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국가는 공범?

입력 2020-04-13 16:41   수정 2020-04-13 16:43



"네 신상 다 알고 있어.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도망가도 소용없어."

처음엔 단순히 신체 일부 사진을 보여 달라는 것에서 시작했다. 성 착취 범죄임을 알게 되었지만 온라인 영상 노출 뿐 아니라 가해자는 아이의 신상정보를 이용해 계속 협박했다. 피해자는 극도의 공포와 절망감, 뿐만 아니라 학교나 사회에서 ‘네 잘못이야’ 수군거리고 비난받을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성범죄는 그 정도의 심각성 여부를 막론하고 지역사회 안전에 관한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인지발달이 미숙한 아동 대상으로 권위나 물리적, 강제적인 힘 또는 보이지 않는 압력이나 유인, 애정철회와 같은 힘을 사용하여 성적인 행위를 하거나 유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를 조기에 발견해서 차단시키지 않으면 점점 수위는 높아지고 그 수법도 잔인해진다.

최근 경찰이 확인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 피해사건은 그 위험 수위뿐 아니라 초등학생 피해자도 포함돼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인터넷 발달과 함께 성범죄는 그 행위와 양태가 더욱 교묘해졌고, 피해 당사자들이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순간에도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유통되어 실제적인 범죄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

2008년 12월 조두순 사건 발생 후 우리사회는 심각한 성범죄 사건들을 겪으면서 가해자 처벌강화와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의 제·개정, 보호시스템의 발전과정을 거쳐 왔으나 번번이 한계를 드러냈다. 아동성범죄자 공소시효를 폐지했고, 음주 감경 불가, 성범죄자 취업제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등 처벌수위를 강화했다.

2011년 유엔아동권리협약 제 3. 4차 국가보고서에 대해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성폭력 급증과 높은 음란물 소비율, 아동 성 착취에 대한 낮은 기소율을 우려하며, 범죄 심각성에 걸 맞는 형사처벌을 권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웰컴투비디오 손모씨는 징역1년 6개월이, N번방 전 운영자 와치맨에게 징역 3년 6개월이 구형될 뿐이었다. 유엔의 권고에도 정부의 안이한 인식과 법집행은 텔레그램N번방 사건을 만든 공범이란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시간은 흘러 2020년 12월 조두순은 곧 출소하는데 아동 성착취 근절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왔던 각종 법안들의 국회 처리과정은 어떠했는가? ‘N번방 방지법’은 국회 국민동의청원1호에 올랐으나 20대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2019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 제5-6차 국가보고서에 대해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성매매와 그루밍, 교사에 의한 성희롱을 포함한 아동에 대한 모든 종류의 성적 착취 및 학대를 방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 온라인 그루밍 개념을 정의하고 형법에 따라 처벌받는 범죄로 규정하도록 권고했다. 계속되는 유엔의 권고를 외면하고 안이한 대처와 느슨한 법집행은 디지털 성착취 범죄를 이미 사회적 재난 수준으로 키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디지털 성착취 범죄에 대해 모든 특단의 대책 마련으로 국가가 방조하고 키웠다는 오명을 벗어야 할 것이다.

글 : 이광숙 /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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