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와 분자,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밝게 측정 가능해졌다

입력 2020-04-13 10:45   수정 2020-04-13 10:50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원자의 운동을 가장 빠르고 밝게 포착할 수 있는 초고속 전자회절장치를 개발했다고 13일 발표했다. 미국이 보유한 현재 세계 최고 성능의 장치보다 3배 이상 빠르고 100배 이상 밝게 관측이 가능한 수준이다. 소재·부품 연구나 제약·바이오 등 물성 연구에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초고속 전자회절장치는 펨토초(1000조분의 1초)~피코초(1조분의 1초) 사이 발생하는 원자의 움직임을 포착한다. 얼마나 빨리 움직임을 포착하느냐를 '시간분해능'이라 하는데 이것이 짧을수록 우수한 장치다. 단순히 정지영상으로 물질의 분자 구조를 측정하는 전자현미경과 달리 전자회절장치는 분자 속 원자의 움직임까지 측정할 수 있다.



기존에 가장 우수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스탠퍼드대 선형가속기연구소(SLAC)가 보유한 전자회절장치 분해능은 100 펨토초다. 원자력연 정영욱 연구원팀이 개발한 전자회절장치 분해능은 32 펨토초로 SLAC보다 세배 이상 빠르다. 또 SLAC보다 100배 가량 더 밝게 관측할 수 있다. 전자회절장치는 시간분해능이 짧아지면 밝기가 어두워지는 기술적 문제가 있는데 이를 해결한 것이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단순하지만 기발한 '90도 휨' 형태 구조를 만들어 속도와 밝기 부분에서 세계 최고 성능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전자회절장치는 찰나의 원자 움직임을 촬영하기 위해 분자에 자극을 주는 레이저 펄스와 전자빔을 쏜다. 극소 공간에 누적된 이 이미지를 이어붙이면 원자 운동을 나타내는 영상이 나온다. 그런데 원자의 구성분인 전자는 서로 강하게 밀치는 힘이 있어 극소 공간에 모으기가 어렵다. 대부분 연구진은 전자들이 덜 퍼지게 하기 위해 전자빔이 시료에 닿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직선 형태로 전자회절장치를 설계한다. 이 때문에 많은 양의 전자를 쏘면 전자를 모으기 어렵고, 적은 양의 전자를 쏘면 밝기가 약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원자력연은 발상의 전환으로 90도 휨 구조를 고안했다. 처음엔 비교적 많은 양의 전자를 쏜 다음 90도로 돌아 나오게 하면서 '달리기 트랙' 처럼 여러 통로를 만들어 전자들의 밀치는 힘을 막았다. 그러면서 결승점인 시료에 도달할 때만 짧은 순간에 전자빔이 많이 모이게 했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레이저펄스와 전자빔이 분자에 도달하는 시간의 불규칙성(시간흔들림) 문제도 제거했다"며 "이번 장비의 개발로 펨토초(1000조분의 1)를 넘어 과학자들이 꿈꿔왔던 아토초(100경분의 1)대역까지 시간분해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광학 분야 글로벌 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 4월호에 게재됐다. 미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의 한 교수는 이번 원자력연의 기술 개발을 두고 "자연을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아주 빠른 새로운 눈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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