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안처리 가능해진 與…"시장 거스르면 '경제 활력' 못살려"

입력 2020-04-16 17:33   수정 2020-04-17 01:00


“꿈의 숫자를 얻었지만 두려운 결과이기도 하다.”

여당의 21대 총선 전략을 책임진 이근형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 16일 물러나면서 남긴 말이다. 단독 180석이라는 역사상 전례 없는 의석을 확보한 결과에 대한 겸양의 말이었지만 사실이 그렇다. 이제부터는 정부·여당이 ‘진짜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의석수를 무기로 입법 전횡을 저질렀다가는 그 책임을 고스란히 져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나간 뒤 경제 실패에 대한 책임을 더 이상 힘 빠진 야당에 돌릴 수도 없다. 20대 대통령 선거까지는 앞으로 2년. 차기 집권을 노리는 민주당에는 기회의 시간이자 냉혹한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당, 단독 법안 처리 가능

이번 총선의 압승으로 국회 내 주도권을 장악한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쟁점 법안을 자력으로 통과시킬 수 있게 됐다. ‘국회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인 일반 의결정족수를 거뜬히 넘어섰다. 재적의원 5분의 3(180석) 이상 찬성이 필요한 패스트트랙 지정,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종결 등도 할 수 있다. 개헌을 제외하고는 여당 단독으로 모든 법안의 처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민주당은 여기에 이번 총선에서 법제사법위원회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법사위는 통상 야당 출신 위원장이 맡아 여당을 견제하는 역할을 했다. 민주당 공약대로라면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은 바로 본회의에 직행할 수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당장 기업 규제 법안의 우선 통과가 쟁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이 핵심인 상법, 대기업집단 내부 거래 규제 강화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등 ‘공정경제’ 분야 법안의 통과를 추진했지만 야당 반발로 사실상 무산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정경제 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위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가동하자”고 야당에 제안까지 했다. 그만큼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다. 스타필드 등 복합쇼핑몰 영업시간·입지 규제 등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민주당의 공약 사항이다. 해고 요건 강화, 희망퇴직 시 근로자 대표 동의 강제화 등을 담은 친(親)노동 법안도 21대 국회 통과가 유력하다.

민주당 당선자의 입법 계획을 살펴봐도 반(反)시장·반기업적 내용이 적지 않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이낙연 당선자(서울 종로)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이학영 당선자(경기 군포)는 가맹사업법을 우선 입법 계획에 포함했다. 재정건전성 문제가 제기되는 입법 계획을 밝힌 당선자도 있다. 홍기원 당선자(평택갑)는 기본소득기본법을, 김민석 당선자(영등포을)는 전 국민 평생교육 지원통장법 등을 각각 우선 추진하겠다고 했다.

“당정, 경제 살리기 우선해야”

전문가들은 절대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내는 성과에 따라 20대 대선 결과도 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는 “논란이 되는 법안을 패스트트랙 등으로 밀어붙이면 경제에 역효과가 날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현실화될 경제 위기 앞에 민주당이 반시장 정책 기조를 고수해서는 경제 활력을 되살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거대 여당이라도 모든 법안을 일방 처리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상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견제를 받는 데다 개헌까지 노리는 민주당으로서는 여전히 통합당과의 협치가 필요해서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야당에 협조를 구하고 독주를 피해야 한다는 걸 민주당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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