 많은 액수다. 지난해 임원 20% 축소를 시작으로 임원 급여 삭감, 노동자 상여금 반납, 노동자 복지혜택 축소 등을 진행했지만, 5416억원이었던 전년과 비교해 48억원 늘어났다. 반대로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1895억원에 그쳐 전년 2016억원에 비해 121억원 줄었다.

위기 극복에 노사가 합심하고 있다는 점은 쌍용차의 장점으로 꼽힌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해 순환휴직과 상여금 반납, 복지혜택 축소 등의 자구노력 방안에 합의한 바 있다. 노조 요청으로 노사 공동 '품질 혁신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렸고 노조가 모기업 마힌드라를 만나 추가 투자를 요청하기도 했다. 여느 완성차 업체라면 인건비 삭감을 두고 충돌을 빚었겠지만, 쌍용차 노사는 경영 정상화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쌍용차의 이러한 점을 강조했다. 은 위원장은 지난 6일 공개서한을 통해 "쌍용차가 경영정상화를 위한 쇄신 노력을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주주와 노사가 합심해 정상화 해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채권단 등도 쌍용차의 경영쇄신 노력, 자금사정 등을 감안해 경영정상화를 뒷받침할 부분이 있는지 협의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회사의 정상화를 위한 노사의 고통분담이 지원의 명분을 만든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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