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위기, 근무시스템 혁신이 필요하다

입력 2020-04-23 15:08   수정 2020-07-21 00:02


미국, 일본,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확진자 수는 심상치 않은 데 비해 국내 확진자 수는 최근 20명 이하로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끝난 것은 아니다. 변종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있고, 완치 후 재확진자도 늘고 있다. 백신도 개발되지 않았고 임상시험에 착수했다는 보도는 있으나, 제품으로 양산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감염 공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로 생존 위협을 받는 업종이 늘고 있다. 집단감염으로 응급상황에서 후순위로 밀려났던 산업안전과 코로나발(發) 경제위기로 위축된 산업 분야에서 발생할지 모를 구조조정 등에 대비할 때다.

코로나19에 가장 마음을 졸인 노동 현장은 보건의료부문이다. 지금도 의료진의 눈물겨운 고투가 벌어지고 있다. 감염과 장시간 근로의 위험에도 의료진은 현장에서 수개월간 헌신적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의료진 또한 감염이 두렵지 않을까. 더욱이 무겁고 답답한 방호복을 입고 머리를 압박하는 고글과 보호구를 착용한 채 의료 활동을 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몸이 힘들고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염위험도 증폭될 수밖에 없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4월 10일 기준 코로나19에 감염된 국내 의료인이 241명에 달한다고 한다. 감염으로 인한 공포 외에도 2주간 격리상태로 치료를 받는 확진자들이 고립감·무력감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의료진에게 폭언·폭행을 가하는 경우도 있어 2중고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업무 중 감염이 되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게 되고, 질병치료로 일하지 못한 기간에 대해서는 휴업급여를 평균임금의 70%까지 지급한다. 업무 중 환자의 폭행·폭언,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 역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발병 이전에 의료 종사자들이 업무상 질병에 노출되지 않게 사업주는 최소한의 안전조치를 취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장기적인 코로나19 국면에서 지속적인 의료 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의료진이 과로로 인해 번아웃이 되지 않도록 강제휴가라도 부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의료진도 부족한 상황에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휴가를 신청하기는 쉽지 않다. 희생과 헌신, 마음으로 보내는 응원만으로는 부족하다 싶다. 사업주의 권고사항으로 맡겨둘 일도 아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병원체에 의한 건강장애를 예방하기 위한 ‘예방계획수립, 보호구 지급 등 예방조치, 발생 시 원인조사 및 대책수립, 감염된 근로자에 대한 적절한 처치’ 등을 하도록 산업안전보건 규정 등에 명시해야 한다.

보건의료부문 외에 최근 확진자가 100여 명 발병하면서 집단감염의 위험으로부터 노동자의 산업안전 문제가 크게 대두한 업종이 콜센터다. 콜센터 근무 중 최초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상담사는 기침, 오한증상이 있었는데도 출근했다는 이유로 일부 사람들로부터 ‘아픈데 왜 출근하느냐, 개념 없는 사람’이란 비난을 받았다. 몸이 아플 때 출근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먹고살아야 하기에, 부양할 가족이 있기에, 채워야 할 실적이 있기에 출근하지 않았을까.

코로나19에도 공장은 돌아가고, 시장은 움직이고, 거래는 이어진다. 코로나19에도 밥은 먹어야 하고 전기는 돌아가야 하고 통신은 연결돼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일을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일상적 삶은 이어져야 하니까. 자가격리자가 아니었던 상담사 또한 삶의 연장선상에서 출근해 일을 했고, 비말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콜센터 근무환경으로 인해 코로나19가 발병했다는 것이 인정돼 최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 바 있다.

장기화되는 코로나19에 대비해 의료진의 감염위험과 과로, 밀폐된 공간에서 감염되기 쉬운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온라인쇼핑 급증으로 배달노동자에게 쏟아지는 과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근무시스템의 혁신, 일하는 사람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가 신속히 강구돼야 한다. 향후 더 심각하게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산업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제위기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업대란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기업이 생존하려면 시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해야 한다. 기계를 돌리고, 전기를 생산하고, 통신을 이어지게 하는 일은 공급자, 구매자, 시장과 가치사슬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함께 존재할 때 가능한 일이다. 현재 기업이 고용하고 있는 노동자, 구직자, 실업자는 기업엔 또 다른 의미로 고객이다. 기업은 고객이 있어야 존재한다. 모두가 고객이며 시장 참여자인 상황에서, 기업은 생존의 안전망과 고용 안전망을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발 경제위기 앞에서 노사 모두의 생존대안이 필요하다. 시스템 혁신은 생존대안의 한 예일 수 있다. 코로나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씨젠이 신속하면서도 대량으로 검사할 수 있었던 배경은 샘플 추출에서부터 검사, 판독, 보고 및 집계로 이어지는 과정을 하나의 프로세스로 자동화한 시스템 덕분이었다.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도 혁신의 주요 사례다.

독일은 4차 산업혁명이 노동시장에 야기할 변화를 예측하고, 생산적인 노동정책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사·정, 학계 전문가 및 시민들과의 사회적 대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 발간된 것이 노동 4.0 백서다. 이론 전문가와 현장 전문가가 머리를 맞댈 때 비로소 대안이 나오고, 참여한 모두는 대안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 노력한다. 코로나19 앞에 노·사·정 모두는 연대할 때다. 모두의 안전과 생존을 위해 시스템의 혁신과 더불어 노동 주체인 ‘사람’을 살리고 함께 사는 방안에 대해 대화하고 실행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싶다.

홍수경 < 더원인사노무컨설팅 강남사무소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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