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논설실] 문재인 정부는 정말로 집값 하락을 원할까

입력 2020-04-17 09:46   수정 2020-04-17 11:42


어떤 정책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를 가르는 데는 생각보다 헷갈릴 때가 많다. 거의 대부분의 정책은 그로 인해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는 동시에 손실을 입는 집단 역시 거의 언제나 존재한다.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해당 정책이 성공적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반대의 경우는 실패라고 여길 것이다.

논란이 많은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나 탈원전 정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부동산 정책 역시 그렇다. 이들 정책이 모두 실패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본다. 우선 대통령부터 시작해 현 정부의 주요 관계자들, 청와대 참모들의 거의 모두 실패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들은 소득주도성장은 효과가 나타나는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하고 탈원전이나 부동산 정책 역시 그런 맥락에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 "다른 건 모르겠지만 최소한 부동산 정책만은 실패한 것 아니냐"고 여전히 힘주어 말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과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을까.

◆19번의 부동산 정책에도 수그러들지 않던 부동산 가격, 코로나가 잡나?

문재인 정부가 19차례에 걸쳐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다는 것은 잘 알려진 대로다. 모두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방안이라고 했지만 집값은 미친 듯이 뛰어 올랐다. 2007년 5월부터 2020년 2월까지 현 정부 2년 7개월 동안 전국 평균 아파트 매매 가격은 2억8478만원에서 3억6878억원으로 29% 올랐다. 서울은 5억7028만원에서 8억7718만원으로 54%, 강남은 6억9074만원에서 10억4724만원으로 52% 각각 상승했다.

이 수치는 어디까지나 평균일 뿐이고 서울에서 좀 인기 있는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이 기간 가격이 거의 두배가 됐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그랬던 아파트 가격이 모처럼 약세로 돌아서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지난주보다 0.05% 하락하며 3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코로나 쇼크에다 5~6월까지 팔아야 하는 양도소득세 절세 급매물이 나오면서 실거래가가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강남4구 아파트 값이 0.2% 떨어져 지난해 1월 말 0.35% 하락 이후 1년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마포(-0.06%)·용산(-0.05%)·성동구(-0.02%) 등 '마용성' 지역의 아파트값이 하락한 데 이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은 이번 주 일제히 상승세를 멈추고 보합 전환했다. 이들 지역의 약세로 강북 14개 구 아파트값도 0.02% 떨어져 지난해 7월 첫째 주 상승 이후 41주 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 가격 하락세는 지속될까

최근 아파트 가격 하락세에 대해서는 장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걱정하는 시각이 있는가하면 머지 않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전자는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가 장기화되면 주택가격의 장기하락도 불가피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반면 다시 오른다는 쪽은 사람들이 경제 위기 때 안전 자산을 더 선호하는데다가 가뜩이나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추가 자금이 대거 풀리면서 결국엔 다시 집값을 자극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든다.

코로나의 상황 전개가 극히 불투명한 만큼 코로나 사태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예측이 쉽지 않다. 다만 어느 정도 코로나가 진정될 경우 가장 먼저 가격 상승을 이끌 자산은 그 무엇보다도 부동산이라는 점은 크게 틀리지 않을 듯하다. 코로나 위기로 다른 자산 가격은 전에 볼 수 없던 변동성 폭발로 엄청난 하락을 경험했던 반면 부동산은 그래도 낙폭이 그리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부동산이야말로 변동성이 낮고 그래도 믿을 수 있는 최고의 투자처라는 믿음을 더 공고화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집값 급등, 여당에 호재인가 악재인가

흔히 지금 정부가 부동산을 잡으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여러가지 시도를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현 정부는 2017년 6월 조정대상지역 추가, 전매제한기간 강화,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화비율) 강화 등을 시작으로 이후 투기지역및 투기과열지구 지정, 양도세 강화, 새로운 DTI 도입 등은 물론 종합부동산세 강화, 분양가상한제 실시, 전매제한, 공시가격 현실화 등 숨가쁘게 대책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주지하는대로 집값은 오히려 불에 기름을 쏟아 부은 듯 더욱 더 가열차게 올랐다. 현재까지 문재인 정부의 집값 잡기가 실패한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게 다 일까. 지금 정부는 민심 잡기에도 실패했을까. 세상에 자산이 늘어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한국인에게 가장 큰 자산은 부동산이다. 대략 가구 자산의 70% 가량이 집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 들어서 그 자산이 위에서 언급했듯이, 전국 평균 30% 가량, 서울은 50% 넘게 늘어났다. 서울 웬만한 아파트는 가격이 더블이 됐다.

집 가진 사람중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정말 싫어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정책의 목적이나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결과적으로 자신의 자산을 저렇게 단기간 내에 키워준 현 정부를 미워할 수 있을까. 겉으로는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해 침튀기며 비판하는 사람중에도 속으로 자신의 집값이 급등한 것에 대해선 혼자 조용히 웃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번 21대 총선에서 여당은 조국 사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 경기 침체 등의 악재를 뚫고 예상을 뛰어넘는 대승을 거뒀다. 여기서 재밌는 것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다. 서울은 원래 더블어민주당이 우세한 지역이기는 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지난 20대 선거보다도 민주당 우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수도권 121개 선거구에서 민주당은 85%인 103석을 싹쓸이했다. 지난 20대 총선보다 21석이나 늘어난 기록적인 승리였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현 정부들어 집값 폭등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지역이다. 가계 자산을 이토록 늘려준 정부를 유권자들이 심판하겠는가 아니면 좀 더 집값을 올리라고 지지하겠는가.

◆정부는 정말로 집값 하락을 원할까

현 정부 초기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부동산 투기를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전문가라는 김수현 당시 청와대 사회수석은 "부동산 가격 문제에 물러서지 않겠다"고 호언했다. 이미 집값이 한참 오른 뒤인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 자신 있다"고 말했다.

얼핏 집값을 내리겠다는 것으로 들리지만 누구도 직접적으로 부동산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특히 문 대통령의 발언은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모호하다. 우스갯 소리지만 "(국민 여러분의 가장 큰 자산인) 집값 하락 만큼은 막을 자신이 있다"라고 해석할 여지까지 있는 표현이었다.

이런 이야기까지 하는 이유는 지금 정부가 정말로 집값 하락을 원하는 지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쏟아낸 19번의 부동산 대책은 사실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 과거 정부, 특히 노무현 정부 때도 사용해왔던 수단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공급을 늘리기보다는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대책은 과거에도 대부분 실패했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는 그런 대책을 거의 그대로 반복해왔다.

그런 대책이 효과가 없다는 걸 정말 몰라서일까. 지난해 10월 정부는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21대 총선 전까지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11월초에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등 서울 27개 동만 분양가 상한제 예정지역으로 지정했다. 결과는 또 한번 집값을 자극했을 뿐이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유예해주고 예정 지역까지 미리 알려주니 정부가 당장 집값 잡을 생각이 없다고 받아들인 사람들이 부동산 투자에 앞다퉈 나선 것이다. 지난해 10월 1.76%였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11월 1.93%, 12월 2.91%로 점점 높아졌다.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9억원에 육박했다.

그러자 정부는 지난해 12월16일 또 다른 대책을 내놨다. 9억원 초과 아파트의 LTV를 20%로 축소하고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주태담보대출을 아예 전면 금지시킨 것이다. 그러자 시장에서는 9억미만 아파트에 투기 수요가 몰려 가격이 9억원까지 쭉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그리고 예상은 거의 현실이 됐다. 경기도 수원, 용인 등지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조금만 부동산 시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충분히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정책을 정부가 계속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말로는 집값을 잡겠다지만 실제로는 집값을 부추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집값을 못잡는 게 아니라 일부러 못잡는 척한다는 말까지도 들린다.

◆정권 심판 ? 집값 방어 ?

현 정부 집권 후 각종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이 적지 않았다. 툭하면 '외환위기 이후 최악'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말이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까지 더해지며 경제는 그야말로 빈사상태다. 하지만 수도권에 집 한채 이상 가진 이들은 아직까지는 사실 배가 좀 따뜻하다. 지난 몇년간 집값 상승으로 자산이 훌쩍 늘었기 때문이다.
물론 팔면 양도세, 증여하면 증여세, 갖고 있으면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보유세를 내야 하니 골치 아파 죽겠다고 엄살을 피운다. 특히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가 크게 오르는 것에 대해서는 저항이 만만치 않다. 주택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것을 시정해달라, 종부세 부담을 낮춰 달라는 요구가 최근 봇물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주택보유자중 자신의 집 값을 좀 내려달라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집값 오른 것은 좋으니 그대로 두고, 세금만 좀 어떻게 낮춰달라는 것이다. 물론 개중에는 팔지도 못할 집값만 급등시켜 놓고 당장 수입도 별로 없는데 세금만 다락같이 올려 놓으면 어떻하냐고 역정 내는 딱한 이들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좀 더 솔직해지자면 이 세상에 자신의 집값 폭등을 진심으로 탓할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정부가 정말 부동산 값을 못잡는척 하면서 실제로는 올리고 있는지, 이번 총선에서 얼마나 많은 유권자들이 급등한 집값의 수혜로 민주당에 표를 던졌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다만 이 정부는 겉으로 호들갑을 떠는 만큼 집값 폭등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아니 자신들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쩌면 국민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에이 속으로는 좋으면서 뭘 그래"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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