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칼럼] '코로나발 경제위기'는 지금부터다

입력 2020-04-20 18:18   수정 2021-04-20 17:17

여당의 압승으로 4·15 총선이 끝난 다음날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 선(WTI 기준)이 붕괴됐다.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00만 명을 훌쩍 넘겼다.

같은 날 자동차·철강·석유화학·기계·조선 등 5개 업종 협회 관계자들은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 모여 ‘코로나19 대응 산업계 1차 대책회의’를 했다. 참석자들은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이 2분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수요 절벽과 공급 차질이 겹친 극심한 ‘보릿고개’가 닥쳐올 것으로 우려했다.

정치판을 뒤흔든 선거는 끝났지만, 코로나발(發) 경제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에서의 코로나19 진정세와는 무관하게 여전히 주요국은 사실상 봉쇄돼 있고 경제 현장은 마비 상태다. 기업들의 수출길은 막혔고, 내수마저 가라앉아 실업자가 급증하는 상황이다. 자동차·철강·유화 등 주요 제조업은 코로나19의 부분적 영향을 받은 1분기보다 2분기에 실적 악화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수야당에 참패를 안겨준 총선 결과를 놓고 말들이 많지만, ‘결집효과’(rally around the flag effect)를 빼놓고 설명하기는 힘들 것 같다. 국가적 재난이나 전쟁에 준하는 위기 때 현직 지도자(여당)를 신뢰하고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현상이다.

코로나가 휩쓸고 있는 유럽 주요국 정치 지도자들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9·11 사태 이후에도 인기 없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90%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4·15 총선의 판세를 바꾼 결집효과에 나타난 국민의 표심은 명확하다. 정부와 여당에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경제를 안정시켜 달라’는 주문이다. 정부가 코로나19와의 승부에선 승기를 잡았지만, 경제 위기와의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코로나 위기 극복은 단순한 방역 차원을 떠나 기업과 일자리를 지키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이 “1분기까진 버텼지만, 2분기 이후는 암울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경제의 대들보인 반도체산업은 코로나발 수요 감소와 중국의 거센 추격에 직면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후유증에서 겨우 벗어나는 듯했던 자동차산업은 코로나발 셧다운(일시 가동중단)이 일상화하면서 고사 직전이다. 유가 급락 탓에 정유회사 저장탱크는 재고로 꽉 찼고 제품을 만들수록 손해를 보는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하늘길이 대부분 끊기면서 인천공항 주기장은 비행기로 가득 찼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 국적 항공사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내몰렸다.

코로나 사태는 여당에 그랬듯이 한국 경제에도 위기이자 기회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점을 들춰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의 일상화는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굴뚝산업’의 전성기 때 마련된 낡은 시간관리(주 52시간제 등)는 무의미해졌다. 애초부터 시간과 장소가 문제가 아니라 생산성과 효율성이 중요한 일이었다. 병원에 직접 가기 힘들어진 사람들이 전화로 처방을 받으면서 원격의료의 성공 가능성도 확인했다.

코로나 사태는 왜 기업을 키워야 하는지도 여실히 보여줬다. 삼성은 ‘마스크 대란’ 때 해외에서 마스크를 수입하는 일을 돕는 한편 컨설팅을 통해 중소기업의 마스크 생산 능력을 배가시켰다. 한국 기업들의 뛰어난 진단키트 생산능력이 없었다면 코로나 광풍에 휩싸인 한국은 국제 사회에서 ‘외딴 섬’이 됐을 것이다.

마스크의 일상화가 가져다준 ‘침묵의 봄’이 지나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이 열릴지도 모른다.

지옥일지 천국일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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